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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 마태복음 7:13~20 요즘처럼 말이 풍성한 시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유튜브 채널 몇 개만 보더라도 새삼 감탄할 정도의 언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이 분야의 최고는 TV홈쇼핑 채널의 쇼호스트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연히 채널을 넘기다가 홈쇼핑 채널을 보게 되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아니 그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만해도 살면서 한 번도 필요성을 느껴본 적조차 없었는데... 쇼호스트들의 유려한 말솜씨에 휘감기다보면 어느새 '저건 하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야말로 마력 같은 힘이지요. '말'을 잘 하는 걸로는 목회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듣다 보면 정신이 어질해질 정도로 말을 잘하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목회자들과 사석에서 ..

MIDBARR 2023.02.02

그 헤아림으로

- 마태복음 7:1~12 만약 오늘 묵상을 새벽 설교나 강해 설교의 본문으로 정했다면, 틀림없이 그 강조점은 7절에 맞춰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구하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문장의 기승전결 구조처럼 마태복음 7장의 전반부는 7절 말씀을 향해 달려가는 완만한 상승곡선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대단원의 결론은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라는 12절의 말씀에 놓입니다. 비록 신학자 칼빈은 이 결론이 앞의 말씀, 즉 7장 1~11절까지와는 큰 관련이 없이 서술된 단독적인 도덕률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접속사 '그러므로(헬 oun, 영어로는 then, therefore..

MIDBARR 2023.02.01

염려하지 말라

- 마태복음 6:19~34 고대 로마의 작가 '히기누스'가 쓴 우화가 있습니다. 염려의 신 '쿠라(Cura)'가 어느 날 강가를 건너다 진흙을 발견하고 그 진흙을 떼어 형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주피터 신에게 자신이 만든 진흙 형상에 혼을 불어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주피터는 흔쾌히 쿠라의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쿠라가 그 형상에 이름을 붙이려고 하자 주피터가 자신이 혼을 불어넣었으므로 자신이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고의 신(神)이라기엔 참 속좁은 모습입니다. 쿠라는 자신이 빚은 점토 형상이니 자신이 이름을 붙이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둘이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텔루스, 즉 대지의 신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원 재료(점토)의 제공자가 자신이니 자신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

MIDBARR 2023.01.31

어디서 본 것 같은, 정이

* 영화 '정이'에 대한 스포일러는 전혀 없습니다. 아마도... 연상호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었고, 감탄했던 작품 역시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사이비'였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것을 흥행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걸 해낸 감독이라니 기억할만하지 않은가. 이후 '부산행'의 성공으로 연상호 감독은 '그림만 잘 그리는 감독'에서 벗어났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장르영화의 추종자였고 발군의 스토리텔러였다. 나홍진 감독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장르의 개척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설레임도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부산행의 후편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서울행'과 감독이 VFX의 참맛을..

REMEMBRANCE 2023.01.27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 마태복음 5:13~20 오래 전 '감자탕 교회 이야기(양병무 저, 김영사)'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여타의 종교서적과 달리 전문 작가가 아닌 MBA출신, HR파트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분이라는 점과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김영사(지금은 '포이에마'에서 출간합니다)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교회 내부에서 기록한 자화자찬식의 글이거나 혹은 개척해서 대형교회까지 이른 소위 말하는 '교회 성공기'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이름이 '감자탕 교회'라니 그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물론 교회의 정식 이름이 '감자탕 교회'는 아닙니다. '광염교회'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었지만 감자탕 집 3층, 5층에 세들어 있는 교회의 간..

MIDBARR 2023.01.27

마태가 기록한 여덟가지 복

마태복음 묵상을 하면서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옮겨봅니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는 성경 본문을, 성도들이 보다 쉽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도록 사역(私譯)한 것입니다. 특별히 팔복의 본문은 메시지 번역을 꼭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예 만세를 불러도 좋다!'라는 경쾌한 번역의 성경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마태복음 5:1~12 1-2 예수께서 자신의 사역으로 인해 큰 무리가 몰려드는 것을 보시고 산에 올라가셨다. 예수께 배우고, 그분께 인생을 건 사람들도 함께 올라갔다. 조용한 곳에 이르자, 예수께서 자리에 앉으셔서 산행에 함께 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은 이렇다. 3 "벼랑 끝에 서 있는 너희는 복이 있다. 너희가 작아질수록 하나님과 그분의 다스림은 커진다..

MIDBARR 2023.01.26

벼랑 끝

- 마태복음 5:1~12 삶이란 참 위태해서, 때때로 자신의 발끝이 벼랑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우리 삶에서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지만 삶이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를 날선 바람이 귀를 때리는 벼랑의 가장자리에 서게 할 때가 있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종종 '우물'이라는 은유로 이런 삶의 정황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깊은 우물 속에 놓인 사람은 작은 동그라미의 하늘 위로 찰나같이 지나는 한줌의 태양을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동그라미 속 하늘은 그가 가진 세계의 전부입니다. 그 가장자리를 따라 해가 뜨고 계절이 지나갑니다. 대단히 거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사람은 자신만의 동그란 하늘밖에는 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보다 더 잘 보여..

MIDBARR 2023.01.26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

- 마태복음 3:1~12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이 페르시아의 침략을 막아내고 기적적으로 승리한 후 필리피데스 라는 한 병사는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40킬로미터의 거리를 쉼 없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승전보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승전의 소식을, 기쁨의 소식을 전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숨가쁘게 40여 킬로미터를 달려온 뒤, 사람들에게 승리의 소식을 알린 뒤 필리피데스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기념해서 마라톤 경주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필리피데스는 마라톤 평원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외치면서 달렸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승리의 소식이 필요한 것은 비단 아테네 도시의 사람들만은 아니었기에 마을이..

MIDBARR 2023.01.23

그의 별을 보고

- 마태복음 2:1~12 지난 가을,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숙소엘 간 적이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청량함과 온통 붉게 물든 나뭇잎들로 가득한 산속 풍경에 복잡했던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어스름한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하늘이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하나씩 드러나던 별들이 어느새 하늘 가득 채워졌습니다. 인공의 빛이라곤 한줌도 없는 깊은 산속. 아직 달도 뜨지 않은 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고대인들이 왜 그렇게 별 자리에 심취했는지 저절로 알 것만 같았습니다. 단지 도심에 산다는 이유로, 또 높은 아파트에 갇혀 산다는 이유로 날마다 펼쳐지는 이 장엄한 우주의 광경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 유성 하나가 지나갔습니다...

MIDBARR 2023.01.21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

- 마태복음 1:18~25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대구 지하철에서 방화로 인한 끔직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2003. 2. 18). 무려 1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사건은 고의로 인한 방화에 미흡한 대처 등이 범벅이 되어 벌어진 참혹한 인재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또 아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들고서 중앙로 역을 찾은 가족들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하고, 원래는 화재의 확산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는데 당시엔 오히려 피해자를 화마 속에 가둔 꼴이 되어 버렸던 방화셔터에 가득 남겨져 있던 수없이 많은 손바닥의 자국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당시 사고를 수습했던 소방관이 얼마전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 사건 이후론 지하철을 못 타게 되었다는 말을 할 때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

MIDBARR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