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mimnesko 2023. 1. 27. 11:53

- 마태복음 5:13~20

 

 

오래 전 '감자탕 교회 이야기(양병무 저, 김영사)'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여타의 종교서적과 달리 전문 작가가 아닌 MBA출신, HR파트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분이라는 점과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김영사(지금은 '포이에마'에서 출간합니다)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교회 내부에서 기록한 자화자찬식의 글이거나 혹은 개척해서 대형교회까지 이른 소위 말하는 '교회 성공기'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이름이 '감자탕 교회'라니 그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물론 교회의 정식 이름이 '감자탕 교회'는 아닙니다. '광염교회'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었지만 감자탕 집 3층, 5층에 세들어 있는 교회의 간판이 감자탕 집 간판에 가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워낙에 유명한 감자탕 집이다보니 교회를 설명할 때 감자탕 집 위라고 설명하는 편이 훨씬 찾기 쉬웠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저자는 감자탕 교회가 교회 재정의 50%를 교회 밖, 즉 구제와 선교를 위해 사용한다는 원칙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재정적 규모가 되면 바로 건물부터 짓고 교세 확장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반해 오히려 교회 재정의 절반을 떼어 교회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선뜻 믿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당시 광염교회는 감자탕 집 위에 본당과 부속실을 임대하고, 주위 건물도 교육부서를 위한 공간으로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성도들 입장으론 불편한 일입니다. 그 비용 역시 만만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교회가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와 임대료입니다. 회계의 항목으로 볼 땐 교회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회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유지하고 또 사역자들에게 최소한의 사례를 지불하는 것 그 자체가 교회 본연의 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외 예배와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더해 최소한의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대략 50%입니다. 대형 교회처럼 규모가 크다면 그 비중이 낮아지겠지만, 150~200명 성도의 교회라면 최소 유지에 그 정도의 비용이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 당시 광염교회는 교회를 유지하는 최소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교회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정책적인 결정'을 했다는 뜻입니다. '감자탕 교회 이야기'라는 책이 출간되어 나름의 유명세를 얻게 되기 전부터 감자탕 교회는 그런 가치를 가지고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유명세를 얻게 되어 지금은 여러 곳에 지교회를 세우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교회들 역시 본교회와 동일한 원칙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요?

 

이 대답은 조심스럽습니다. 마치 비판을 위한 비판의 칼날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교회 재정의 절반을 교회 밖으로 보내겠다는 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교회 공동체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차장이 없거나 협소하고, 자녀들을 위한 충분한 교육 여건이 조성될 수 없으며, 부서와 사역에 필요한 충분한 사역자를 채용할 수 없고, 교회에 필요한 비품을 마련할 때 심사숙고해야함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광염교회는 하는데 왜 다른 교회는 안 하는가, 라고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감자탕 교회 이야기'의 저자는 그 이유를 교회의 이름에서 찾습니다. 광염교회. 즉 빛과 소금의 교회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빛과 소금이 교회의 빛, 교회의 소금이 아니라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라는 점입니다. 세상에 필요한 빛, 세상에 필요한 소금이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상 어쩌면 절반의 재정을 세상에 흘려보내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묵상하며, 세상의 빛과 세상의 소금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감자탕 교회 이야기가 출간 된 지 20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동네마다 건물마다 교회가 넘쳐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감자탕 교회, 해물탕 교회, 대성마트 교회, 순대국 교회가 더 필요한 건 아닐까요? 그런 불편함과 부족함을 기쁘게 여길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더 필요한 건 아닐까요?

비판은 쉽고 삶은 늘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