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WRITE A NEW ARTICLE
mimnesko
Sony RX-1   article search result : 8
2015.12.19
 엘카페(El Cafe) & 로스터리
2015.10.01
 stumptown coffee
2015.10.01
 카페 아메리카노(Cafe Americano)
2015.02.20
 [광화문] coffest
2014.08.10
 생각하는 의자
엘카페(El Cafe) & 로스터리
article id #157
categorized under Coffee Break & written by mimnesko

 

마음 먹고 엘카페를 찾아간 날이 하필이면 이사를 위해 메인으로 사용하던 에스프레소 머신 '헥사곤'을 들어내던 날이었다.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상용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니는 이 머신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엘카페를 방문한 마음 중 절반은 되었기 때문에, 카페 입구에 비닐포장되어 조심스럽게 놓여 있는 헥사곤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엘카페는 그리 넓지 않았다. 넓지 않은 매장에 주방 겸 서비스 테스크는 말도 안 되게 넓었다. 한국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나름 유명세를 가진 카페들의 내부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압도적으로 매장 크기가 큰 경우(광화문의 테라로사 처럼)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스텀프타운이나 인텔리젠시아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체감으로 느껴졌다.

 

매장의 테이블 수가 생각보다 적다는 데에 생각이 미칠 즈음에 바로 옆 미닫이 문 너머에 있는 대형 로스터가 보였다. 엘카페의 수익구조가 카페영업보다는 원두 판매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두 대의 로스터가 쉼없이 돌아가는 모습이 그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했다. 엘카페는 커피의 생두를 산지에서 직접 거래한다. 현재 70% 정도의 원두를 대표가 직접 남미의 산지를 방문하여 수매하고 있고, 이후 100% 까지 그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생각해보면, 커피도 땅에서 힘을 얻는 농작물이니 작황의 좋고 나쁨이 있는 게 당연하다. 어떤 특정 지역의 커피가 무조건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 산지만큼이나 떼루아가 중요하다고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바리스터들이 동의하 듯, 생두의 품질이 결국 커피의 품질을 나타내기 때문에 산지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요소를 충족할 수 있는 질 좋은 생두를 발견한다는 것은 커퍼나 커피무역상들에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량으로 커피를 유통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전 세계 커피 재배지역에 자신들만의 농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하고 있다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시장에서의 대량 수매만으로 균일한 품질의 원두를 전 세계에 공급하기란 녹록한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렌차이즈도 아닌 엘카페가 직접 원두를 수매한다는 일은 다소 의외였다. 스페셜티 커피를 표방하고 그 품질에 주력하겠다는 굳은 의지야 절절히 느껴지지만, 그 오가는 경비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비용을 한 카페가 고스란히 감당하는 것이 수익구조를 반하는 일은 아닐까? 최근 한국의 개성있는 카페들(부산의 모모스, 인 얼스, RHB, 서울의 리브레, 몽타주 등)이 한국커피나 테라로사처럼 커피 산지와의 직거래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 채산성의 악화로 이어져 행여 카페 운영 자체에 치명타를 날리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카페가 원두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러기에 한국시장은 인구도 여건도 비좁다. 이미 길거리 카페는 레드오션에 접어든 지 오래이고, 그나마 대형 프렌차이즈가 건물 1층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하루에 몇 백잔의 매상을 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카페가 줄어든다면 당연히 원두의 매출처가 줄어든다. 개인이 생두를 구입해서 로스팅하는 로스터리가 늘어나고 있다곤 해도 초기 비용이나 채산성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하루게 다르게 상승하는 임대료를 감당해 내기에 커피 한 잔을 위한 애씀과 노동이 속절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저런 잡감을 가지고 커피를 주문했다. 하나는 바리스타가 추천해 준 과테말라 엘 사포테 드립이었고, 하나는 브랜딩의 라떼였다.

 

 

 

일반적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특징을 '신 맛'이 많다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사실 커피의 맛이라는 게 쓴 맛과 신 맛, 그리고 아로마를 얼마나 잘 조화시키느냐에 있다는 것이 나의 주관이기 때문에 신 맛이 많다는 것만으로 무조건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는 커피의 맛보다 그 전의 준비(따뜻하고 깨끗한 컵, 커피의 주제와 어울리는 디자인의 커피 잔, 적절한 서빙온도)가 소위 스페셜티 카페를 표방한 업소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믿는 못된 편견을 고수하고 있는 편이다.

 

엘카페의 과테말라 엘 사포테의 산미는 경쾌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좀 많이 '경쾌'하다. 밝고 투명하고 많이 경쾌했다. 그래서 목 넘어까지 그 경쾌함이 남았다. 좋게 말하자면 약배전과 제대로 내린 드립의 승리였고, 나쁘게 말하자면 커피를 마신 뒷 맛이 그닥 깔끔하진 않다는 뜻이다. 다른 베이커리 없이 커피만 마시기엔 그 경쾌함이 좀 지나친 감도 있었다. 물론 이것도 취향이라 이런 느낌의 커피가 친숙하고 좋을 수도 있다. 내 경험으론 스텀프타운의 과테말라가 이런 느낌이었다. 부암동 클럽 에스프레소의 과테말라에 길들여진 내게 스텀프타운의 과테말라는 당황스러울 정도였지만, 최근 클럽 에스프레소의 과테말라도 조금씩 산미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나름의 '유행'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헥사곤의 에스프레소는 맛볼 수 없었지만, 시모넬리(Simonelli)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와 고운 스팀밀크의 조화는 훌륭했다. 카페에서 라떼는 꼭 맛보는 편인데 스팀 밀크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 것은 같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라떼의 경우에도 스팀의 질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사동 카페 '연두'의 스티밍은 그래서 훌륭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엘카페의 라떼는 훌륭했다. 브랜딩 커피가 꽤 괜찮다는 이야기다.

 

서비스 테이블과 나무로 이어붙인 바(Bar)에는, 방금 전에 커핑이 있었는지 여러 잔의 커피가 놓여 있었다.

 

 

 

 

 

로스터리를 같이 두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데, 커핑을 자주 볼 수 없는 일반인(나와 같은)에게는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그 뒤로는 드립 데스크(참으로 탐나는....)가 있었고 정성껏 손질된 커피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커피 관련 용품이나 기구들이 비좁은 듯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엘카페 대표님이 스스로 자인했듯 커피 기구를 다량으로 사들이는 못된(?) 습관에서 기인한 것이다. 처음 자리 잡았던 망원동에서도 커피 기구를 놓을 자리가 없어 이곳으로 옮겨 온 건데, 이젠 서교동의 매장도 손님의 테이블을 치우고 기구와 장비를 놓아야할 지경이 되었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듣게 되었다.

 

 

 

 

엘카페는 현재 선유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대형 로스터를 놓기 위해선 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양 대표님은 말씀하셨는데, 그 대형 로스터가 궁금해서라도 반드시 다시 한 번 방문해서 후기를 남기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Fin.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tagged with  Elcafe, Sony A77mk2, Sony RX-1, 서교동카페, 스페셜티커피, 엘카페, 합정동카페
받은 트랙백이 없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
TRACKBACK ADDRESS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stumptown coffee
article id #137
categorized under Coffee Break & written by mimnesko

 

 

 

 

아직 국내에선 아는 사람만 안다는 Stumptown Coffee.

​

포틀랜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이 로스터리 카페는 이젠 제법 브렌치를 늘려가고 있어 미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로스터리 카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흥미있는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로스터리들이 그렇듯,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의 이도 저도 아닌 커피 맛에 분개하는 마음으로 '흥, 내가 제대로 만들어 주곘어!'라는 다짐으로 문을 연 곳이 많다보니 각 카페마다 로스팅과 추출의 차이, 그리고 맛의 차이가 선명하다. 커피 중독자들에겐 뭐 이래도 저래도 카페인만 제대로 흘러준다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

아직까지 한국에서 Stumptown 커피를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근 압구정동의 편집샵에서 매일마다 항공으로 공수한 Stumptown의 원두로 커피를 서브하게 되어 기대 잔뜩 품고 방문한 적이 있었고 꽤 훌륭한 커피였지만, 이것이 Stumptown이다, 라고 말하기엔 어려운 점이 역시 함께 있었다.

​

일단 원두를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주문과 결제의 의의가 충분하다고 스스로 세뇌한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커피보다 비싼 운송료를 내며 커피가 한국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주문한 커피는 stumptown에서 발렌타인 데이 전후로 진행되었던 Costa Rica Montes de Oro와 Mast Brothers 쵸콜렛 패키지. Stumptown의 커피도 기대가 되었지만, 한국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쵸콜렛 메이커인 Mast Brothers의 맛이 궁금했다. Mast Brothers가 만드는 쵸콜렛에 대한 이야기는 https://vimeo.com/13664547 에서 만날 수 있다.

 

stumptown과의 콜라보는 붉은 바탕에 바이크 일러스트 패턴이 그려져 있는데, 73% 다크 쵸콜렛에 커피 빈까지 넣어서 달콤하기보단 오히려 쌉쌀한 맛이 강조되어 있다. 그래서 투명하고 달콤한 아로마를 가진 stumptown 코스타리카와의 조합이 내심 기대가 되었다.

 

 

 

브랜딩과 단일품종을 각각 하나씩 주문해서 Stumptown이 추구하는 커피맛을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싶었는데, 혹자는 Stumptown 커피를 즐기려면 제대로 된 '머신'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또 어떤 분은 핸드드립 만으로도 충분히 그 깊은 풍미를 즐겁게 맛봤다고도 했다. 이게 꽤 극단적인 나뉨이라서 하루빨리 커피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꼬박 일주일을 채우고서야 도착한 커피..

 

 

 

 

상자를 개봉하면 함께 주문한 하우스 블랜드 커피 옆에 발렌타인 패키지가 다소곳이 놓여 있다. Stumptown coffee의 엽서와 스티커도 몇 장 넣어주었다. 사실 머그컵을 하나 주문해보고 싶었지만, 오는 도중에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몰라 포기했다.

 

 

하우스 블랜드는 나중에 머신을 이용해서 라떼로 마셔보기로 하고, 우선은 단일품종 커피를 핸드드립해서 마셔보기로 했다.

코스타리카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원두이기 때문에 이미 축적된 맛의 기억이 나름의 평가가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한 건데 막상 받고 보니 예가체프나 이디오피아 종류도 하나 주문했으면 좋았겠다는 뒤늦은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 들었다.


일단 커피를 곱게 갈아서 드리퍼에 차곡해 채웠다. 운송과정에서 북극해를 지났을, 그래서 꽤 낮은 온도로 이동했을 커피였기 때문에 갓 볶은 원두의 아로마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생각보다 로스팅 과정의 아로마가 적었다. 이 부분이 처음 원두를 만났을 때의 첫 인상 같은 건데 의외로 희미한 인상으로 첫인사를 나눈 Stumptown 커피.

 

 

 

정성껏 드립해서 검고 투명한 한 잔의 커피를 내렸다.

Stumptown 웹사이트에서도 별다른 가이드가 없었기 때문에 가장 일반적인 기준과 방법(용량, 온도, 물의 양)으로 커피를 내렸다. 따뜻한 물이 원두에 닿을 때마다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아로마가 조금씩 되살아 났다. 커피의 전체적인 인상은 산도가 조금 강하다, 였다. 남미 산지의 커피는 신맛보다는 고소한 아로마와 바디감이 더 좋다는 일반적인 편견을 저만큼 날려보내기 좋을 정도였다.

 

배경으로 중남미의 멋진 풍광이 스쳐가며 "세상에 이런 맛이 존재했다니!!"라고 소리치며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Stumptown 로스터리의 느낌은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는,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커피였다. 우유를 섞은 음료와는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하우스 블랜드를 개봉해서 모카포트에 넣어 보기도 했다.


아무쪼록 버클리의 피츠 커피와 함께 손잡고 어서 빨리 우리나라에 들어와 주기를 바라는 로스터리 카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현재 커피빈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스페셜티'라는 과분한 수식어를 어서 떼어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이번에 주문한 발렌타인 패키지(Mast Brothers 쵸콜릿과 Costa Rica 커피)와 하우스 블랜드.

 

 

 

sony RX-1 

Carl Zeiss T* Sonnar 35mm/f2.0

copyright(c)2015 changbohn@gmail.com 

all rights reserved.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tagged with  RX-1, Sony RX-1, stumptown, stumptown coffee, 원두커피를 미국에서 주문하게 될 줄이야!
받은 트랙백이 없습니다,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TRACKBACK ADDRESS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도플파란 
wrote at 2015.04.21 04:23 신고
링크  편집  답글
어떤 맛일지... ㅎㅎ 궁금합니다.
bimanual 
wrote at 2015.04.21 11:57 신고
링크  편집  답글
커피와 쵸콜렛의 궁합이 독특했던...!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카페 아메리카노(Cafe Americano)
article id #151
categorized under Coffee Break & written by mimnesko

 

 

커피스트(Coffest)의 예가체프

 

적어도 커피에 있어 광화문은 프렌차이즈의 천국이다.
광화문 사러리를 둘러 싸고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 커피(심지어 바로 옆 건물이다) 그리고 할리스와 투썸 플레이스가 빈틈없이 입점해 있다. 최근 교보빌딩 뒤로 문을 연 대림 D타워에는 폴바셋과 베이글&로스터리 카페 포비(FOURB)가 위풍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광화문에만 벌써 네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쯤되면 본인들이 가열차게 주장하던 '스페셜티' 의 아우라를 스스로 걷어차는 모양새인데, 나름 고급스럽게 포지셔닝한 이미지가 어느날 아침, 안개 걷히 듯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매일유업은 SPC의 파스꾸찌가 어떻게 변방으로 사라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프렌차이즈의 맹공 속에서도 다행히 광화문 인근에는 아직 여러 '괜찮은' 카페들이 있다. 일민미술관의 1층에 위치한 '카페 이마'(Cafe imA)나 조선일보 앞에 위치한 '아모카'(Amokka) 등이 그렇다. 최근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테라로사(그렇다! 그 강릉의 테라로사다!)가 광화문에 오픈 한 것은 '프렌차이즈'로 봐야할 지 '선전포고'로 봐야할지 좀 고민스럽긴 하지만, 그 지향점으로 볼 땐 여타의 다른 개성 강한 카페들과 방향을 같이 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뜨고 있다는 서촌이나 북촌 근처에도 실력 쟁쟁한 카페들이 많다. 물론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무조건 살아남기'겠지만, 두 주먹 불끈 쥐고 응원하고 싶은 카페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 나름으로 기쁜 일이다.

 

그 중에서도 커피 좀 안다는 사람들의 견고한 지지를 얻고 있는 곳은 '커피스트'(Coffee)이다.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성곡미술관 앞에 자리납은 커피스트는 요즘 유행하는 로스터리 카페는 아니지만, 늘 다양하고 신선한 원두를 구비하고 있고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한다. 그리고 제대로 만든 커피를 서빙한다. '제대로'라는 기준이 얼마나 많은 관용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가장 간단하게 카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머신을 사용하는 커피와 손도구를 사용하는(핸드드립, 프렌치 프레스 등) 커피를 '동시에' 주문하는 것이다. 머신 커피는 우유를 데우는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스팀밀크'를 사용하는 음료로 선택하면 더욱 좋다.

 

간혹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머신으로 뽑아 낸 에스프레소를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휙 담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바리스타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초급의 실수이다. 프렌차이즈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입천장을 데일 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과 효율 측면에서 커피가 희생된 케이스이다. 그래서 어떨 땐 스타벅스의 필터방식 커피인 브루드 커피('오늘의 커피'로 판매되는)가 더 나을 경우도 많다. 특히 '커피를 새로 내려 드리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스타벅스의 바리스타 가 이야기해주면 더욱 좋다. 적어도 미국 브랜드의 브루드 커피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작은 카페에서조차 입천장이 홀랑 데일 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주는 것일까? 그냥 '잘 몰라서'라거나 '내가 배운 학원에서는..'이라고 말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커피의 적정 서빙 온도는 섭씨 65도~70도 정도이다. 섭씨 90도 정도의 정수된 물을 3~4분에 걸쳐 드립하면 대략 80도 초반의 온도가 된다. 컵에 옮겨 담아 테이블에 옮겨지면 온도는 조금 더 내려가서 70도 초반이 된다. 커피의 단맛과 신맛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온도인 것이다. 만약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고(그 셋팅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스팀밀크를 올린다면 우유를 데우는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유는 섭씨 5~60도 내외에서 가장 맛있다. 65도 이상 우유를 가열하면 변성이 와서 우유의 맛 자체가 변해 버린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스팀밀크는 커피의 온도를 빼앗는다. 카페 라떼를 주문했을 경우 커피가 '식었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래서 드립 커피와 머신 추출 커피를 서빙할 때는 카페마다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한 테이블에 두 가지 종류의 커피가 서빙되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적어도 커피스트의 커피는 나름의 설득력과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프렌차이즈와는 다른 맛과 변별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소규모 카페는 이런 지향점이 느껴져야 한다. 그것은 매장의 인테리어나 어쩌다 들여놓은 로스터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로스팅할 바엔 차라리 제대로 된 로스터리에 커피를 맡기는 편이 더 낫다. 과거 지인은 커피 생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단골들에게 양해를 구하곤 커피를 전부 일리(illy)의 캔 제품으로 바꾼 적도 있었다. 들쭉 날쭉할 바엔 차라리 낮은 쪽에서의 균일함이 낫다는 것이다. 나는 동의했고 이해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왕 비싸게 들여놓은 머신의 셋팅을 건드려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PID 제어기가 달려 있다면 온도와 압력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카페만의 셋팅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확한 커피를 정확한 온도에 내리는 것도 여간의 훈련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시급 5,000원 받는 아르바이트에게 맡기기엔 너무 과중한 업무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냥 어쩌다보니 열게 된 카페가 아니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광화문에서 이 정도의 카페를 근처에 두고 프렌차이즈에서 익숙한 입맛을 고집하다는 것은 분명 좀 아쉬운 일이다.
Fin.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tagged with  RX-1, Sony RX-1, 예가체프, 치즈케이크도 맛있어요, 커피, 커피스트
받은 트랙백이 없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
TRACKBACK ADDRESS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광화문] coffest
article id #136
categorized under Review & Talk & written by mimnesko

 

 

coffee의 최상급, coffest?

 

연휴의 마지막 날. 일정에 없던 커피 마실을 가게 되었다.

신촌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귀가 중이었는데, 사직터널을 지나 한산하던 길이 거짓말처럼 꽉 막혀버렸다. 기다려도 정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뒷길로 돌아 접어 든 골목이 성곡미술관 앞. 그리고 마침 커피스트(coffest)가 영업중이었다. 이쯤이면 '운명'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연휴 마지막 날에 뜻밖의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달콤한 치즈 케이크.

커피스트에서 인상적인 것은, 다른 로스터리 카페와 달리,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잠깐의 기쁨이나 조근조근한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이 적다는 점이다. 요란한 그라인더의 소음도, 포타필터를 넉박스에 두드리는 소음도, 연신 칙칙거리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소음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사실 커피 자체가 목적이 아닌 카페라면 당연한 일인데도 최근엔 뭔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종종 잊혀지고 있는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커피를 주문했다면 맛있는 브랜드 커피로 리필도 해 준다!! 엑스트라 없이!!

 

(리필 한 잔 덕분에)모처럼의 연휴를 연휴답게 마무리한 기분.

돌아오는 길에 연휴 전에 바로 볶아놓은 예가체프를 구입해서 왔다. 이쯤이면 꽤 보람있는 오후가 아닐까?

 

 

sony RX-1 

Carl Zeiss T* Sonnar 35mm/f2.0

copyright(c)2015 changbohn@gmail.com 

all rights reserved.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tagged with  coffest, RX-1, Sony, Sony RX-1, 광화문, 커피, 커피스트
받은 트랙백이 없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
TRACKBACK ADDRESS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생각하는 의자
article id #125
categorized under Remembrance & written by mimnesko

 

 

 

Sony RX-1

Carl Zeiss T* Sonnar 35mm F2.0

 

맛집 블로거도 아닌데, 최근 포스팅이 내내 음식이라 반성하는 마음에...

사진 찍으러 가고 싶어요....ㅠㅠ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tagged with  RX-1, Sony RX-1, 맛집은 많고 블로거는 널렸다
받은 트랙백이 없습니다,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TRACKBACK ADDRESS
bimanual 
wrote at 2014.08.11 21:57 신고
링크  편집  답글
저 의자에 앉아 생각하고 싶어요.
사진 찍으러 갈 때 불러주세요.
Favicon of http://mimnesko.tistory.com mimnesko 
wrote at 2014.08.13 16:46 신고
링크  편집  답글
무슨 말씀을, 당근 같이 가셔야지..^^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2 
PREV | NEXT
count total 51,899, today 63, yesterday 19
rss
I am
분류 전체보기
Remembrance
Review & Talk
movie
book
music
etc.
Coffee Break
Photography
Japan
New York
Lomography
Works
design
motion
오트밀체리쿠키
RX-1  동해  Tokyo  사진이야기  로드바이크  일본  Lomography  Central Park  SCR1  iPhone4  CONTAX  시마노  츠키지시장  sonyRX-1  Shimano SORA  뉴욕  Giant  시모기타자와  Sony RX-1  Sony  커피스트  contaxT2  Minolta  S5pro  Contax T2  Lomo LC-A  일본여행  42nd Street  동경  New York 
최근에 쓴 글
Windows10 다운로드
GRIT
행복목욕탕
The Köln Concert
오후의 그늘
困而不學
Grand Central
할매국밥
겨울소감
주말의 소파
알립니다
최근에 연결된 관련글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3권을 완독하고..
글 보관함
2017/08, 2017/07, 2017/06, 2016/11, 2016/02,
달력
«   2018/04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링크
*sori4rang *ner *bluexmas *All about Biotechnology, 바이오텍의 모.. *라면한그릇 *쿠킹하는사회주의자 *교회밖교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