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OFFEE

카페 아메리카노(Cafe Americano)

mimnesko 2015. 10. 1. 00:57

 

 

커피스트(Coffest)의 예가체프

 

적어도 커피에 있어 광화문은 프렌차이즈의 천국이다.
광화문 사러리를 둘러 싸고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 커피(심지어 바로 옆 건물이다) 그리고 할리스와 투썸 플레이스가 빈틈없이 입점해 있다. 최근 교보빌딩 뒤로 문을 연 대림 D타워에는 폴바셋과 베이글&로스터리 카페 포비(FOURB)가 위풍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광화문에만 벌써 네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쯤되면 본인들이 가열차게 주장하던 '스페셜티' 의 아우라를 스스로 걷어차는 모양새인데, 나름 고급스럽게 포지셔닝한 이미지가 어느날 아침, 안개 걷히 듯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매일유업은 SPC의 파스꾸찌가 어떻게 변방으로 사라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프렌차이즈의 맹공 속에서도 다행히 광화문 인근에는 아직 여러 '괜찮은' 카페들이 있다. 일민미술관의 1층에 위치한 '카페 이마'(Cafe imA)나 조선일보 앞에 위치한 '아모카'(Amokka) 등이 그렇다. 최근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는 테라로사(그렇다! 그 강릉의 테라로사다!)가 광화문에 오픈 한 것은 '프렌차이즈'로 봐야할 지 '선전포고'로 봐야할지 좀 고민스럽긴 하지만, 그 지향점으로 볼 땐 여타의 다른 개성 강한 카페들과 방향을 같이 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뜨고 있다는 서촌이나 북촌 근처에도 실력 쟁쟁한 카페들이 많다. 물론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무조건 살아남기'겠지만, 두 주먹 불끈 쥐고 응원하고 싶은 카페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 나름으로 기쁜 일이다.

 

그 중에서도 커피 좀 안다는 사람들의 견고한 지지를 얻고 있는 곳은 '커피스트'(Coffee)이다.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성곡미술관 앞에 자리납은 커피스트는 요즘 유행하는 로스터리 카페는 아니지만, 늘 다양하고 신선한 원두를 구비하고 있고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한다. 그리고 제대로 만든 커피를 서빙한다. '제대로'라는 기준이 얼마나 많은 관용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가장 간단하게 카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머신을 사용하는 커피와 손도구를 사용하는(핸드드립, 프렌치 프레스 등) 커피를 '동시에' 주문하는 것이다. 머신 커피는 우유를 데우는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스팀밀크'를 사용하는 음료로 선택하면 더욱 좋다.

 

간혹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머신으로 뽑아 낸 에스프레소를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휙 담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바리스타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초급의 실수이다. 프렌차이즈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입천장을 데일 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과 효율 측면에서 커피가 희생된 케이스이다. 그래서 어떨 땐 스타벅스의 필터방식 커피인 브루드 커피('오늘의 커피'로 판매되는)가 더 나을 경우도 많다. 특히 '커피를 새로 내려 드리겠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스타벅스의 바리스타 가 이야기해주면 더욱 좋다. 적어도 미국 브랜드의 브루드 커피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작은 카페에서조차 입천장이 홀랑 데일 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주는 것일까? 그냥 '잘 몰라서'라거나 '내가 배운 학원에서는..'이라고 말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커피의 적정 서빙 온도는 섭씨 65도~70도 정도이다. 섭씨 90도 정도의 정수된 물을 3~4분에 걸쳐 드립하면 대략 80도 초반의 온도가 된다. 컵에 옮겨 담아 테이블에 옮겨지면 온도는 조금 더 내려가서 70도 초반이 된다. 커피의 단맛과 신맛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온도인 것이다. 만약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고(그 셋팅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스팀밀크를 올린다면 우유를 데우는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유는 섭씨 5~60도 내외에서 가장 맛있다. 65도 이상 우유를 가열하면 변성이 와서 우유의 맛 자체가 변해 버린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스팀밀크는 커피의 온도를 빼앗는다. 카페 라떼를 주문했을 경우 커피가 '식었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래서 드립 커피와 머신 추출 커피를 서빙할 때는 카페마다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한 테이블에 두 가지 종류의 커피가 서빙되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적어도 커피스트의 커피는 나름의 설득력과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프렌차이즈와는 다른 맛과 변별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소규모 카페는 이런 지향점이 느껴져야 한다. 그것은 매장의 인테리어나 어쩌다 들여놓은 로스터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로스팅할 바엔 차라리 제대로 된 로스터리에 커피를 맡기는 편이 더 낫다. 과거 지인은 커피 생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단골들에게 양해를 구하곤 커피를 전부 일리(illy)의 캔 제품으로 바꾼 적도 있었다. 들쭉 날쭉할 바엔 차라리 낮은 쪽에서의 균일함이 낫다는 것이다. 나는 동의했고 이해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왕 비싸게 들여놓은 머신의 셋팅을 건드려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PID 제어기가 달려 있다면 온도와 압력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카페만의 셋팅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확한 커피를 정확한 온도에 내리는 것도 여간의 훈련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시급 5,000원 받는 아르바이트에게 맡기기엔 너무 과중한 업무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냥 어쩌다보니 열게 된 카페가 아니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광화문에서 이 정도의 카페를 근처에 두고 프렌차이즈에서 익숙한 입맛을 고집하다는 것은 분명 좀 아쉬운 일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