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90

어느 상담학자의 자살

2016년, 미국 시카고신학대학원의 로버트 무어(Robert Moor)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죽음이 몰고 온 파장은 컸다. 왜냐하면 그가 미국의 목회상담 분야를 이끌다시피 했던 상담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였고, 안토 보이스(Anton T. Boisen)에 이어 시카고신학대학원을 목회상담의 중심으로 일궈낸 장본인기도 했기 때문이다. 노년의 폴 틸리히가 몸 담기도 했던 시카고신학대학원은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 과정신학, 퀴어신학 등 여러 진보적인 신학으로 더 유명하지만, 그 전에는 목회상담학, 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발원지였다.  무어 교수는 미국 내에서서도 융(C. G. Jung)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었고 특히 융의 집단 무의식과 틸리히의 궁극적 실재를 연결하여 새로운 신학적 정립을 시도하기도 했다..

REMEMBRANCE 2024.12.02

유령은 존재하는가?

유령을 존재할까? 얼마전 유튜버 '궤도'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꽤 오래 전 비슷한 주제의 글을 자주 가던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났다. 블로그의 필자 '미션리터'는 이쿠로 인자이가 쓴 '영은 존재하는가? - 과학의 시점에서'라는 글을 보고, 역시 이공계인의 시선으로 유령의 존재가능성을 검증(?)했다. 블로그의 흥미로운 점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  유령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선 우선 '유령'이 무엇인가, 라는 정의가 필요하지만 그 개념확립이 어렵기 때문에 개념의 '보편적인 속성'으로 유령의 존재 가능성을 역추적하기로 했다.  1. 유령은 벽이나 물건 등을 자유자재로 투과한다.2. 유령은 대부분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유령을 보았다.이러한 보편적 특성을 가진 유령을 사람들이 '보았다'는 것은 무엇을..

REMEMBRANCE 2024.11.27

문화 목회란?

한국 목회자들은 '문화 목회'를 어떻게 정의할까?  정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말로 '문화 목회'를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문화 목회라는 단어가 가진 뉘앙스는 충분이 이해가 되는데 딱히 말로 꼬집어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하지 않을까? 문화와 목회라는 것이 어떻게 한 단어 안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또 뉘앙스는 이해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문화법인에서 출간한 '문화목회를 말한다'에 수록된 성석환 교수(장신대)의 글을 빌어 문화 목회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문화목회'를 풀어서 말하면 '문화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목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문화적'으로 목회를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우선 기능적 차원에서 문화적 감수성과 창조적 상..

REMEMBRANCE 2024.11.26

기독교인들은 정말 보수적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다양한 구성과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을 마치 수박을 둘로 쪼개듯 진보와 보수로 나눌 수는 없다. 대단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가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사람의 언행이 해석 여부에 따라 대단히 진보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 앞에는 반드시 '무엇에 대해서'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 '무엇'이 구체적일수록, 한 사회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진보와 보수의 양 갈래로 나누고자 하는 음험한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또 그것을 의도하는 집단의 의도가 얼마나 불순한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는 보수적이다'라고 생각한다. 이 때 '보수적..

REMEMBRANCE 2024.06.25

서울신대의 사상 검증

최근 '유신진화론' 문제로 서울신대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서울신대(총장 황덕형)는 지난 2024년 4월 15일 박영식 교수의 징계와 관련하여 "유신진화론은 성결 교단의 창조 신앙과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후 교수들을 상대로 '유신진화론 반대' 서명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다는 내부의 이야기가 터저나오면서 일파만파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신대 신학부 교수 25명이 발표한 성명의 주된 내용은 "우리 대학의 학문적 개방성과 창조신학과 관련하여 서울신학대학교의 신학적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우리는 교수들이 성결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신앙고백의 관점에서, 다양한 학문적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칠 학문적 자유를 가..

REMEMBRANCE 2024.04.25

일곱 개의 초로 밝히는 테네브레(Tenebrae)

로완 윌리엄스는 자신의 저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에서 “고난주간과 부활절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교회력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지적처럼, 여타의 어떤 절기보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생각하는 일주일이야말로 현재의 기독교를 세운 토대이며 정수(精髓)입니다. 한국 교회는 고난주간 일주일 동안 특별새벽기도회로 모이고, 성금요일(God’s Friday)엔 십자가 위에서 남긴 예수님의 일곱 말씀을 묵상하며 ‘가상칠언’의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활절에는 생명의 상징을 담은 ‘달걀’을 성도와 이웃이 함께 나누며 예수님의 다시 사심을 축하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초대교회 성도들은 어떻게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기념했을까요? 예수님의 기억이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던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REMEMBRANCE 2024.02.27

견리사의(見利思義)

2023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입니다. 그 뜻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어버리다'로 논어의 '헌문편(憲問篇)'에 나오는 '견리사의'에서 따온 표현으로 '온전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합니까?'라는 자로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입니다. 공자는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욕심 없음,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 아름다운 재예의 예를 들어 이들의 장점을 조화롭게 이룬 사람이라면 온전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을 리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이렇게 덧붙입니다. 子曰, 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 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자왈, 금지서인자 하필연,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 불망평생지언, 역가..

REMEMBRANCE 2023.12.12

크리스천 오디오북 : Just Show up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자리에 앉은 사람이든 서있는 사람이든 모두가 스마트폰 속 화면에 열중해 있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마치 픽사의 에니메이션 '월-E(Wall-E)'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고,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고 동영상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들 스마트폰에 열중해 있는 모습이 마치 분과 초로 시간을 쪼개어 써야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인 것만 같아서 때론 서늘한 감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주로 음악을 들으며 출퇴근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책상 앞에서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다보니, 출퇴근 시간만큼은 눈을 쉬게 해주자 라는 소박한 생각 때..

REMEMBRANCE 2023.09.22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유'

최근처럼 '자유'라는 말을 많이 들어본 기억이 있을까? '민주주의'라는 말도 '자유민주주의'로 고쳐 불러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횡횡하더니, 이젠 '자유'가 모든 논리를 때려잡는 몽둥이로 자리하고 있다. 늘 그렇듯, 어떤 특정한 단어가 도드라진다는 것은 그 반대의 현상이 만연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령 '자연 보호'라는 구호가 자주 눈에 띈다면, 그것은 '자연 파괴'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두가 잔디를 보호한다면 굳이 푸른 잔디밭 앞에 '출입금지'라고 팻말을 세울 이유가 없기 떄문. 그러니 최근 '자유' 열풍은 반대로 우리 주위에 '자유'의 반대 개념이 만연하다는 뜻일텐데,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하기 않다는 것이다. 당장 '자유'의 반대말을 머리속에 떠올려 보자. '부자유', '..

REMEMBRANCE 2023.09.15

일주일 간의 캠프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리고 끝나지도 않을 것 같던 일주일 간의 캠프를 마쳤다. 언젠가는 기독교 청소년 캠프에 대해서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다. 우선은 잘 마쳤다는 것의 안도와 일주일동안 경험했던 놀라움에 대한 감사만 남겨둔다. * 이번 캠프에 대한 매체의 기사와 보도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3786 “다음세대, 거룩한 땅에서 복음 증거하는 사명자 되길 소망” - 아이굿뉴스 “예수님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 하나님을 깊이 만나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안드레에게 또 안드레가 베드로에게 ‘와서 보라!’고 외친 것처럼, 각자가 선 ‘거룩한 땅’에 www.igoodnews.net ht..

REMEMBRANCE 2023.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