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보니, 난 당신에게 그늘이 되고 싶었나보다. 따가운 햇살이 당신의 가늘고 긴 뒷목에 빨갛게 내려 앉을 때 한줄기 바람처럼 서늘한 그늘이고 싶었나보다. 당신이 힘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힘들다'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 손에 든 가방의 무게만큼 가만히 고개를 기대고 숨을 고를 수 있는 든든한 그늘이고 싶었나 보다. 가끔은 거센 파도처럼 마음을 할퀴는 눈물 앞에서 말없이 눈물을 받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늘이 되고 싶었나보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들이 나에게 있기를 바랬다. 당신에게 소중한 것 중에 내가 있기를 바랬다. 그 마음이 지나쳐 욕심이 되고, 미련한 욕심이 자라 때론 삐죽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되었을 때, 폭신폭신했던 처음의 기억이 온데간데 없고, 바싹 벼린 날이 뜨거운 심장을 헤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