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겨울소감

mimnesko 2016. 2. 8. 01:35

납전삼백(臘前三白)이면 그해 풍년이 든다던데, 올해는 푸짐하게 내렸던 초설 이후 거의 눈 다운 눈을 만나지 못하고 섣달 그믐이 지난 지금까지 이백(二白)도 온전히 채우지 못했으니, 40년 만의 가뭄이란 말이 영 허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흘간 정상적인 식사를 거르고 닷새 째에 미음으로 위장을 채운 뒤,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집어 넣은 탓인지 속은 내내 편하지 않다. 하긴 이미 속이 편하지 않아 음식을 삼키지 못한 것이니 딱히 음식탓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2016년을 와신상담의 해로 세모에 기록했으나, 정작 와신하고 상담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았다는 미흡함에 자책한다.

늘 마음이 생각을 앞지르고 생각이 그 다음을 앞지르는 어리석음이 있었다. 올해는 그런 어리석음으로 조금이라도 덜어보자 생각했다. 그러나 솔직히 그 어리석음이 대부분 스스로에 대한 근거없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었다. 생각을 앞지르는 어리석음이란 없다. 단지 모자란 생각만이 있을 뿐이다. 생각에 지쳐 몸까지 지칠 때까지 생각하는 일이 와신이 아닌가. 그 힘듦이 오히려 자양이 되어 마음을 일으키는 일이 상담이 아닌가.

 

난 아직 한참을 모자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