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11

연신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누군가는 창밖으로 보이는 연신원의 고즈넉함이 시상(詩想)의 원천이라며, 오랜 세월 석조가 내려앉아 위태했던 건물의 철거를 그토록 반대했었다. 환경파괴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광복관의 벚꽃나무가 무수히 잘려나갈 때도, 제2인문관을 세운다며 안산 기슭을 황폐하게 파내려갈 때도, 그 시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젠 백양로가 거대한 지하 공동이자 주차장이 되어 버린 지금. 그 시인의 심상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오래된 사택과 선교사들의 고옥을 허물고 지어진 세브란스의 위풍당담함이 새로운 시상이라도 주었을까? 연신원 (2003) Minolta a-807si / HPplus400 / 38th Roll / LS40ED

PHOTOGRAPHY 2023.11.15

경춘선

Lomo LC-A _경춘선 무궁화호 안에서 최근에서야, 경춘선이 전철화되어 더이상 무궁화호가 달리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서 말 그대로 화들짝 놀랐다. 대학교MT(나중에 '모꼬지'라고 이름도 바꾸어 불렀다)의 대명사와도 같던 대성리를 가기 위해 청량리 역에서 무궁화호에 올라타서 1시간 남짓한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사람들에게는 아쉽다 못해 땅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일 것만 같았다. 90년대 초반, 당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무작정 춘천에 살던 선배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딱히 약속한 것도 없고,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보급되어 있던 시절도 아니라 만약 선배가 있을만한 곳에서 못 찾으면 영락없이 미아가 될 형편이었지만 어지간히 끓어오르는 핏덩이가 몸속에 있던 때라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림대와 강원..

world spices

world spices Lomo LC-A with Fuji Xtra400(ISO 400) Filmscan by Nikon LS40ED copyright(c)2015 mimnesko.tistory.com 프레쉬니스 버거 홍대점. 최근엔 한국에선 완전히 철수한 듯 아쉽게도 거의 볼 수가 없다. 동경 캣츠 스트리트가 끝나는, 시부야와 맞닿은 곳에서 한참을 다리를 쉬며 맛나게 먹었던 치즈 버거의 기억 덕분인지 여전히 모스버거보단 프레시니스 버거가 더 친숙하고 맛있게 느껴진다. 우연히 홍대에서 프렌차이즈를 발견하곤 기쁨의 함성을 질렀지만, 썰렁한 매장을 보며 '오래 못 가겠군' 싶었는데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고객의 주문과 함께 패티를 굽고 빵을 데운다는(즉 미리 만들어놓고 데워주는 게 아니라는) 기업의 방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