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91

일주일 간의 캠프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리고 끝나지도 않을 것 같던 일주일 간의 캠프를 마쳤다. 언젠가는 기독교 청소년 캠프에 대해서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다. 우선은 잘 마쳤다는 것의 안도와 일주일동안 경험했던 놀라움에 대한 감사만 남겨둔다. * 이번 캠프에 대한 매체의 기사와 보도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3786 “다음세대, 거룩한 땅에서 복음 증거하는 사명자 되길 소망” - 아이굿뉴스 “예수님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 하나님을 깊이 만나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안드레에게 또 안드레가 베드로에게 ‘와서 보라!’고 외친 것처럼, 각자가 선 ‘거룩한 땅’에 www.igoodnews.net ht..

REMEMBRANCE 2023.08.18

마을을 지키는 특별한 벽화

최근에 '공공신학'이란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깊은 이면까지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공공신학이 지향하는 바가 교회의 '공공성'에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기독교의 특징으로 '편협성', '독선주의' 등을 손꼽는 이유는 기독교가 가진 본연의 특징보다 세상과 교회라는 이원론적인 세상관을 고수하며 교회 스스로가 고립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나뉘어진 '세상'은 전도의 대상이고 선교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교회 구성원 대부분이 '세상'에 속해서 일주일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인들은 '전도와 선교의 대상'인 세상에서 전쟁 같은 5일을 보내고 와서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길어야 두 시간 남짓 '교회'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마치 지난 6일의 삶을 통회하며 반..

REMEMBRANCE 2023.05.12

당신은 기독교를 신뢰합니까?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21.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2020년의 조사보단 무려 10.8%가 하락한 수치입니다. 이를 조사한 조사기관에서는 그 이유를 "초기에 일부 지역교회를 통해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국민들은 교회를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교회 구성원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보면 그 신뢰도가 교회에 대한 신뢰도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기독교 목사를 신뢰한다(20.8%), 기독교인을 신뢰한다(20.6%)는 조사의 결과가 교회에 대한 신뢰의 수치와 비슷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 조사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초점을 맞추야 합니다. 기독교 목사와 기독교인을 신뢰하지 않는다(약 74..

REMEMBRANCE 2023.02.20

chatGPT에 설교 한 편을 요청해 보았다.

설교 본문은 마태복음 12:9~21절. 간략한 묵상과 함께 짧은 설교문을 작성한 것을 요청해 보았다. 평균 30분 이상 걸리는 내 경우와 달리 chatGPT는 막힘없이 한줄 한줄 적어내려갔다(실제로 보고 있자면, 마치 이 정도는 다 하는 거 아냐? 라는 식이다). 실제로 걸린 시간은 20초 남짓. 그리고 AI가 작성한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마태복음의 한 구절, 특히 마태복음 12장 9-21절에 주의를 돌립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유대 율법을 어기는 것으로 여겨진 손 마른 사람을 고치시는 것을 봅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였던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행동에 격분했지만, 예수님은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허용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심으..

REMEMBRANCE 2023.02.16

어디서 본 것 같은, 정이

* 영화 '정이'에 대한 스포일러는 전혀 없습니다. 아마도... 연상호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었고, 감탄했던 작품 역시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사이비'였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것을 흥행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걸 해낸 감독이라니 기억할만하지 않은가. 이후 '부산행'의 성공으로 연상호 감독은 '그림만 잘 그리는 감독'에서 벗어났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장르영화의 추종자였고 발군의 스토리텔러였다. 나홍진 감독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장르의 개척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설레임도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부산행의 후편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서울행'과 감독이 VFX의 참맛을..

REMEMBRANCE 2023.01.27

지아지아탕바오(가가탕포, 佳家湯包)

오직 맛있는 샤오룽바오를 먹기 위해서 찾아간 가가탕포(佳家湯包). 상해 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보니 사람이 가장 적을 시간을 노려서 찾았으나 그래도 10분 웨이팅은 기본. 기다리는 동안 동네 산책.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빨래가 널려 있는 창문을 흥미롭게(뚫어져라) 보다가, 주인 분과 눈이 마주쳤으나 자연스럽게 넘어감. 드디어 나오심. 겉보기보다 매우 뜨거움으로 이렇게 구멍을 내줘야 함. 넌... 이름이 뭐였더라... 흡사 코카콜라 병을 닮은 곳에 담겨 나오는 두유. 의외로 맛이 훌륭해서 한국에 돌아와 폭풍검색을 하였으나, 직구로밖에는 살 수 없는 귀하신 몸이었음. 한국에서 가가탕포의 맛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숙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구복만두'. 이곳 역시 현지인(이 경우엔 한..

REMEMBRANCE 2023.01.13

누가 죄인인가?

우선 이 글은 영화 '영웅'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원작 뮤지컬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뮤지컬보다 더욱 영화적으로 잘 해석되었는지, 또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순전히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도마(Thomas) 안중근 의사(1879~1910)의 삶을 재조명한 극영화로서만 본 개인의 아쉬움을 짧게 적고 싶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겠지만, 사실 안중근의 삶을 그린 영화가 한 편 더 있었습니다. '도마 안중근'(2004). 네, 망한 영화입니다. 대본도 망했고 감독의 연출도 망했고 음악도 망했고 촬영도 망했습니다. 심지어 주연을 맡았던 유오성 배우가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주연 자리까지 걷어차고 출연을 결심했던 영화이기에 더욱..

REMEMBRANCE 2023.01.05

한국교회 트렌드?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한국교회 트렌드 2023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책을 발간했다. 저자 중 실천신학대학원의 정재영 교수(반가운 이름)가 있어, 책의 이름이며 디자인 자체에서 대번에 비슷한 책이 연상되는 불편함과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살펴보았다. 목차를 보니 2023년 한국교회의 트렌드를 나열한 11개의 영어 표현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레퍼런스 도서는 영단어의 스펠링을 첫글자로 화두를 뽑는(Acrostic) 방식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필요성이라도 있었는데, "Rabit Jump" 라는 식의 연상조차 필요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낯선 영어 단어들로 목차를 채웠을까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그 표현들이 영어가 아니고선 도저히 담을 길 없는 주제의 응축이 있는 것도 아니다. 2장의 제목 '..

REMEMBRANCE 2022.12.12

The Köln Concert

1975년 1월 24일. 밤새 내린 눈은 길위에 질척하게 얼어붙어 번쩍인다. 동쪽 숲에서 시작된 바람은 습기를 머금어 축축하다. 머플러를 단단히 동여보지만 틈새로 스며드는 한기를 막기란 쉽지 않다. 호텔을 나서니 좁은 오거리 길은 만난다. 호텔 앞을 가로지르는 Clever 스트리트를 따라 라인강을 왼편에 두고 걷는다. 차가 많지 않았고 도시는 고요했다. 이정표엔 'Theodor-Heuss-Ring'이라는 낯선 이국의 글자가 적혀 있다. 근처 공원의 이름인지, 아니며 그 공원을 순환하는 도로의 이름인지는 알 길이 없다. 테어도르 호이스 링, 발음이 좋아 몇 번 따라 불러 본다. 근처 아파트의 열린 창문으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아직 서툰 연주라서 곡은 난이도가 높은 마디에서 형편없이 느려진다. 바흐의 골..

REMEMBRANCE 2017.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