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mimnesko 2023. 2. 2. 15:10

- 마태복음 7:13~20

 

 

요즘처럼 말이 풍성한 시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유튜브 채널 몇 개만 보더라도 새삼 감탄할 정도의 언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이 분야의 최고는 TV홈쇼핑 채널의 쇼호스트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연히 채널을 넘기다가 홈쇼핑 채널을 보게 되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아니 그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만해도 살면서 한 번도 필요성을 느껴본 적조차 없었는데... 쇼호스트들의 유려한 말솜씨에 휘감기다보면 어느새 '저건 하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야말로 마력 같은 힘이지요.

 

'말'을 잘 하는 걸로는 목회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듣다 보면 정신이 어질해질 정도로 말을 잘하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목회자들과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말을 끊기도, 대화에 참여하기도 벅찰 때가 많습니다. 다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으셔서 그런 듯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박식한 목회자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 그 박식함을 유려한 말들로 배열하는 솜씨 역시 담고 싶은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말을 잘 한다고 해서 글도 잘 쓰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목회자들의 설교는 말이자 곧 글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아닌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은 설교 원고를 작성한 뒤에 강단에 섭니다. 지금은 은퇴하신 어느 목사님은 A4 여섯 장의 빼곡한 원고를 몽땅 외운 상태로 강단에 서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설교는 다소 '문어체'이기도 했습니다. 문장의 호응, 주어와 술어의 배치, 접속사의 사용 등은 틀림없이 잘 짜여진 원고의 힘이었습니다. 

 

유려한 말솜씨의 목회자들이 간혹 설교에서는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말의 무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설교는 일상의 잡담과는 달리, 내가 전하면서 동시에 내가 살아내야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대부분의 설교가 유튜브 등으로 남는 시대에는, 비록 나 외에는 아무도 관심 갖기 않는 설교 한 편이라고 하더라도, 그 말의 무게는 사석의 대화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무거운 말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설교자의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설교자가 그 '말'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 목회자가 자신이 강단위에서 늘어놓은 말의 열매를 교회와 성도의 삶 속에서 맺는 것입니다. 때문에 좋은 설교자란 한 편의 감명깊은 설교를 봐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설교자의 삶과 열매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건 유튜브나 설교 영상으로도, 또 설교집 한 권으로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슬프게도 이 시대엔 자신의 설교와 자신의 삶이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 있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게 된다는 오늘의 말씀은, 그래서 늘 서늘합니다. 열심히 노력해보지만, 늘 내가 삶에는 부족하고 모자란 열매들만 수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 스스로가 좋은 나무이길, 그래서 삶의 결과로 좋은 열매를 결실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