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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True Detective

영화 '제인 에어'는 아무런 기대 없이 봤다가 깜짝 놀랐던 영화였다. 이미 잘 알려진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나 꽤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1990년대 초반의 일이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을 맡았던 '후크'를 보았을 때, 나는 영화화, 라는 단어가 가진 광범위한 폭력의 실체를 알알이 경험했다. "세상에 40살 먹은 피터팬이라니!!" 망할 놈의 스필버그를 외치며 충무로 대한극장을 박차고 나왔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래서 '오만과 편견'이나 '위대한 개츠비', '반지의 제왕'이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등의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좁쌀만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마다의 상상력이 점령한 공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획일..

REVIEW/MOVIE 2015.07.29

[연극] 햇빛샤워

효선이가 강력하게 추천했던 연극을 가까스로 보았다. 종연 하루 전이기도 했고, 낮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리기도 했고, 인터넷 예약이 안 되어서 전화로 겨우겨우 예약을 하기도 했고, 하필 그 예약한 자리가 더블이 나서(기다리다 보니 더블 부킹이 된 좌석이 적지 않아 보였다. 자리를 안내하던 직원들은 '전산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는데, 그건 종종 의사들이 '신경성'이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한 일이다) 예약과는 달리 좀 엉뚱한 자리에서 보기도 했기 때문에 '가까스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극단 이와삼의 장우재 대표가 자신이 쓴 희곡을 직접 연출했다. 효선이의 이야기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가변적으로 움직이는 무대의 연출 역시 훌륭했다. 씽크홀, 이라는 말이 조금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말 그대로 씽크(sin..

REMEMBRANCE 2015.07.29

소문 듣고 찾아 간 메밀국수집

살고 있는 곳이 북촌, 서촌, 부암동과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주말이면 상황이 좀 더 심각해져서 도로 주변에는 온통 대형 관광버스 들이 무턱대고 주차를 하는 탓에 평일 출퇴근길만큼이나 혼잡해져 버린다. 근처 음식점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꽤 괜찮았던 식당(아무래도 동네다 보니까 자주 가게 되죠)은 금새 소문이 나서 다음에 찾아가면 앉을 자리조차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게다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맛도 금새 바뀌어 버린다. 얼마 전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간신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주문한 음식을 먹다 보면, "음...?"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뭔가 잔뜩 기대한 얼굴로 앉은 사람들이 음식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지르며 각자 사진기나 휴대전..

REVIEW 2015.07.07

달팽이

Sony RX-1 Carl Zeiss T* 35mm F2.0 어쩌다보니 달팽이가 네 마리나 생겼다. 사실 알(달팽이가 알에서 태어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은 6개를 분양받았는데 막상 부화를 시켜놓고 세어보니 네 마리다. 다른 두 마리의 행적에 대해선 아직도 묘연하다. 나머지 네 마리가 맛있게 냠냠 먹어버렸다는 설도 있는데, 달팽이는 대부분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럼 도대체 두 마리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집을 몰래 빠져나와 먼 여행이라도 떠난게 아닐까? 마치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모래톱에서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꼬마 거북이들처럼, 밤마다 사그락 사그락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서 창틈이며 벽 사이를 기어가는 달팽이..

REMEMBRANCE 2015.07.05

클릿페달 적응 중...

iPhone5 최근에 자전거를 점검하면서 페달을 교체했다. 지금은 일본에서 알콩달콩 보내고 있는 Tim에게 양도받은 Look 클릿을 내내 보관만 하고 있다가, 일단 설치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바이크 클리닉 미캐닉에게 부탁을 드렸다. "전에 클릿 페달 사용해 본 적 없으시죠?" "...네." 그러자 미캐닉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손가락을 세 개 펴서 나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세 번은 넘어지실 거에요." "...네?" "클릿페달은 세 번은 제대로 넘어져야 적응한다는 뜻이죠. 저도 세 번 넘어졌어요." 이미 제대로 한 번 넘어지고 난 뒤라 가뜩이나 풀이 죽어 있었는데 이런 먹구름 가득한 예언이라니! 내가 자전거를 안고 넘어지는 걸 상상해 보면 된다. 실제로 최근에 제대로(?) 넘어질 때에도 나..

REMEMBRANCE 2015.07.03

경춘선

Lomo LC-A _경춘선 무궁화호 안에서 최근에서야, 경춘선이 전철화되어 더이상 무궁화호가 달리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서 말 그대로 화들짝 놀랐다. 대학교MT(나중에 '모꼬지'라고 이름도 바꾸어 불렀다)의 대명사와도 같던 대성리를 가기 위해 청량리 역에서 무궁화호에 올라타서 1시간 남짓한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사람들에게는 아쉽다 못해 땅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일 것만 같았다. 90년대 초반, 당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무작정 춘천에 살던 선배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딱히 약속한 것도 없고,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보급되어 있던 시절도 아니라 만약 선배가 있을만한 곳에서 못 찾으면 영락없이 미아가 될 형편이었지만 어지간히 끓어오르는 핏덩이가 몸속에 있던 때라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림대와 강원..

순진한 기독교 :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세를 암흑의 시기로 보는 것은 다분히 인본주의자들의 시선이다. 교황의 절대적인 권력 아래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이 실종된 중세시대는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2/3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된다, 는 식의 접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꽤 우울한 그림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본주의자'들의 입장에선 오히려 이 시기야말로 어떤 혼란과 혼돈이 없던 매우 선명한 시기였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질문조차 거세된 삶은 단순하고 질서 정연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이유는 종교적인 판단으로 귀결된다. 즉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 얼마나 명쾌하고 즐거운가. 단순무식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단순하고 무식한 것에는 결코 적지 않은 '힘'이 있다. 다양성과 단순함의 싸움이라면 그건 해보나 마나한 ..

REMEMBRANCE 2015.06.16

world spices

world spices Lomo LC-A with Fuji Xtra400(ISO 400) Filmscan by Nikon LS40ED copyright(c)2015 mimnesko.tistory.com 프레쉬니스 버거 홍대점. 최근엔 한국에선 완전히 철수한 듯 아쉽게도 거의 볼 수가 없다. 동경 캣츠 스트리트가 끝나는, 시부야와 맞닿은 곳에서 한참을 다리를 쉬며 맛나게 먹었던 치즈 버거의 기억 덕분인지 여전히 모스버거보단 프레시니스 버거가 더 친숙하고 맛있게 느껴진다. 우연히 홍대에서 프렌차이즈를 발견하곤 기쁨의 함성을 질렀지만, 썰렁한 매장을 보며 '오래 못 가겠군' 싶었는데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고객의 주문과 함께 패티를 굽고 빵을 데운다는(즉 미리 만들어놓고 데워주는 게 아니라는) 기업의 방침으로..

부상(負傷)

지난 12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나름 꾸준히 운동을 했다. 무엇보다 3일 이상 운동을 쉬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업무 중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운동시간은 45분 내외.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상황. 처음 PT로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45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유산소 서킷이 중심이 되었다. 런지, 사이드 스텝, 제자리 달리기, 버핏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설레 설레하는 서킷 중심으로 2개월 정도를 운동하며 기초체력을 끌어 올리려 노력했다. 이후 유산소와 함께 웨이트를 시작한 뒤로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부상에 대해 나름의 대비를 했다. 충분히 웜업을 하고 운동 전 스트레칭 역시 늘 하던 순서대로 빠짐없이 반복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상체나 하체 운동 후에 뻐근함이나 근육..

REMEMBRANCE 201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