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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평양면옥

평양냉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심심한 듯 싱거운 육수입니다. 자극적인 맛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닝닝한' 육수에 파를 송송 썰어 넣은 것도 평양냉면, 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냉면 위에 올려지는 고추가루의 유무로 의정부 평양냉면과 장충동 평양냉면으로 나뉩니다. 오늘은 근처에 일을 핑계 삼아 평양냉면의 본가인 '의정부 평양면옥'에 다녀왔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필동면옥과 을지면옥 역시 의정부 평양면옥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일가를 이룬 냉면집이죠. 토요일 늦은 오후라 생각보다 복잡하진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면수를 내어 줍니다. 육수가 아니라 메밀면을 삶은 면수입니다. 평양냉면의 본가인 의정부 평양면옥까지 왔음을 절절히 증명하시는 숟가락과 젓가락입니다. 불..

REVIEW 2014.08.10

포천 미미향

중국음식이란 원래 '배달음식'이고 전화 한 통화면 집까지 알아서 배달해 주는 게 당연했던 대학 시절, 신촌에서 탕수육으로 꽤 유명했던 '홍매'를 접하고 나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 맛있는 집은 '배달해 주지 않는다', 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촌과 연남동 근처의 화상 중국집을 순례하며 '진정한 짬뽕'이니 '궁극의 짜장'이니 하며 나름의 미슐렝 가이드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근 지인들의 사진을 보다가 문득 그 때의 열정이 화르륵 살아나서, 늦은 오후에 서둘러 예약을 하고 두 시간 가까운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미미향. 휴가철이라 오가는 길이 복잡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한산해서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시원한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간 저녁 선선..

REVIEW 2014.08.08

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내어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고사성어, 마부위침(磨斧爲針). 요즘 이 말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삼 시간의 소중함도 느끼고 또 고마움도 느끼고 있습니다. 부단히 살아왔던 거 같은데 막상 평평한 저울 위에 지난 시간들을 올려놓고 보면 쓸모없거나 당장 필요없는 것들로만 가득한 과체중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우연히 어느곳에서 '완장을 채워주면 노예가 노예를 부린다'라는 말을 보았습니다. 축약된 의미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합니다. 조금 더 지혜로웠으면 좋겠습니다. Fin

REMEMBRANCE 2014.08.01

[동경] 우에노에서 아사쿠사까지

2014년 4월 이후론 소비세의 증세 때문에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나리타 공항에서 동경 시내로 진입하는 방법 중 일반 전철 외에 스이카-넥스(Suica-NEX)가 있었다. 외국인에 한해 여권을 보여주고 우리나라 교통카드와 흡사한 스이카(suica) 카드를 발급받으면 지정좌석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NEX) 왕복티켓을 파격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지정좌석으로 편하고 빠르게 동경 시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스이카 넥스의 또 하나의 장점은 도착지(신주쿠나 동경역)에서 JR을 한 번 더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동경역에서 우에노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늘의 미션은 "우에노에서 100엔 버스를 타고 아사쿠사로 간다" 이전까진 일본의 버스를 이용해 본 적..

SOUVENIR/Japan 2014.07.18

일각수의 꿈

누군가 나에게 하루키 소설 중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상실의 시대'(원제는 노르웨이의 숲, 이지만 사실 한글제목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물론 하루키는 동의하지 않겠지.)를 추천해 주곤 했다. 개인적인 호감의 순위로 본다면 '상실의 시대'는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딩'보다 조금 앞선 순위이고, 'TV 피플'보단 조금 아래였다. 전체적으론 중간(확고하게 '댄스 댄스 댄스'가 중간을 차지한다)보단 좀 아래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시대'를 선뜻 권하게 되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상실의 시대'는 하루키를 이해하는 리트머스와도 같은 책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상당한 분량이다. 하루키는 완성도 높은 단편을 잘 쓰는 작가다. 그런데 한 번 길게 쓰기 시작하면 도대체 어디쯤에서 ..

REVIEW/BOOK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