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의정부 평양면옥

mimnesko 2014. 8. 10. 02:12

평양냉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심심한 듯 싱거운 육수입니다.

자극적인 맛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닝닝한' 육수에 파를 송송 썰어 넣은 것도 평양냉면, 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냉면 위에 올려지는 고추가루의 유무로 의정부 평양냉면과 장충동 평양냉면으로 나뉩니다.

 

오늘은 근처에 일을 핑계 삼아 평양냉면의 본가인 '의정부 평양면옥'에 다녀왔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필동면옥과 을지면옥 역시

의정부 평양면옥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일가를 이룬 냉면집이죠.

 

 

 

토요일 늦은 오후라 생각보다 복잡하진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면수를 내어 줍니다. 육수가 아니라 메밀면을 삶은 면수입니다.

평양냉면의 본가인 의정부 평양면옥까지 왔음을 절절히 증명하시는 숟가락과 젓가락입니다. 불고기 메뉴도 있었네요?

 

 

 

냉면과 함께 '제육'을 주문했습니다. 워낙 호평이 많았던 제육이라 꽤 기대를 했었는데 차갑게 내어 주는 제육 맛이 역시 제대로입니다.

기억으론 필동면옥의 제육도 상당히 훌륭했었는데 이것 역시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가족이니까요.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도 적절하고, 삶아낸 정도와 서빙된 상태 역시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양념장(아마도 비빔냉면의 양념이 아닐까 합니다)에 찍어서 먹어도 좋고, 또 냉면과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함께 간 아내는 냉면보단 따뜻한 게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한 만두국.

만두국의 국물도 특별히 자극적인 맛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만두국의 국물맛이 아니라, 따뜻한 냉면육수에 약간 칼칼한 양념을 한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조화가 꽤 훌륭합니다.

보통 만두국을 먹을 땐 만두를 따로 건져내어 먹곤 하는데 이곳 만두국은 오히려 국물과 함께 먹는 편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만두가 무려 6개. 속도 꽉꽉 채운 제대로 만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가의 의정부 평양냉면. 역시나 맑은 육수에 파 송송, 고추가루 조금.

제육과 소고기 편육이 하나씩 담겨있고 그 위에 삶은 계란이 올려져 있습니다. 육수가 강한 맛이 없다보니 메밀면의 맛을 보다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 냉면집의 미끌미끌한 면이 아니라 조금 거친 느낌이라 적당히 질긴 면을 끊어 먹는 맛도 재밌습니다.


 

소고기 편육과 함께 한 입 가득.

 

 

요즘 며칠은 일을 핑계 삼아 그동안 리스트에만 담아뒀던 노포집을 한 군데씩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자리에서 50년 가까이 장사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그게 음식장사일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주방 상태에 따라, 또 재료에 따라 그 때마다 달라지는 맛을 잘 관리하는 능력도 필요하고, 오랜 단골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고집도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고집스런 맛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노포집들이 아직 주위에 적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