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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무라카미 하루키)

이문열의 말처럼, 누구나 인생에 한번 쯤은 신춘문예라도 응모할 듯이 원고지를 휘갈기고 싶을 때가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배설의 욕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 당시 내 책꽂이에는 몇몇 작가의 책들이 편협하게 꽂혀 있었다. 우선 이문열의 책들(삼국지를 제외한)이었고,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이문열 전집까지 10권 남짓한 그의 책들이 있었다. 이후 김승옥의 소설이 문학동네에서 컬랙션으로 출간되어 모두 구입했다. '무진기행'이라는 단편으로 이름만 아는 정도였던 김승옥의 소설은 놀랍게도 여타의 책을 지그시 눌러줄 수 있는 압력을 가지고 있었다. 왜 이어령 씨가 이 분을 호텔방에 감금(?)까지 하며 이상문학상의 첫번째 수상을 안겨 주었는..

REVIEW/BOOK 2010.08.13

나는 기독교인이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2010년을 살아가는 나는, 사회적으로 '개독교인'이다. 누가 만든 단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개신교 기독교인'을 줄여서 '개독교'라 부르는 말이다. 그런 말줄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기분 상할 일도 없고, 나름 경각도 되는 말이다. 그래도 나는 기독교인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 중에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거나 기독교의 종교적 가치를 고스란히 살아가는 사람이 지독하게 적다는 것에 동의하더라도, 미안하지만 나는 기독교인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천주교와 개신교로 나뉜다고 말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원래 기독교가 나뉜 적도 없을 뿐더러, 일견에서는 천주교를 '사특한 이단'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고, 또 천주교 일각에서는 루터란 처치 즉..

REMEMBRANCE 2010.08.12

iOS 4의 기능들..

도아(www.offree.net)님이 올려주신 iOS4의 기능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포스팅 합니다. 참고로 저는 아이폰 사용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정확히 아이폰에서 어떤 기능이 어떻게 구현되는 지에 대해선 상식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S4는 꽤나 부러운 구석이 많습니다. 이 글은 특정 OS에 대한 리뷰도 아니고(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일방적인 찬사도 아닙니다. 그저 '사용자 중심'이라는 말이 생소한 IT 환경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의 푸념 정도입니다. iOS4는 이름 그대로 애플의 아이폰(iPhone)의 운영시스템을 말합니다. 알려져 있듯 애플 컴퓨터는 데스크탑 메이커였고, 디자인이나 홈스튜디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돈 버는' ..

REMEMBRANCE 2010.08.11

묘한 위화감.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다 보면, 보통 2~3명의 서로 다른 물건을 파는 행상을 만나게 된다.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판매하는 방식 역시 다양하다. 대뜸 크게 소리부터 버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에 걸게끔 되어 있는 핸즈프리 마이크로 조근 조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신경질적으로 고무장갑을 쥐어뜯는 아주머니가 있는가 하면, 예리한 칼날로 종이를 썩둑썩둑 썰어내는 분도 있다. (이분이 판매하는 건 예상대로 칼을 연마하는 숯돌이다. 조금 탐났다) 하지만 어떤 형태이든지 붐비는 아침 지하철 안에선 환영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요즘 자주 만나는 기이한 차림의 아저씨(혹은 할아버지? 여튼 4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까지 가늠할 수 없는 외양을 하고 있다)는 판매하는 물건부터 외양까..

REMEMBRANCE 2010.06.18

Invictus

최근에 본 영화 인빅터스(Invictus). 모건 프리만과 맷 데이먼의 흠잡을 때 없는 연기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미스틱 리버'부터 한결같이 사회의 묵직한 주제를 거침없이 다뤄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력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1996년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아공 대표팀의 이야기와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만델라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허구라고 해도 믿기 힘든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으로 백인 주류사회를 향한 무장 봉기를 주도했던 혁명가였으며, 동시에 30여년간 정치범으로 수감되었던 범죄자였고, 이어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1994~1996)이었던 넬슨 만델라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만델라 스스로가 자신의 ..

REVIEW/MOVIE 2010.05.12

42nd ST. NY

세계 공연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42번가. 브로드웨이에서 42번가로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국내 업체들의 대형 광고사인을 보고서야 뉴욕을 실감하고, 내가 한국에서 비행기로 14시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의 풍경에서 잠시 숨을 돌리던 시간. 저 멀리 센트럴파크가 보인다. Fuji S5pro copyright(c)2009 mimnesko. all rights reserved.

SOUVENIR/New York 2010.04.28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 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 무심하게 건네는 인사만큼 사람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일이 없단 생각이 든다. 오래전 신경숙의 '깊은 슬픔'을..

REMEMBRANCE 2010.04.20

trend?

트렌드는 추세나 동향을 뜻하는 말이다. 트렌디(Trendy)하다는 말은 이러한 추세나 동향을 잘 안다는 의미에서 '최신 유행하는'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트렌디 하다'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못한 국어사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나쁜 어감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런데 요즘의 트랜드가 '커피', '사진', 'SLR'이란 식의 태그로 만들어질 때는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단순한 반골기질이라기 보다는 요즘의 대중성, 즉 트렌디라는 단어 속에 담겨있는 폭압성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부암동이란 동네가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택시기사들조차 다시 이름을 물어보는 서울속의 외지였다. 나는 가끔 이곳을 카메라 하나의 간소한 차림으로 마실삼아 돌아다니곤 했다. 불현듯 시작된 골목..

REMEMBRANCE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