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나는 기독교인이다.

mimnesko 2010. 8. 12. 19:58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2010년을 살아가는 나는, 사회적으로 '개독교인'이다. 누가 만든 단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개신교 기독교인'을 줄여서 '개독교'라 부르는 말이다. 그런 말줄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기분 상할 일도 없고, 나름 경각도 되는 말이다. 그래도 나는 기독교인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 중에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거나 기독교의 종교적 가치를 고스란히 살아가는 사람이 지독하게 적다는 것에 동의하더라도, 미안하지만 나는 기독교인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천주교와 개신교로 나뉜다고 말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원래 기독교가 나뉜 적도 없을 뿐더러, 일견에서는 천주교를 '사특한 이단'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고, 또 천주교 일각에서는 루터란 처치 즉 리폼드 처치(Reformed Church, 개혁교회)를 '커뮤니티[각주:1]'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냥 천주교과 개신교과 적과의 동침처럼 한 이불 덮고 있는 것이 한국의 기독교라고 보는 것이 한국 교회사를 통해 보더라도 설득력을 갖는다.

왜 기독교가 아니라 개독교인가?
그럼, 왜 기독교가 '개독교'로 비아냥 거릴 만큼 문제가 많은 집단이 되어 버렸을까?
대부분의 이유를 '목회자의 자질부족'에서 찾는다. 실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의 자질은 적지 않은 비율이 한심하다. 설득력 있는 비판이다. 과거 70년대, 기도원 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기도원 뒷산 나무 한그루 뽑아 들면 목회자가 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훈훈한(?) 뒷 이야기지만, 그 정도의 지각으로 목회자가 되었으니, 아무런 문제없이 목회자 생활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기적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맏형 교단이라 불리는 예수교 장로회의 이합집산이다. 우선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이나 없을 예정인 분들도 알아야 할 기본지식은, 교단과 교파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전혀 다른 카테고리이나 '냉면'으로 같다, 라는 정도의 사고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다.
감리교, 장로교 등의 교단은 나름대로 신학정 정위를 가지고 분리되었다. 어떤 냉면은 육수가 적고 어떤 냉면은 육수가 많고 정도의 차이다. 그러나, 장로교 내에서 통합이니 합동이니 하는 것을 '교파'라고 하는데 이것의 나눔은 주로 집단의 이익[각주:2]에 따른 나눔에 가깝다. 96년경 예장 합동의 교파가 146개 정도 된다고 하니 할말은 다한 셈이다. 저마다의 교파가 동네 상가 3층에 신학원을 차려놓고 돈을 받고 안수를 준 목사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소수 교파는 어쨌든 자신 교파 소속의 목회자를 한명이라도 더 늘려야 한다는 당위가 있기 때문에 8~90년대에 이렇게 스스로 안수받은 목회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배경이 되었다. 개인의 신앙과 열정이야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만, 스스로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점에서는 객관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는데, 당시 목회자들은 '목사 안수'가 그 모든 비난으로부터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는 어떤 '신분의 획득' 정도로 심각하게 착각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간단하게 짚어 본 두 개의 문제도 머리가 띵할 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 중에는,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고치자, 라는 생각에 스스로 썩어져가는 밀알이 되기로 작정한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희망이 있단 이야기다. 물로 종교 따위야 동네 슈퍼에서 파는 천하장사 만큼의 가치도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야 그 희망이 무슨 희망이겠냐마는,
적어도 '개독교'라 불리며, 스스로 옷을 여미고 자세를 바로 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1. 사실, 교회를 커뮤니티로 간주하는 것은 꽤 많은 논쟁이 포함되어 있지만 여기선 쿨하게 패스. [본문으로]
  2. '이익'이라는 단어의 물질적인 냄새를 지울 수 있다면 좋겠다. 헤게모니 싸움에 경제적 이유가 빠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경제적 이유를 표면화할만큼 한국의 목회자들이 한심하지는 않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