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92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

- 마태복음 5:13~20 오래 전 '감자탕 교회 이야기(양병무 저, 김영사)'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여타의 종교서적과 달리 전문 작가가 아닌 MBA출신, HR파트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분이라는 점과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김영사(지금은 '포이에마'에서 출간합니다)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교회 내부에서 기록한 자화자찬식의 글이거나 혹은 개척해서 대형교회까지 이른 소위 말하는 '교회 성공기'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이름이 '감자탕 교회'라니 그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물론 교회의 정식 이름이 '감자탕 교회'는 아닙니다. '광염교회'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었지만 감자탕 집 3층, 5층에 세들어 있는 교회의 간..

MIDBARR 2023.01.27

마태가 기록한 여덟가지 복

마태복음 묵상을 하면서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옮겨봅니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는 성경 본문을, 성도들이 보다 쉽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도록 사역(私譯)한 것입니다. 특별히 팔복의 본문은 메시지 번역을 꼭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예 만세를 불러도 좋다!'라는 경쾌한 번역의 성경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마태복음 5:1~12 1-2 예수께서 자신의 사역으로 인해 큰 무리가 몰려드는 것을 보시고 산에 올라가셨다. 예수께 배우고, 그분께 인생을 건 사람들도 함께 올라갔다. 조용한 곳에 이르자, 예수께서 자리에 앉으셔서 산행에 함께 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은 이렇다. 3 "벼랑 끝에 서 있는 너희는 복이 있다. 너희가 작아질수록 하나님과 그분의 다스림은 커진다..

MIDBARR 2023.01.26

벼랑 끝

- 마태복음 5:1~12 삶이란 참 위태해서, 때때로 자신의 발끝이 벼랑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우리 삶에서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지만 삶이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를 날선 바람이 귀를 때리는 벼랑의 가장자리에 서게 할 때가 있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종종 '우물'이라는 은유로 이런 삶의 정황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깊은 우물 속에 놓인 사람은 작은 동그라미의 하늘 위로 찰나같이 지나는 한줌의 태양을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동그라미 속 하늘은 그가 가진 세계의 전부입니다. 그 가장자리를 따라 해가 뜨고 계절이 지나갑니다. 대단히 거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사람은 자신만의 동그란 하늘밖에는 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보다 더 잘 보여..

MIDBARR 2023.01.26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

- 마태복음 3:1~12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이 페르시아의 침략을 막아내고 기적적으로 승리한 후 필리피데스 라는 한 병사는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40킬로미터의 거리를 쉼 없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승전보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승전의 소식을, 기쁨의 소식을 전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숨가쁘게 40여 킬로미터를 달려온 뒤, 사람들에게 승리의 소식을 알린 뒤 필리피데스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기념해서 마라톤 경주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필리피데스는 마라톤 평원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외치면서 달렸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승리의 소식이 필요한 것은 비단 아테네 도시의 사람들만은 아니었기에 마을이..

MIDBARR 2023.01.23

그의 별을 보고

- 마태복음 2:1~12 지난 가을,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숙소엘 간 적이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청량함과 온통 붉게 물든 나뭇잎들로 가득한 산속 풍경에 복잡했던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어스름한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하늘이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하나씩 드러나던 별들이 어느새 하늘 가득 채워졌습니다. 인공의 빛이라곤 한줌도 없는 깊은 산속. 아직 달도 뜨지 않은 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고대인들이 왜 그렇게 별 자리에 심취했는지 저절로 알 것만 같았습니다. 단지 도심에 산다는 이유로, 또 높은 아파트에 갇혀 산다는 이유로 날마다 펼쳐지는 이 장엄한 우주의 광경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 유성 하나가 지나갔습니다...

MIDBARR 2023.01.21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

- 마태복음 1:18~25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대구 지하철에서 방화로 인한 끔직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2003. 2. 18). 무려 1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사건은 고의로 인한 방화에 미흡한 대처 등이 범벅이 되어 벌어진 참혹한 인재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또 아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들고서 중앙로 역을 찾은 가족들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하고, 원래는 화재의 확산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는데 당시엔 오히려 피해자를 화마 속에 가둔 꼴이 되어 버렸던 방화셔터에 가득 남겨져 있던 수없이 많은 손바닥의 자국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당시 사고를 수습했던 소방관이 얼마전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 사건 이후론 지하철을 못 타게 되었다는 말을 할 때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

MIDBARR 2023.01.20

이사갈 준비

- 마 1:1~17 대학교 선배 중 '냉수 한 그릇'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CCM 가수가 있었습니다. 기타 한 대 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힘을 가진 멋진 선배였습니다. 어느 날 자신이 만든 '할머니의 기도'라는 독특한 이름의 찬양을 한 곡 부르겠다면서 그 노래의 배경이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믿음을 가지시고 또 교회에 출석하게 된 할머니는 어느 날 교회에 다녀오셔선 갑자기 성경을 꺼내 마태복음 1장을 읽으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신약성경을 읽으시려나보다 했고, 그래서 마태목음 첫 장을 읽으시나보다 했는데, 그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전히 마태복음 1장만 읽고 계신 것입니다. 사실 1장의 내용은 누가 누구를 낳고 또 누가 누구를 낳고 하는 내용뿐입니다. ..

MIDBARR 2023.01.19

여호와여 돌아오소서

- 민수기 10:11~36 몇년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한 김혜자 배우가 수상 소감이 꽤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의 대사 일부를 소감으로 대신했었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닌 배우 김혜자로서 담담히 읽어내려가는 그 내용은 보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김혜자 배우가 상을 받고, 전혀 예상하지 못헀던 수상이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했던 첫 마디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편 18:1) 그건 배우가 준비한 말도, 또 의도한 말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감탄처럼, 한숨처럼, 탄식처럼, 기쁨처럼 토해냈던 말이었기에 시편 기자의 고백은 이제 그녀의 오롯한 고백이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순간, 내 입에서 ..

MIDBARR 2023.01.18

명령과 약속의 은 나팔

- 민수기 10:1~10 군대에서 받는 여러 훈련 중에 매우 귀찮은 훈련 중 하나가 '전투준비태세'라는 훈련입니다. 사실 군대에서 경험하는 강도 높은 훈련(유격훈련이나 혹한기 훈련 등)도 힘들고 귀찮긴 하지만 전투준비태세, 보통 준비태세라고 부르는 이 훈련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이 훈련은 말 그대로 '전쟁이 일어났다'라는 가정에 따라 가장 신속하게 전투에 임하는 모든 과정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사이렌이나 구두로 '데프콘'이 발령되면 그게 언제든 간에(밤이든 낮이든), 신속하게 개인 짐을 꾸려서 작전 지역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을 완료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파기할 물건들과 후송할 물건, 여러 집기들에 대한 표기도 마쳐야 하고 전쟁에 필요한 모든 물자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기에 '적이 화생방 무기를 ..

MIDBARR 2023.01.17

구름이 떠오를 때

- 민수기 9:15~23 오래 전에 읽은 책 중에 '나의 결정과 하나님의 뜻'(게리 프리슨, 로빈 맥슨 공저, 생명의 말씀사)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습니다. 순전히 그 제목 때문에 손이 갔던 책입니다. 그 이후에 '하나님의 뜻'(존 맥아더, 베드로서원)이라는 책도 보게 되었는데, 역시 순전히 그 제목 때문에 손이 갔던 적이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라는 것 아닐까요? 하나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기 원하실까, 하나님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길 원하실까, 하나님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길 원하실까...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깨끗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MIDBARR 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