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이사갈 준비

mimnesko 2023. 1. 19. 06:00

- 마 1:1~17

 

대학교 선배 중 '냉수 한 그릇'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CCM 가수가 있었습니다. 기타 한 대 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힘을 가진 멋진 선배였습니다. 어느 날 자신이 만든 '할머니의 기도'라는 독특한 이름의 찬양을 한 곡 부르겠다면서 그 노래의 배경이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믿음을 가지시고 또 교회에 출석하게 된 할머니는 어느 날 교회에 다녀오셔선 갑자기 성경을 꺼내 마태복음 1장을 읽으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신약성경을 읽으시려나보다 했고, 그래서 마태목음 첫 장을 읽으시나보다 했는데, 그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전히 마태복음 1장만 읽고 계신 것입니다. 사실 1장의 내용은 누가 누구를 낳고 또 누가 누구를 낳고 하는 내용뿐입니다. 그마저도 익숙치 않은 이름들이 가득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너뛰거나 후루룩 읽고 마는 내용인데, 마치 외울 듯이 1장만 읽고 계신 할머니가 슬슬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물어봤습니다.

 

"할머니. 오늘도 여기 읽고 계시네요? 왜 2장이나 3장은 안 읽으시고 계속 마태복음 1장만 읽으세요?"

"뭐...?"

"왜 마태복음 1장만 읽으시냐고요. 별로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데요..."

그러자 할머니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빙긋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갑수야. 이제 내가 살 날보단 죽을 날이 가깝잖니? 그런데 목사님이 저번에 예수님 믿으면 죽는 게 아니라 천국으로 이사를 가는 거라잖아."

"네... 그런데요?"

"이 녀석아, 그럼 천국에 가서 이 양반들을 쭉 만날 텐데, 내가 이름이라도 알고 있어야하지 않겠니? 이사 준비가 별거냐? 이름이라도 외워 둬야, 아 이 사람이 누구 자식이구만, 할 거 아니냐?"

 

20년도 전에 들은 이 이야기가 마태복음 1장을 펴기만 하면 저절로 떠오릅니다. 이사갈 준비가 별 거인가요? 천국에서 이 분들을 뵈면 이름이라도 제대로 불러드려야죠. 그런 마음으로 마태복음 1장 1~17절을 읽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