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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walk

시모기타자와 역은 두 개의 노선(노선명은 잊었다)이 교차하는 곳이다. 서로 다른 색깔의 전철이 쉴 새 없이 지나기 때문에 기껏해야 몇분 간격으로 경고음이 들린다. 그리고 차단기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이 정도면 복잡한 교차로의 신호등보다 바쁘다. 다음 신호를 기다리며, 다시 태어나도 시모기타자와의 미나미 방향 출구 앞 차단기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아! 라는 결연한 마음이 생길 정도다. contax T2/Xtra400/LS40ED copyright(c)2012 bimanual.com

SOUVENIR/Japan 2012.03.14

반영

소란스러운 일이 많을 땐 창경궁엘 가보는 게 좋다. 그곳 역시 관광객이 적지 않은 곳이지만, 사람들과 조금만 떨어져 몇 걸음만 걸어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세월의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몇백 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나무와 돌, 그리고 알싸한 그곳의 공기. 마치 화폭을 옮겨 놓은 듯 반듯한 네모의 연못위로 오랜 세월동안 투영을 거듭했을 방향없이 빛의 흔적이 남아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오는 것과 또 가는 것. 때로는 기쁜 것과 슬픈 것의 얇은 경계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Minolta Dynax7/85mm/Xtra400/LS40ED copryright(c)2012 bimanual.com

REMEMBRANCE 2012.03.13

어떤날

아직 고등학생이던 시절 내 소니 워크맨에는 늘 퀸(Queen)의 라이브 앨범(Live Killers)이 들어 있었다. 이후, 이런 저런 용돈을 모아 처음 구입했던 아이와(aiwa) 씨디플레이어(CDP)에는 엉뚱하게 '레드 제플린'이었다. 딱히 록 음악을 좋아해서라기보단, 가요에서 느끼기 어려운 소리의 양감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들국화 이후의 가요란 다들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고 무엇보다 시시했다. 그 시절에는 노른자를 빼먹은 계란 흰자같은 음악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당시 이수만은 무대가 어색한 가수였던 시절이고 이문세는 가수보단 DJ가 체질에 맞아 보였다. 그래도 대학가요제 출신의 유열과 함께 의기투합한 '마삼트리오'는 당시 라디오 공개방송의 최고 예능게스트였다. 여학생들이 '별이 빛나는 밤에..

REMEMBRANCE 2012.03.07

배려

주일 오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근의 '국물녀' 사건이니 '채선당' 사건이니 하는 이슈가 나왔다. 두 사건 모두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재생산되어 사건의 진위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나름의 여론재판이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두 사건 모두 경찰의 수사를 통해 극적 반전이 있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국사회에 '배려가 부족하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극심한 빈곤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에서도 이런 각박함이 보인다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들이었다. 무엇보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조차 - 그들의 살림살이는 분명 수십 년 전보다 월등히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자살 등 어떤 지..

REMEMBRANCE 2012.03.07

붕어빵

시모기타자와 골목길의 붕어빵. 천원을 내면 네다섯 개를 담아주는 한국의 붕어빵과 달리 한 개에 120엔(1,400원 정도?)이나 하는 가격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길래, 하는 마음으로 사봤던 붕어빵. 결론은 앞으로도 천원에 4개를 꼭 먹어야겠다는 굳은 다짐. 최근엔 신오쿠보 근처에 한국식 붕어빵 집이 생겨서 성업중이라고도 한다. 120엔에 4개나 담아 주면, 정말 깜짝 놀라겠지? contax T2

SOUVENIR/Japan 2012.03.06

Shimano 구동계

자전거를 비교하기 위해 제품의 스펙을 살펴보다 보면 유난히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다. '프론트 드레일러 : 시마노 Sora, 리어 드레일러 : 시마노 Tiagra' 뭐 이런 식이다. 드레일러가 정확히 어떤 부품인지, 또 허브가 어떤 부품인지 알지 못해도 어떤 회사의 제품이 구동계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전거의 '구동계'는 변속기(레버), 크랭크, 허브, 체인, 스프라켓 등을 포괄하는 단어이다. 말 그대로, 페달에 발을 얹고 힘을 주었을 때 자전거의 두 바퀴를 움직이게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에 따라 유연하게 기어를 변속하는데 필요한 모든 부품들인 셈이다. 구동계는 정밀하고 견고한 부속들이며 자전거의 주행성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 신뢰를 형성한 브랜드가 눈에 띄기..

REVIEW/ETC. 2012.03.06

Giant SCR1 2012

2012년형 SCR1(Black) 찾은 사진이 어째서 2011년형. 12년은 데칼이 조금 바뀌었다. 처음 구입했던 자전거(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는 일산 이마트에서 말 그대로 '쇼핑'했던 알톤 흰색 MTB였다. 이마트에서 '이 제품은 타고 가셔야 한다'라고 하길래, 확 취소/환불한다고 으름장을 놓아 집으로 배송을 받았던 그 녀석은, 저녁운동 겸 호수공원을 왔다갔다하며 꽤 쏠쏠하게 타고 다니다가 일산을 떠나던 날 주차장 구석에 겨우내 쌓인 먼지와 함께 고이 모셔놓고 왔다. 다시 자전거를 알아보게 된 건 차를 몰고 가긴 애매하고 그렇다고 대중교통은 더 애매한 출퇴근 길 때문이었다. 좀 더 솔직하자면 몇년 동안 손에 익었던 카메라를 모두 내다 판 후의 지독한 공허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자전거와 카..

REVIEW/ETC. 2012.03.05

작은 결심

사람이 하는 결심 중에 '작은 것'이 있을까? 어떤 결정이든 마음 속을 몇번이나 메아리 쳐서 나온 것임을 알기에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거대한 세상에서 뭔가 '큰 뜻'이 되지 못한 자격지심이 결심조차 작게 만드는 구나,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난다. 그래도 역시 작은 결심이다. 지난 1년간 지리하게 이어져 오던 프로젝트 하나를 마음속으로 내려놓기로 했다. 손해는 막심하다. 심적 손해와 더불어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물적 손해도 입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반대로 말하는게 맞겠다. 물적 손해도 입었지만,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상을 입었다. 그래서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늘 어느 갈등 구조에 서게 되면 쉽게 내려 놓는 성격이었다. 내가 약간의 손해를 보는 것이 모두에게 평화를 주는 일이라면 ..

REMEMBRANCE 201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