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41

소문 듣고 찾아 간 메밀국수집

살고 있는 곳이 북촌, 서촌, 부암동과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주말이면 상황이 좀 더 심각해져서 도로 주변에는 온통 대형 관광버스 들이 무턱대고 주차를 하는 탓에 평일 출퇴근길만큼이나 혼잡해져 버린다. 근처 음식점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꽤 괜찮았던 식당(아무래도 동네다 보니까 자주 가게 되죠)은 금새 소문이 나서 다음에 찾아가면 앉을 자리조차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게다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맛도 금새 바뀌어 버린다. 얼마 전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간신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주문한 음식을 먹다 보면, "음...?"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뭔가 잔뜩 기대한 얼굴로 앉은 사람들이 음식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지르며 각자 사진기나 휴대전..

REVIEW 2015.07.07

[속초] 그리운 보리밥

속초에 도착하니 벌써 8시가 넘은 시간. 미리 마음을 정하고 찾아간 식당은 이미 영업이 끝난 뒤. 간단히 요기라도 하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에 동명항 근처를 찾았지만, 큼지막한 대게가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몇몇 횟집을 제외하곤 가족이 함께 조용히 식사할 만한 곳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해마다 여름이며 자의든 타의든 속초를 몇 번은 오곤 했었는데 최근 몇 년 간은 좀처럼 올 기회가 없었다. 그 사이 동명항 근처는 제법 규모있는 번화가가 되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동명항은, 대포항보단 상대적으로 덜 유명했던 탓인지, 천막 횟집들 사이에서 가격을 흥정하고 정체모를 회 한 접시를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던 곳이었는데... 딱히 정한 곳도 없이 길 모퉁이를 돌다가 발견한 밥집, '그리운 보리밥'...

REVIEW 2015.05.06

[광화문] coffest

coffee의 최상급, coffest? 연휴의 마지막 날. 일정에 없던 커피 마실을 가게 되었다. 신촌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귀가 중이었는데, 사직터널을 지나 한산하던 길이 거짓말처럼 꽉 막혀버렸다. 기다려도 정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뒷길로 돌아 접어 든 골목이 성곡미술관 앞. 그리고 마침 커피스트(coffest)가 영업중이었다. 이쯤이면 '운명'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연휴 마지막 날에 뜻밖의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달콤한 치즈 케이크. 커피스트에서 인상적인 것은, 다른 로스터리 카페와 달리,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잠깐의 기쁨이나 조근조근한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이 적다는 점이다. 요란한 그라인더의 소음도, 포타필터를 넉박스에 두드리는 소음도, 연신 칙칙거리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소음도, ..

REVIEW 2015.02.20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2014)

사실 전편 '퍼스트 어밴저스 : 캡틴 아메리카'(2011)가 적잖은 실망이었기 때문에, 속편에 대한 기대가 많지 않았던게 솔직한 마음. 무엇보다 히어로 무비는 가끔 잊을 때면 한 편씩 나오곤 하는 어벤저스 정도면 적당하지 않은가? 게다가 거긴 헐크도 있고, 아이언맨도 있으니까. 게다가 아무리 존재감 없던 1편이었다고 해도 스핀오프나 속편이 날려버린 1편의 기쁨이 어디 하나 둘이었던가!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빅뱅이론의 레너드와 라지가 명쾌하게 정리해 준 바 있다. 다만 한 가지 기대가 있었다면 엉뚱하게도 '헬리캐리어'라는 무시무시한 비행기의 등장 정도였다. 이미 배틀십에서 대규모의 우주선을 자유자재로 바닷물에 집어 넣던 ILM의 기술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어밴저스에서 잠깐 위용을 드러냈던 핼리케리어를 제..

REVIEW/MOVIE 2015.01.21

외식의 품격

외식의 품격 저자 이용재 지음 출판사 오브제 | 2013-10-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코스 요리의 시작인 빵에서 마지막인 칵테일까지 18가지 음식을 ... 교보문고의 Sam을 등록한 뒤 처음으로 구독한 E-book. 저자는 미국에서 건축관련 일을 하다가 저자의 표현대로 '강제 귀국'한 뒤에 음식과 요리에 관련한 글을 기고하며 살아갈 궁리를 하는 자유기고가이며 동시에 프리랜서이고 개인사업자이다. 그런데 약간의 검색만 하더라도 저자의 강도 높은 비평에 난도질 당한 음식점이 한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자주 가던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그의 무자비한 혹평을 보게 되었는데, 전문적인 부분이야 음식과 요리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런가 보다, 하는 수준이지만 서비스와 플레이팅 등 일반..

REVIEW 2014.08.18

의정부 평양면옥

평양냉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심심한 듯 싱거운 육수입니다. 자극적인 맛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닝닝한' 육수에 파를 송송 썰어 넣은 것도 평양냉면, 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냉면 위에 올려지는 고추가루의 유무로 의정부 평양냉면과 장충동 평양냉면으로 나뉩니다. 오늘은 근처에 일을 핑계 삼아 평양냉면의 본가인 '의정부 평양면옥'에 다녀왔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필동면옥과 을지면옥 역시 의정부 평양면옥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일가를 이룬 냉면집이죠. 토요일 늦은 오후라 생각보다 복잡하진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면수를 내어 줍니다. 육수가 아니라 메밀면을 삶은 면수입니다. 평양냉면의 본가인 의정부 평양면옥까지 왔음을 절절히 증명하시는 숟가락과 젓가락입니다. 불..

REVIEW 2014.08.10

포천 미미향

중국음식이란 원래 '배달음식'이고 전화 한 통화면 집까지 알아서 배달해 주는 게 당연했던 대학 시절, 신촌에서 탕수육으로 꽤 유명했던 '홍매'를 접하고 나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 맛있는 집은 '배달해 주지 않는다', 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촌과 연남동 근처의 화상 중국집을 순례하며 '진정한 짬뽕'이니 '궁극의 짜장'이니 하며 나름의 미슐렝 가이드를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근 지인들의 사진을 보다가 문득 그 때의 열정이 화르륵 살아나서, 늦은 오후에 서둘러 예약을 하고 두 시간 가까운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미미향. 휴가철이라 오가는 길이 복잡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한산해서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시원한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간 저녁 선선..

REVIEW 2014.08.08

일각수의 꿈

누군가 나에게 하루키 소설 중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상실의 시대'(원제는 노르웨이의 숲, 이지만 사실 한글제목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물론 하루키는 동의하지 않겠지.)를 추천해 주곤 했다. 개인적인 호감의 순위로 본다면 '상실의 시대'는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딩'보다 조금 앞선 순위이고, 'TV 피플'보단 조금 아래였다. 전체적으론 중간(확고하게 '댄스 댄스 댄스'가 중간을 차지한다)보단 좀 아래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실의 시대'를 선뜻 권하게 되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상실의 시대'는 하루키를 이해하는 리트머스와도 같은 책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상당한 분량이다. 하루키는 완성도 높은 단편을 잘 쓰는 작가다. 그런데 한 번 길게 쓰기 시작하면 도대체 어디쯤에서 ..

REVIEW/BOOK 2014.02.24

Sony A7/A7R

지금은 잊혀진 브랜드 미놀타(Minolta)의 유저였다면, 미놀타만의 단단한 바디 매커니즘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타 메이커에 비해 늘 한발 늦긴 했지만 소비자들이 감탄할 만한 놀라운 기능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손떨림 방지 기능이었습니다. 보통 타사의 경우 손떨림 방지 기능이 렌즈(캐논은 IS렌즈, 니콘은 VR렌즈)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렌즈 자체가 고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성능의 저소음 모터(USM 또는 AF-S, 미놀타는 SSM)와 손떨림 방지 기능이 포함된 렌즈는 대부분 100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런데 미놀타는 이 기능을 아예 카메라 바디에 넣어 버렸습니다. 이로써 같은 마운트를 공유하는 모든 렌즈가 '떨림 방지 기능'을 갖춘 셈이 되었..

REVIEW/ETC. 2013.10.21

shelly's coffee

꽤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한 로스터리 카페. 말 그대로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어 창문을 열어두면 내내 파도소리가 즐겁게 들린다. 두툼한 메뉴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저 창문 너머에는 푸른 바다가 가득히 펼쳐진다. 케냐AA. 정성껏 내려준 커피의 맛이다. 아로마가 입안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함께 주문했던 쇼콜라 케익. 누가 뭐래도 생크림을 잔뜩 올려 한 입에 먹는 맛이 제맛. 카페 1층의 모습. 앞에 옹기종기 놓인 것은 커피슈거를 담아두는 통이다. 각종 티스푼들. 하나쯤 빼오기엔 완전 티나는 디스플레이. 차와 커피를 위한 잔들도 한쪽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뒤에 놓인 책 제목이 예사롭지가 않다. 카페의 지하.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꽤 큰 규모의 와인셀러가 있다. 와인 저장하기엔 최적..

REVIEW/COFFEE 2013.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