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91

작은 결심

사람이 하는 결심 중에 '작은 것'이 있을까? 어떤 결정이든 마음 속을 몇번이나 메아리 쳐서 나온 것임을 알기에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거대한 세상에서 뭔가 '큰 뜻'이 되지 못한 자격지심이 결심조차 작게 만드는 구나,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난다. 그래도 역시 작은 결심이다. 지난 1년간 지리하게 이어져 오던 프로젝트 하나를 마음속으로 내려놓기로 했다. 손해는 막심하다. 심적 손해와 더불어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물적 손해도 입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반대로 말하는게 맞겠다. 물적 손해도 입었지만,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상을 입었다. 그래서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늘 어느 갈등 구조에 서게 되면 쉽게 내려 놓는 성격이었다. 내가 약간의 손해를 보는 것이 모두에게 평화를 주는 일이라면 ..

REMEMBRANCE 2011.10.05

Jazz Story

삼청동 길의 끝자락, 삼청공원 가까이에 있었던 Jazz Story는 아직 삼청동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던 때에, 광화문에서 모인 친구들과 주로 찾던 곳. 명색이 재즈카페였던 터라, 어떤 날은 꽤 유명한 쿼텟의 연주를 눈 앞에서 보기도 했고, 또 지긋한 연세의 멋진 백발을 가진 재즈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over the rainbow"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몇년 뒤에 찾아간 그곳은 깜짝 놀랄정도로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마치 7080 콘서트라도 하듯, 올드 팝과 흘러간 가요가 주가 된 레퍼토리에 (심지어 제대로 차려입은 사회자까지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길 없는 하우스 밴드는 마치 그곳에 대재앙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보였다. 내맘처럼 심난했는지 의자위에서 잠들어버린..

REMEMBRANCE 2011.09.07

반추

돌이켜 생각해보는 일에 게을러진다. 돌이켜 생각하는 일에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억지로 맞서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가 생겼다. 몇 년이 시간이 흐르면, 오늘의 나를 어떤 모습으로 또 기억하게 될까? 그때도 역시, 유쾌하지 않은 웃음으로 반추되는 기억을 저만치 떠밀어낼 건가.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은.. 마치 길을 정하지 않은 바람소리 같아서 귀곁에서 웅웅거리다가 어느새 저만치 하늘 끝에 툭하니 걸린다. 무심하게 키워보는 화초처럼, 물도 주지 않아도 지루한 장마에 햇빛조차 변변치 않았는데도, 어느새 훌쩍 자라버렸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나는 게을러지고 있다. Fin.

REMEMBRANCE 201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