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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증오의 사회

혐오(disgust)는 불편함이다. 나와 다른 타자로부터 느끼는 불일치에 대한 불편함일 수도 있고, 청결하지 못한 대상에 대한 찌푸림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이런 '혐오의 감정'은 있다. 그것이 바퀴벌레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불균형한 건출물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일 수도 있다. 이것은 잘못인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도덕적 감수성의 문제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이러한 '혐오'까지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이러한 '혐오'는 지극히 개인의 감정에 불과했다. 혐오가 집단화되는 것이 증오(hatred)이다. 데카르트의 영리한 지적처럼, 증오는 어떤 특정한 집단 내의 혐오 대상이 완전히 제거될..

REVIEW/BOOK 2023.08.21

일주일 간의 캠프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리고 끝나지도 않을 것 같던 일주일 간의 캠프를 마쳤다. 언젠가는 기독교 청소년 캠프에 대해서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다. 우선은 잘 마쳤다는 것의 안도와 일주일동안 경험했던 놀라움에 대한 감사만 남겨둔다. * 이번 캠프에 대한 매체의 기사와 보도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3786 “다음세대, 거룩한 땅에서 복음 증거하는 사명자 되길 소망” - 아이굿뉴스 “예수님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 하나님을 깊이 만나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안드레에게 또 안드레가 베드로에게 ‘와서 보라!’고 외친 것처럼, 각자가 선 ‘거룩한 땅’에 www.igoodnews.net ht..

REMEMBRANCE 2023.08.18

이것이 나를 앎이 아니냐

예레미야 22:10-19 10 너희는 죽은 자를 위하여 울지 말며 그를 위하여 애통하지 말고 잡혀 간 자를 위하여 슬피 울라 그는 다시 돌아와 그 고국을 보지 못할 것임이라 11 여호와께서 유다 왕 요시야의 아들 곧 그의 아버지 요시야를 이어 왕이 되었다가 이 곳에서 나간 살룸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그가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12 잡혀 간 곳에서 그가 거기서 죽으리니 이 땅을 다시 보지 못하리라 13 불의로 그 집을 세우며 부정하게 그 다락방을 지으며 자기의 이웃을 고용하고 그의 품삯을 주지 아니하는 자에게 화 있을진저 14 그가 이르기를 내가 나를 위하여 큰 집과 넓은 다락방을 지으리라 하고 자기를 위하여 창문을 만들고 그것에 백향목으로 입히고 붉은 빛으로 칠하도다 15 네가 백향..

MIDBARR 2023.08.18

슬로브핫의 딸들

민수기 27:1-11 1 요셉의 아들 므낫세 종족들에게 므낫세의 현손 마길의 증손 길르앗의 손자 헤벨의 아들 슬로브핫의 딸들이 찾아왔으니 그의 딸들의 이름은 말라와 노아와 호글라와 밀가와 디르사라 2 그들이 회막 문에서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과 지휘관들과 온 회중 앞에 서서 이르되 3 우리 아버지가 광야에서 죽었으나 여호와를 거슬러 모인 고라의 무리에 들지 아니하고 자기 죄로 죽었고 아들이 없나이다 4 어찌하여 아들이 없다고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 그의 종족 중에서 삭제되리이까 우리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우리에게 기업을 주소서 하매 5 모세가 그 사연을 여호와께 아뢰니라 6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7 슬로브핫 딸들의 말이 옳으니 너는 반드시 그들의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그들에게 기업을 주어 ..

MIDBARR 2023.05.12

마을을 지키는 특별한 벽화

최근에 '공공신학'이란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깊은 이면까지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공공신학이 지향하는 바가 교회의 '공공성'에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기독교의 특징으로 '편협성', '독선주의' 등을 손꼽는 이유는 기독교가 가진 본연의 특징보다 세상과 교회라는 이원론적인 세상관을 고수하며 교회 스스로가 고립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나뉘어진 '세상'은 전도의 대상이고 선교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교회 구성원 대부분이 '세상'에 속해서 일주일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인들은 '전도와 선교의 대상'인 세상에서 전쟁 같은 5일을 보내고 와서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길어야 두 시간 남짓 '교회'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마치 지난 6일의 삶을 통회하며 반..

REMEMBRANCE 2023.05.12

엎드려서 눈을 뜬 자가 말하기를...

민수기 24:10-25 10 발락이 발람에게 노하여 손뼉을 치며 말하되 내가 그대를 부른 것은 내 원수를 저주하라는 것이어늘 그대가 이같이 세 번 그들을 축복하였도다 11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 그대의 곳으로 달아나라 내가 그대를 높여 심히 존귀하게 하기로 뜻하였더니 여호와께서 그대를 막아 존귀하지 못하게 하셨도다 12 발람이 발락에게 이르되 당신이 내게 보낸 사신들에게 내가 말하여 이르지 아니하였나이까 13 가령 발락이 그 집에 가득한 은금을 내게 줄지라도 나는 여호와의 말씀을 어기고 선악간에 내 마음대로 행하지 못하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말하리라 하지 아니하였나이까 14 이제 나는 내 백성에게로 돌아가거니와 들으소서 내가 이 백성이 후일에 당신의 백성에게 어떻게 할지를 당신에게 말하리이다 하고 1..

MIDBARR 2023.05.08

제자 도마

구속사로 읽는 고난주간 묵상 #7 "제자, 도마"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요 20:19~29) 죽은 사람의 부활은 우리의 경험과 상식을 모두 배반하는 사건입니다.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20:25)’ 믿을 수 없겠다는 도마의 고집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의심과 회의가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의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당신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 속에서 어려움들을 느끼고 또 여러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의심의 일부분을 설명했습니다. 의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불신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오히려 의심은 믿음을 위한 발돋움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

MIDBARR 2023.04.15

이스라엘의 전 대제사장 안나스

구속사로 읽는 고난주간 묵상 #6 "이스라엘의 전 대제사장, 안나스" 메시아(מָשִׁיחַ)는 문자적으로 ‘기름 부음 받은 사람(christ)’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당시 대제사장이나 왕과 같이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들 모두를 ‘메시아’라고 부를 수 있었습니다.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에 붙잡혀 오신 예수님께서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26:64)라고 말씀하셨을 때, 사람들은 다니엘의 예언(단 7:13~14)을 떠올리며 예수님이 스스로를 ‘새로운 메시아’라고 말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로마와 결탁하여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했던 당시 종교지도자들에겐 말 그대로 엄청난 위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신성모독’은 구실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이 온갖 불법..

MIDBARR 2023.04.14

여리고의 세관장 삭개오

구속사로 읽은 고난주간 묵상 #5 "여리고의 세관장, 삭개오" 잃어버린 자를 찾아(눅 19:1~10) 삭개오는 참으로 ‘하찮은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세리장이요 부자(19:2)’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분명 사회적으로는 소외되고 고립된 자였을 것입니다. 동포 유대인들의 눈에 삭개오는 ‘작고 미미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삭개오가 키가 작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삭개오를 이미 잘 알고 계셨습니다. 삭개오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돌감람나무 위에 올라갔지만, 예수님은 이미 그것조차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삭개오를 ‘구원’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삭개오는 내적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 목적과도 같던 ‘재물’을 실질적으로 처분함으로써 그..

MIDBARR 2023.04.13

불뱀에 물린 여인

구속사로 읽은 고난주간 묵상 #4 "불뱀에 물린 여인" 그저 보기만 하면(민 21:4~9)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경멸 가득한 불만에 대해 ‘불뱀’(fiery serpents, 네하쉼 세라핌)으로 그들을 응징하셨습니다. 불뱀은 당시 광야(특히 아라바 지역)에 많이 서식하던 독사(신 8:15)로 등에 ‘불타는 듯한 붉은 반점’이 있는 맹독성 뱀을 말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많은 목숨을 잃고 나서야, 자신들의 ‘원망’으로 인해 이 재앙이 온 것을 깨닫고 모세에게 ‘중재’를 요청합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불뱀’을 만들어 장대에 높이 달라는 지시를 내리십니다. 생명을 회복하는 방법은, 오직 자신들의 죄로 인한 ‘불뱀’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놋뱀 자체에 어떤 효력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

MIDBARR 202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