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기독교인들은 정말 보수적인가?

mimnesko 2024. 6. 25. 10:27

 

당연한 말이지만, 다양한 구성과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을 마치 수박을 둘로 쪼개듯 진보와 보수로 나눌 수는 없다. 대단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가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사람의 언행이 해석 여부에 따라 대단히 진보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 앞에는 반드시 '무엇에 대해서'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 '무엇'이 구체적일수록, 한 사회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진보와 보수의 양 갈래로 나누고자 하는 음험한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또 그것을 의도하는 집단의 의도가 얼마나 불순한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는 보수적이다'라고 생각한다.

이 때 '보수적'이란 신앙적인 보수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신앙의 '보수성'은 의외로 정치적인 '진보성'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예수의 메시지를 주목하고, 그 '복음'에 집중한다면 당시 예수의 사역이 당시의 종교적, 사회적 집권 계층에게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E.P 샌더스의 저작이나 프레더릭 J. 머피의 "초기 유대교와 예수 운동"에서도 잘 조명되어 있다. 

 

2천 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기독교의 보수성은 사회적 진보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서울의 B 교회가 매주일 헌금의 출납을 교회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한 일이 있었다. 당시 B 교회는 목회자, 교회 상시 근로자들의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도꼭지 하나 볼펜 하나까지 수입과 지출 내역을 낱낱이 공개했다. 담임목회자를 포함한 교회의 운영위원회 모두가 동의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사회에 알려지자 놀라운 일이 벌여졌다.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들이 B 교회의 목사를 '빨갱이', '좌파 목회자'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B교회의 입장은 담담했다. 이것이 '성경의 방법'이자 '예수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가장 복음적인 방법이 가장 '좌파적인 방법'으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앙적 보수와 정치적 보수가 서로 다른 선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B교회는 신앙적인 보수성을 선택했고, 이를 비판하던 대다수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정치적인 보수성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보수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종종 사회적으로 '진보적'이다라는 의미와 같은 걸까?

물론 아니다. 대중들이 기독교의 보수성을 지적하는 지점은 종교적인 보수성이 아니라 정치적인 집단으로서의 보수적 색채를 의미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태극기 부대'에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를 든 기독교인들이 많고, 전 모 씨 등 스스로를 '목사'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정치적 집회에 가담하는 정치목사들을 자주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광화문 광장에선 매일처럼 찬송가를 틀어놓고 반정부 데모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노골적으로 이전 대통령들을 옹호하며, 이것이 '종교적인 선택'인 것처럼 여겨지게끔 말하곤 했다. 사실 그 정도의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하기 위해선 나름의 확신도 필요한 것이기에,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인 색채를 가진 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보수적인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을까?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아니다. 정황의 심정 외엔 아무런 근거가 없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23 개신교인 인식조사 - 기독청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독청년들은 스스로를 정치적으론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고 밝혔다. 

 

 

출처 : "2023 개신교인 인식조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굳이 성향을 나눠본다면 보수 성향(21.8%)보다는 진보 성향(26%)이 조금 더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종교적인 보수성'과도 관련이 있다. 기독 청년들은 오히려 정치 영역에서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거나 한국사회의 변화가 정치의 영역에서 촉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저히 낮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공정성을 평가하는 청년들의 답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2023 개신교인 인식조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러한 결과는 기독청년들이 '한국 교회'가 정치가 발견하지 못하는 제3의 길을 찾아주길 기대하고 소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교회가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일부 목회자들의 반기독교적인 행태로 인해 실망하고 좌절하며 교회를 등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는 보수적일까?"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명확하가 일부 보수적인 정치색을 가진 목회자들과 그와 비슷한 정치핵을 가진 성도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꿔서 물어보는 것인 온당해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기독교인을, 과연 진정한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