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고린도전서(1) : 견고하게 하시리라

mimnesko 2012. 7. 20. 07:02
6 그리스도의 모든 증거가 너희 중에 견고하게 되어

7 너희가 모든 은사에 부족함이 없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림이라

8 주께서 너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끝까지 견고하게 하시리라

 

고린도전서 1:6~8

 

 

고린도교회가 가진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도 '파벌화'였을 것이다.

2차 전도여행 중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라는 뛰어난 동역자들과 함께 교회를 세우고(행 18:1) 18개월간 사역하던 바울이 떠난 뒤, 고린도 교회는 저마다의 견해와 입장으로 갈라지게 된다. 당시 로마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그리스의 뛰어난 군항으로 거듭난 고린도[각주:1]는 말 그대로 많은 물류와 경제, 인적 네트워크가 고도로 성장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해와 배경을 가지고 모인 곳이다보니, 교회에서조차 일치된 신앙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바울이 떠난 뒤 그리스보(아마도?)를 중심으로 교회가 유지되었으나 4년이 경과한 시점에선 다양한 지역과 커뮤니티를 경험한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파벌화된 신앙이 자리잡게 되었을 것이다.

 

모든 커뮤니티가 그렇듯 공동체가 서로 다른 견해로 나뉘게 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체질의 약화이다.

어떤 공동체든 조금씩의 단점과 결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파벌화된 상황에선 그 모든 잘못이 상대 진영의 문제, 상대 파벌의 약함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공동체 전체를 위한 건강함이 사라지고 오직 파벌의 확대를 위한 치열함만이 남게 된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바울은 애끓는 마음으로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가슴 아프고 부정적인 회신(아마도?)이었다. 바울은 보다 강한 어조로 두 번째 편지를 썼고, 그것이 지금의 고린도전서가 되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당면한 어려움을 직시하고 매우 실제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흔히 고린도전/후서와 로마서, 갈라디아서를 바울의 '4대 서신'이라고 말하는데, 특히 고린도전서는 다른 서신과 달리 매우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이 많다. 이를 통해 당시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고, 당시 기독교인들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문제들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바울은 서신의 서두에서 이미 고린도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증거'에 대해 환기하면서 가슴 절절한 편지를 시작한다.

이것은 동일하게 현대 교회에 주어지는 메시지와 같다. 물적 풍요와 사상의 풍요속에 살아가지만, 개인의 삶은 오히려 왜소해지고 변방으로 내쫓기는 현재의 모습에 대한 바울의 조언이다. 이미 '우리에게 있는 증거'가 '견고'하게 설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교회가 현재의 어려움과 상황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받은 증거,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집중으로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독교인의 견고함이란,

우리가 딛고 있는 신앙의 기저,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구원의 확신이다. 기독교인들의 논리가 매우 '윤리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기독교인을 구별하고 구분하는 지점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선명한 한 줄의 선언이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집중이다.

그것을 '복음'과 '사회윤리'로 거칠게 구분한다면, 현대의 교회는 '복음'이라는 불편한 주제를 잠시 외면하고 '사화윤리'라는 중간의 지점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교회가 거대한 '사회복지시설'처럼 보이게끔 된 것이다. 이처럼 복음이 간과된 '사회윤리'만으로 교회가 올바로 설 수 없다. 그것 역시 고린도교회가 가진 '파벌화'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우리의 견고함은 정확하고 올바른 '신앙고백'을 통해서만 확증되고 확인된다.

바울이 강조하는 '그리스도의 모든 증거'란 바로 구원에 대한 우리의 확신이며, 이 시대에 환기하고 새롭게 해야할 기독공동체의 단명한 주제이다. 우리가 스스로 선 자리를 견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견고하게 '하실 것'을 확신해야 한다.

 

 

Fin.

 

 

  1. 그리스의 역사가였던 투키디데스(BC460-400년경)는 고린도인들이 뛰어난 조선 기술과 상업수단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