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지털 SLR?

mimnesko 2010. 8. 25. 19:39


렌즈교환식 디지털 SLR(일안반사식)이 하이앤드급 디지털 카메라(보통 렌즈교환식이 아닌)와 별반 다름 없은 가격대를 형성하면서부터 이왕이면, 하는 마음으로 디지털 SLR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사진이나 카메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이 판매점의 말만 믿고, 혹은 아는 오빠의 말만 믿고 덜컥 100만원대 '장난감'을 구입하는데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대략 원하는 건 두 가지 입니다.

1. 배경이 뽀샤시하게 나오면 좋겠어요.

기존의 디지털은 대부분 팬포커싱이라 주제와 배경이 모두 선명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심도가 깊은 사진을 일부러 의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단점'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사실 휴대용 디카의 목적 중에는 '현장 기록'이라는 중요한 이유도 있기 때문에[각주:1] 주위 피사체가 몽땅 날아가 버리는 아웃포커싱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미니홈피 등을 단장할 때 주위가 예쁜 보케를 그리며 날아간 사진이야 말로 주목도 최고. 새로 구입하려는 카메라에 그런 기능을 바라고 있다면, 당연히 SLR을 추천받게 됩니다.

2. 줌도 되는 렌즈였으면 좋겠어요.

디지털 SLR은 렌즈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궁극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화각이 다른 렌즈, 코팅과 구조가 뛰어난 렌즈를 바꾸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줌'이 되지 않는 단렌즈(고정초점거리)가 화질이 더 좋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50mm 단렌즈는 어느 렌즈 메이커든지 최고의 렌즈로 만듭니다. 기본화각의 렌즈로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50mm 렌즈의 화질이 해당 메이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줌이 되는 렌즈를 갖고 싶다면 반드시 다음의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합니다. 첫째는 통장 잔고이고 둘째는 화질입니다. 화질이 뛰어난 고정조리개(보통 F2.8)의 렌즈는 어느 메이커나 '대단히 비싸기' 때문입니다. 표준 줌이라고 하는 24(8)~70mm나 표준 망원이라고 하는 80~200mm의 줌렌즈를 고정밝기로 구입하면 보통 카메라보다 비쌉니다. 그리고 대부분 프리미엄 렌즈군에 속해 있어서 캐논의 L렌즈니 니콘의 AFs렌즈니 하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그만한 잔고가 없을 경우엔 가변조리개(보통 3.5~6.5) 줌렌즈를 선택하게 되는데 문제는 화질과 밝기에 있어 핸디캡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카메라/렌즈 메이커의 가변조리개 줌렌즈도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흔히 서드파티라고 불리는 렌즈메이커(탐론, 토키나 등)의 렌즈[각주:2]를 구입하게 됩니다. 물론 이 렌즈들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사실 사진을 배우기에 줌렌즈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화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생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주제를 상실하는 사진, 일반적인 컴팩트 디카로도 충분한 결과물을 얻게 되기 쉽습니다.


위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건 굳이 비싼 디지털 SLR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히려 니콘의 FM2, 캐논의 AE-1, 미놀타의 X-700과 같은 수동 필름 카메라(줌은 좀 어렵겠지만)에서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사실 카메라는 피사체를 보고 저장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도구이기에 능숙하게 사용할 필요는 있지만,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한다고 해서 좋은 피사체를 발견하는 힘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사진집을 정독하며 보는 것, 카메라를 떠나 맨눈으로 사물을 꼼꼼히 보는 것, 밥상 머리나 카페에서 카메라부터 들이대지 않는 것 등 기본에서 시작하는 사진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사진은 사람이 찍는 겁니다.




  1. Leica라는 유명한 카메라도 종전기자들이 많이 사용하던 카메라로 유명해졌습니다. 보도사진은 사실의 전달을 위해 대부분 팬포커싱을 사용합니다. [본문으로]
  2. 서드파티 렌즈들의 품질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탐론의 렌즈중 고정조리개 줌렌즈들 중엔 발군의 성능인 렌즈들이 많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