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금왕돈까스

mimnesko 2013. 8. 16. 11:22

 

 

 

성북동 길을 지나다 보면, 틀림없이 기사식당이라 여겨지는 돈까스 집이 꽤 여럿 있습니다.

허름한 가게 입구에 즐비하게 세워진 택시들을 보면 '왜 택시기사들은 하필 돈까스를 먹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보통 기사식당하면 여러 가지 반찬이 한상 떡 벌어지게 나오고, 두루치기나 순대국, 감자탕 등을 파는 곳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죠.

그런데 돈까스라니...

 

금왕 돈까스도 그런 기사식당 중에 하나였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엔 그렇습니다.

언젠가 성북동 근처에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허기를 못 이겨 들어갔던 식당이었습니다. 음식의 질보다는 양이 중요하기도 했고 적어도 기사식당이라면, 이라는 기대가 있었거든요.

금왕돈까스, 함박까스, 생선까스, 돈까스 정식... 등의 80년대스러운 메뉴를 보는 순간, 제대로 들어왔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 전에 주는 미음 같은 크림스프. 틀림없이 순대국이나 감자탕이 나올 듯한 가게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후추와 소금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 어느 하나 재밌지 않은게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압권은,

커다란 돈까스 그릇 한 구석에 자리잡은 '끝이 알싸하게 매운 풋고추'입니다.

행여 돈까스가 느끼해서 속이라도 불편할까 싶어 놓아둔 걸까요? 여튼 정말 '옛 맛'이 떠오르는 돈까스와 한공기 실하게 엎어 놓은 쌀밥.

그리고 구석의 풋고추는 동서양의 조화를 넘어선 전 우주적인 맛을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최근엔 과거 후줄근하던 가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말끔한 레스토랑 분위기로 새단장을 했지만(지금 주차장으로 쓰는 곳이 과거의 본점입니다), 여전히 한 구석에 올려진 청양고추는 이 곳이 바로 그 기사식당이었다는 것을 새록새록 새겨줍니다.

다만 리모델링과 더불어 음식 가격도 리모델링 된 것이 아주 큰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