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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깨로 메는 일

mimnesko 2023. 1. 12. 06:00

- 민수기 7:1~11

 

아이를 키우다보면, 두 손 가득 무언가를 쥔 어린 아이에게서 그 손에 쥔 것을 순순히 내놓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과자 하나 사탕 하나를 들고 있는 아이에게 '과자 하나만 줄래?'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가 가진 전부를 내놓으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완강하게 거부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 손에서 과자나 사탕 하나를 순순히 받아낼 수 있을까요?

지혜로운 엄마들은 그 경우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하나 더 준비합니다. "엄마가 이걸 주려고 했는데, 어떡하지? 받을 손이 없네?" 아이는 자신의 손에 든 과자와 사탕을 바라봅니다. 네, 손이 부족하죠. 그 경우 놀랍게도 어린아이조차 자신의 손에 있는 간식과 엄마 손에 있는 간식의 중요도를 재빠르게 비교합니다. 만약 엄마 손에 있는 간식이 더 매혹적이라면, 가장 가치가 적어 보이는 간식을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그 손에 엄마 손에 있던 간식을 넘겨 받게 됩니다. 

 

이 놀라운 '이기심'의 판단이 어린 아이에게조차,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종종 우리를 경이롭게 합니다. 마치 이기심이라는 유전자가 사람의 세포 하나마다 알알이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이기심'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자각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좀더 교묘하게 부피를 키워갈 뿐입니다. 심지어 그 이기심이 집단화 될 땐, 각자의 이기심을 내비치는 일조차 부끄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이기심을 숨기는 행동을 '순진하다'거나 '자기만 손해'라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굳이 성경의 말씀을 찾지 않더라도 이기심은 필연적으로 죄와 악을 파생합니다.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 홉스의 표현처럼,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지만 나눌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2개를 손에 쥔다면 누군가는 하나를 잃어야만 합니다. 심지어 내가 손에 든 하나를 잃더라도 상대방 손에 있는 하나를 떨어뜨려야만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비뚤어진 경쟁심의 근거가 바로 이 이기심입니다. 그래서 어느 신학자는 인간의 '원죄'가 다름아닌 이기심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각 지파의 대표들이 헌물로 드린 여섯 대의 수레와 열두 마리의 소가 레위 지파에게 분배되었습니다. 성소의 바깥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관리하는 므라리 자손에게 수레 네 대와 여덟 마리의 소가 배분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성소의 보호재료를 관리하는 게르손 자손에게는 수레 두 대와 네 마리의 소가 배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성소 안의 귀한 성물을 다루던 고핫 자손에게는 단 한 마리의 소도 단 한 대의 수레도 배분되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그 이유를 9절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고핫 자손에게는 주지 아니하였으니 그들의 성소의 직임은 그 어깨로 메는 일을 하는 까닭이었더라. (민 7:9)

 

고핫 자손의 일에는 수레도, 소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남들 다 받는 소와 수레를 자신들만 못 받는다는 이기심은 마음 깊이 새겨집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일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은 두 번째가 됩니다. 고핫 자손에게는 이미 약간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같은 자손인데도 아므람의 아들들인 아론과 모세는 특별한 대우를 받습니다. 게다가 서열과 순서에 따라 자손의 책임자가 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아므람의 아들들이 대제사장의 역할을 맡게 된다면, 고핫 자손의 리더는 차남의 장자, 즉 '고라'가 되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게 순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고핫 자손의 지휘관은 웃시엘의 아들 엘리사반이 됩니다(민 3:30). 

 

이기심은 작은 씨앗처럼 마음에 심겨집니다. 그리고 스스로 양분을 주어 자라게 됩니다. 날마다 죽음의 경계에서 일하는 고핫 자손들 마음에 그 씨앗이 심겼습니다. 여섯 대의 수레와 열두 마리의 소가 성전을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고핫 자손 중 몇 명의 마음 속에는 분노가 자라게 됩니다. 그들이 성직자와 같은 레위인이라는 것도, 또 성물의 가장 가까운 일을 맡은 고핫 자손이라는 것도, 심지어 그들의 직임이 '그 어때로 메는 일'이라는 것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이기심이 분노로 바뀌는 일에는 그 어떤 동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씨앗을 마음에 심고 있을까요? 또 무엇이 마음속에 자라고 있을까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가장 깊숙한 내면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