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그들을 내게 구별하였음이라

mimnesko 2023. 1. 14. 06:00

- 민수기 8:1~26

 

유월절, 맥추절(초실절), 초막절과 같은 구약의 3대 절기(혹은 무교절, 칠칠절, 나팔절, 속죄일을 더해 7대 절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는 대부분 출애굽 이후 광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절기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성대한 절기는 아무래도 '유월절(passover)'입니다. 열번 째 재앙이 이집트를 뒤덮던 그 밤, 처음 태어난 것들이 모두 죽던 그 밤에 피로 바른 문설주의 이스라엘 백성만이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유월절은 죽음과 동시에 생명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유월절은 그들의 안락했던(?) 이집트에서의 삶이 마감되고 홍해를 건너 광야의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리도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각 절기들마다 그에 가장 적합한 말씀 두루마리를 찾아 함께 읽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초막절엔 전도서, 부림절엔 에스더서, 그리고 맥추절에는 룻기를 읽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유월절에는 어떤 구약의 책을 읽을까요? 바로 '아가서'입니다. 아가서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남녀의 사랑에 비유한 매우 '에로틱한 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좀 의외죠? 광야의 척박하고 곤핍한 삶과 남녀간의 사랑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가 떠올리는 광야의 삶이란 의식주 모든 것이 불편하고 결여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 순간보다 하나님과 가까웠던 순간이 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떠보면 구름 기둥이 밤에는 불 기둥이 그들 앞에 보입니다. 그들이 드리는 제사는 직접적으로 하나님께 향하고 또 도달합니다. 응답은 즉각적이고 현실적이며 직접적입니다. 하나님, 이라는 신(神)적 존재가 자신들의 두눈 앞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의 그들의 광야생활은 곧 하나님과의 허니문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유월절은 그 허니문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아가서를 낭독하며 유월절을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 점을 늘 기억하기를 바라셨습니다. 너희의 처음 태어난 것, 그게 사람이든 가축이든 간에 그 모든 목숨들이 그날 저녁 나에게 빚진 생명이 되었다. 그 생명은 '내게 구별되었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 중에 처음 태어난 것은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다 내게 속하였음은 내가 애굽 땅에서 모든 처음 태어난 자를 치던 날에 그들을 내게 구별하였음이라. 이러므로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 모든 처음 태어난 자 대신 레위인을 취하였느니라.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레위인을 취하여 그들을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주어 그들로 회막에서 이스라엘 자손을 대신하여 봉사하게 하며 또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속죄하게 하였나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성소에 가까이 할 때에 그들 중에 재앙이 없게 하려 하였음이니라.
-민수기 8:17~19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신앙인들 역시 이 '구별'의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십자가에 달리셨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사함을 받았습니다(엡 1:7).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서 '구별하신' 사람들입니다. 레위인들로 대신되어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레위인의 성결 예식이 꼭 그 모습대로는 아니더라도 우리 삶속에서 실현되고 실천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호와께 성결'이라는 머리 띠로 세상에 읽혀야 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오늘 나의 삶, 내 생계의 도구와 수단들이 하나님을 향하여 거룩이라고 세상속에 읽히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