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연극] 햇빛샤워

mimnesko 2015. 7. 29. 02:25

 

 

 

 

효선이가 강력하게 추천했던 연극을 가까스로 보았다.

종연 하루 전이기도 했고, 낮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리기도 했고, 인터넷 예약이 안 되어서 전화로 겨우겨우 예약을 하기도 했고, 하필 그 예약한 자리가 더블이 나서(기다리다 보니 더블 부킹이 된 좌석이 적지 않아 보였다. 자리를 안내하던 직원들은 '전산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는데, 그건 종종 의사들이 '신경성'이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한 일이다) 예약과는 달리 좀 엉뚱한 자리에서 보기도 했기 때문에 '가까스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극단 이와삼의 장우재 대표가 자신이 쓴 희곡을 직접 연출했다.

효선이의 이야기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가변적으로 움직이는 무대의 연출 역시 훌륭했다. 씽크홀, 이라는 말이 조금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말 그대로 씽크(sink)된다는 점에서는 최소한의 납득이 되었다. 장우재 연출은 연극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찾는다고 했다. 그가 쓴 연극을 많이 본 것이 아니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연출가는 지금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모두 연극이고 거짓말이다. 즉 가짜다. 하지만, 이것이 당신과 '관계'된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남루한 삶에 희망 따위는 비타민D를 위해 햇빛을 섭취하는 것밖에 없다는 식이다.

동의하기 어렵지만, 역시 납득은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장우재 연출의 연극을 한두 편을 더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연극이라 참 좋았고, 정작 효선이가 공연중인 연극을 못 봐서 미안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