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단팥빵

mimnesko 2014. 9. 17. 02:08

 

최근 들어 '단팥 홀릭' 때문에 종종 맛보게 되는 단팥빵. 

처음 시작은 흔하디 흔한 프렌차이즈 빵집 '파리바게뜨'의 단팥빵을 맛보다가 '이거, 뭐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틀림없이 빵에 단팥을 넣은 단팥빵인데 도무지 빵맛도 팥맛도 제대로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옆에 '우리통단팥'이라는 이름의 빵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나라 밀가루(참고로 파리바게뜨, 즉 SPC는 우리밀 제분업체인 '밀다원'을 소유하고 있다)에 신안 통단팥을 넣었다는 건데,

다시 말하자면 내가 먼저 집었던 '단팥빵'은 우리 밀가루는 당연 아니고 통단팥보다는 수준이 낮은 앙금이었다는 말이 되겠다.

그래서 '우리통단팥'도 맛을 봤는데 화려한 설명과는 달리 빵은 질척이고 팥소는 지나치게 달아서 무슨 맛인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단팥빵과 달리 팥의 질감이 느껴진다는 정도의 차이 외에는 뭐가 더 낫다 말하기도 어려웠다. 

 

흔히 단팥빵하면 서울 태극당의 단팥빵이나 전북 군산의 이성당 단팥빵을 최고로 꼽는다.

모나카로 더 유명한 장충동의 태극당은 빵집 중에서도 노포이다. 성심당이나 이성당이나 오래된 빵집(어쩐지 이곳들은

베이커리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의 공력은 '빵' 그 자체에서 이미 나타난다. 팥소 역시 빵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너무 달지 않다. 무엇보다 '팥소'의 질감이 굉장히 뛰어났던 걸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단팥빵만을 위해 이성당이나 태극당을 찾긴 쉽지 않다. 서울에선 나름 호평이 자자한 웨스틴조선호텔의 베이커리나

롯데호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집근처의 베이커리에서 괜찮은 단팥빵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건데 프렌차이즈 베이커리 중에서는

'신라명과'의 단팥빵이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그리고 의외로 뚜레주르의 단팥빵도 많이 나쁘진 않았다.

한결같이 비슷한 가격의 파리바게뜨의 그것보단 '단팥'도 좋았고 '빵'도 좋았다.

 

최근 우연히 들렀던 D큐브에서 만난 '서울연인 단팥빵'. 유기농재료에 천연발효종을 사용한다고 해서 입소문이 났던 곳이다.

서울에도 3개 매장이 있단 말을 들었는데, D큐브에 있을 줄이야. 딱히 '천연발효종'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은 아니지만,

그 정도 마인드면 팥소는 기대해도 좋겠다 싶어 몇 종류를 구입했다. 가격은 파리바게뜨보다 조금 비싼 수준. 그런데 크기가 작다.

하긴 단팥빵이 클 필요가 있을까? 가뜩이나 얼얼하게 단 맛이라면 차라리 작은 편이 낫겠지.

빵을 구입하면서 어떤 음료랑 함께 먹으면 좋은지 물어봤는데 '커피 종류면 괜찮다'라는 심드렁한 대답. 즉 달단 말이겠지.

같이 마시면 좋을 음료수 정도는 메뉴에 넣어 셋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달지는 않았다. 팥소를 곱게 갈아서 가득 넣었는데도 빵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천연발효종을 넣어서 날 만한 산미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름의 후처리라면 천연발효종이 의미가 없다 싶었고,

그도 아니라면 단순한 마케팅용 카피였나 싶기도 하다. 도대체 천연발효종의 장점이 뭐길래 제빵용 이스트를 마치

MSG 취급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작년에 롯데 잠실점에 이성당 분점이 오픈했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군산까지야 못 가더라도 잠실은 다녀올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