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암중모색

mimnesko 2012. 12. 18. 09:59

몇해 전부터 내 삶의 중요한 변화가 주로 12월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12월에 종료되고 또 새해를 준비하며 스타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나에게게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를테면 11월쯤부터 마음속에는 슬금슬금 불안이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해도 이것만을 잘 되지가 않는다. 이내 속이 쓰리고 전에 없이 편두통이 극심해진다. 누군가 내 관자놀이 양끝에 철사 같은 것을 쑤셔넣고 아무렇게나 휘젓는 것만 같은 극심한 편두통이다. 이런 두통은 대부분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 입맛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진다. 휑하니 버어 있는 위장 속에 카페라떼를 두 잔 정도 채우면 위산의 위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속쓰림이 밀려온다. 그리고 두통이 거듭된다. 악순환인 것이다.

 

올해도 여전히 다양한 변수가 가득한 12월을 맞이했다.

마치 인디언 부적처럼 최근 몇 년간 내 삶은 이런 변수들로 가득했다. 일년 내내 호심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12월만 되면 송곳같은 것으로 요령없이 쑤셔대는 것만 같다. 몇번의 반복을 통해 나름의 학습이 생길 법도 한데, 이 일만큼은 새록새록 날것의 상채기를 만들어 낸다. 고통도 경험이고 실패도 경험이라는 일반론은 곱게 접어서 휴지통에 던져 넣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세상에는 기회비용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하지만 절반만 굴려도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가는 일들도 하늘의 구름만큼 많다. 유독 기나긴 불행이 나를 따른다고 생각하기엔 내 사소한 삶의 기대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시편을 묵상하면서 이런 일들이 오히려 찬양의 다반사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시편의 노래들이 대부분 '찬양'보다는 '탄원'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부조리한 삶에 한 줄기 빛이라도 내려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이 응달을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시편기자들의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윗은 참 복도 많지. 어쨌든 고통을 찬양으로 승화하는 비범한 재주가 그에겐 있었다. 약간의 비뚤어진 마음 탓인지 그게 좋게만 보이질 않고, 원래부터 약간 마조히즘이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 푸념은 그만.

2013이라는 생소한 숫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실패와 고통의 365를 카운트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나이가 들어가고 바람이 불고, 또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해서 뻔뻔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암중모색을 계속된다. 올해는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