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VENIR/Japan

저녁산책

mimnesko 2012. 3. 16. 21:38




타코야끼와 모스버거로 저녁 끼니를 대신하고 소화도 시킬 겸 나선 저녁 산책.
도무지 인적을 찾기 어려운 골목길을 돌아서면 거짓말처럼 사람들로 북적한 상점거리가 나온다.
주택가와 상점가의 구분이 거의 사라진(사실 주택가, 라는 이름이 사라진) 한국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아파트가 없기 때문이야"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멀쩡한 산자락을 절반이나 뭉턱 잘라내거나 오밀조밀하던 단층의 주택들을 말끔히 밀어내고 
뉴타운이니 홈타운이니 하며 거창하게 조성한 아파트 단지들이 주택가이며 동시에 상점가인 셈이다.
이런 파쇼적인 택지개발은 그래서 주거의 양식은 있지만 주거의 문화를 찾기 어렵다.
생활환경 개선 등 아무리 좋은 면을 생각해 보려해도 '사람'이 주거하는 방법으론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어디서 이런 식의 '아파트' 중심 주거정책을 배운 것일까?

길을 걷다보니 채소와 과일을 잔뜩 쌓아두고 파는 동네 아저씨.
자전거가 잔뜩 세워져 있는 중화풍 만두 가게(정말 맛있는지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식후라서 포기).
이것 저것 생활소품을 잔뜩 쌓아두고 세일 광고로 도배를 한 가게.
아직 이른 저녁이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점가를 할랑거리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나중엔 로스팅을 하는 조그만 카페에서 갓 볶아낸 원두로 커피를 주문하고,
기념삼아 원두도 200g을 구입했다. 100g에 4천원 정도. 우리나라가 대충 6,000원 정도니까
로스팅한 커피만큼은 한국이 비싼 셈이다.

턱수염을 귀엽게 손질한 일본 청년이 드립해 준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홀짝거리며
근처 빠칭코 샵에서 무표정하게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을 한참 구경하다가,
역 앞에서 실감나게 만화책을 연기하며 읽어주는(물론 돈을 내야 한다) 아마츄어 연극배우의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한참 구경하고(마침, 주문한 책이 원피스. 루피의 실사판을 보았다!),
다시 기분좋은 흥붅이 남아 있는 저녁의 거리를 돌아왔다.


시모기타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