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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mimnesko 2024. 1. 16. 10:22
신명기 7:1-11

1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인도하사 네가 가서 차지할 땅으로 들이시고 네 앞에서 여러 민족 헷 족속과 기르가스 족속과 아모리 족속과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과 히위 족속과 여부스 족속 곧 너보다 많고 힘이 센 일곱 족속을 쫓아내실 때에
2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게 넘겨 네게 치게 하시리니 그 때에 너는 그들을 진멸할 것이라 그들과 어떤 언약도 하지 말 것이요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도 말 것이며
3 또 그들과 혼인하지도 말지니 네 딸을 그들의 아들에게 주지 말 것이요 그들의 딸도 네 며느리로 삼지 말 것은
4 그가 네 아들을 유혹하여 그가 여호와를 떠나고 다른 신들을 섬기게 하므로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진노하사 갑자기 너희를 멸하실 것임이니라
5 오직 너희가 그들에게 행할 것은 이러하니 그들의 제단을 헐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조각한 우상들을 불사를 것이니라
6 너는 여호와 네 하나님의 성민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지상 만민 중에서 너를 자기 기업의 백성으로 택하셨나니
7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8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또는 너희의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려 하심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권능의 손으로 너희를 인도하여 내시되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속량하셨나니
9 그런즉 너는 알라 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는 하나님이시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라 그를 사랑하고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그의 언약을 이행하시며 인애를 베푸시되
10 그를 미워하는 자에게는 당장에 보응하여 멸하시나니 여호와는 자기를 미워하는 자에게 지체하지 아니하시고 당장에 그에게 보응하시느니라
11 그런즉 너는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명령과 규례와 법도를 지켜 행할지니라

 

 

"나 외에는 위하는 신들을 네게 있게 말찌니라" (신명기 5:7)

십계명의 제1계명이자 구약 신앙의 대원칙이기도 한 이 말씀은, 신명기 전체를 아우르는 말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명령은 유일하신 하나님만을 믿고 섬기는 유일신 신앙이 이스라엘 신앙의 기반이며 지주가 됨을 나타내는 말로 다른 신을 섬기는 일을 절대 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십계명의 제1계명은 이스라엘이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될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데 제1계명의 이러한 금지 때문에 야웨에게 부여되는 유일성의 의미와 다른 제의의 전통들이 쉽게 예웨 예배와 결합될 수 없다는 인식이 이스라엘 종교의 본질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실로 엄청납니다.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을 것처럼 견고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기적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엔 불기동으로 전능하신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습니다.

단지 태어난 곳이 다를 뿐이었던 가나안의 일곱 족속의 입장에선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하며 볼멘 소리를 할 만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차이를 단순히 '혈통'에 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특별히 택하신 이유가 본문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또는 너희의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려 하심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권능의 손으로 너희를 인도하여 내시되 
너희를 그 종 되었던 집에서 애굽 왕 바로의 손에서 속량하셨나니

 

신명기 7:7-8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하나님께서 절대적 소수엿던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신 이유는 '사랑하심'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이유도 덧붙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랑은 '현재의 백성'들을 향한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또는 너희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을 지키기 위한' 사랑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희 자손을 바다의 모래처럼 하늘의 별처럼 하시겠다는 아브라함과의 약속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의 한 마디에 주저함없이 고향과 친척, 아비의 땅을 떠났던 그의 담대한 믿음을 잊지 않고 계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첫번째 계명 앞에 놓입니다. 

 

하나님 외에 어떤 것도 내게 없습니다. 

믿음의 선배들의 고백은 한결 같습니다. 하나님 외엔 어느 것도 저에겐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 속엔 하나님보다 큰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안정되고 보장된 삶, 내세울만한 직장과 직위, 부동산, 청약통장, 두둑한 연금저축, 계좌의 넉넉한 잔고 등이 종종 하나님보다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서가를 가득 채운 수백 권의 책을 든든해 하는 사람보다는 통장에 찍힌 여러 자리의 0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친밀하고 영적 깊이의 관계보단 나에게 필요하며 때론 효율성 있는 관계를 추구합니다. 즉 나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신앙의 도전은 늘 위태롭습니다. 마치 걸음마를 새로 배우는 아이처럼 뒤뚱거립니다. 특히 '한국 사회'가 요청하는 풍요의 기준이 하나님의 요청과 저울질 됩니다. 때로는 세속의 만족을 주시는 분 역시 하나님이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가 그 세속의 만족과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오해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신명기 역사가가 기록하는 하나님의 모습은 단 한 순간도 다른 어떤 것과 '비교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는 전능하신 창조주의 모습입니다. 애초에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어떠한 공통 분모도 존재하지 않기 떄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화폐 단위로 환산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에게도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격'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기면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만약 우리가 하나님 외에 '어떤 것'을 우리 안에 두었을 떄, 하나님은 어떤 망설임이나 타협없이 우리에게 '보응'하실 것입니다. 모세는 광야의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세의 가르침은 어떤 '예상'이 아니라 '확신'이고 '확언'입니다. 

 

 

그런즉 너는 알라
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는 하나님이시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라
그를 사랑하고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그의 언약을 이행하시며 인애를 베푸시되
그를 미워하는 자에게는 당장에 보응하여 멸하시나니 
여호와는 자기를 미워하는 자에게 지체하지 아니하시고 
당장에 그에게 보응
하시느니라

 

신명기 7:9~10

 

 

또 한 가지의 광범위한 오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진멸하시기 위해' 얄팍한 덫을 놓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타락을 예견하고 선악과를 동산에 만들어 놓으셨다는 18세기 인문학자들의 비판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가능하지만 실재(實在)하지는 않습니다. 전지전능함, 이란 단어의 뜻을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경은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음을 알려줍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나님과 이야기했던 모세는, 하나님의 깊은 곳에 있던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그의 결론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이 너희를 너무 사랑하신다."

 

사랑과 징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하나님은 폭풍과 같은 사랑 속에서도 균형을 요구하시고, 자비 없는 징계 속에서도 회복의 끈을 놓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신명기는 그런 하나님에 대한 촘촘한 다큐멘터리의 기록입니다. 모세는 광야의 2세대들을 향해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체득한 진실을 이스라엘 백성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 목회와신학 편집부, "신명기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두란노 HOW주석 05(두란노 아카데미),  24쪽

** 위의 책,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