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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하여

mimnesko 2024. 1. 15. 17:57
신명기 6:10-25

10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향하여 네게 주리라 맹세하신 땅으로 너를 들어가게 하시고 네가 건축하지 아니한 크고 아름다운 성읍을 얻게 하시며
11 네가 채우지 아니한 아름다운 물건이 가득한 집을 얻게 하시며 네가 파지 아니한 우물을 차지하게 하시며 네가 심지 아니한 포도원과 감람나무를 차지하게 하사 네게 배불리 먹게 하실 때에
12 너는 조심하여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신 여호와를 잊지 말고
13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를 섬기며 그의 이름으로 맹세할 것이니라
14 너희는 다른 신들 곧 네 사면에 있는 백성의 신들을 따르지 말라
15 너희 중에 계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시는 하나님이신즉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진노하사 너를 지면에서 멸절시키실까 두려워하노라
16 너희가 맛사에서 시험한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시험하지 말고
17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하신 명령과 증거와 규례를 삼가 지키며
18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정직하고 선량한 일을 행하라 그리하면 네가 복을 받고 그 땅에 들어가서 여호와께서 모든 대적을 네 앞에서 쫓아내시겠다고 네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아름다운 땅을 차지하리니 여호와의 말씀과 같으니라
19 (18절에 포함)
20 후일에 네 아들이 네게 묻기를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증거와 규례와 법도가 무슨 뜻이냐 하거든
21너는 네 아들에게 이르기를 우리가 옛적에 애굽에서 바로의 종이 되었더니 여호와께서 권능의 손으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니
22 곧 여호와께서 우리의 목전에서 크고 두려운 이적과 기사를 애굽과 바로와 그의 온 집에 베푸시고
23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을 우리에게 주어 들어가게 하시려고 우리를 거기서 인도하여 내시고
24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이 모든 규례를 지키라 명령하셨으니 이는 우리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항상 복을 누리게 하기 위하심이며 또 여호와께서 우리를 오늘과 같이 살게 하려 하심이라
25 우리가 그 명령하신 대로 이 모든 명령을 우리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삼가 지키면 그것이 곧 우리의 의로움이니라 할지니라

 

얼마 전,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90세를 넘겼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60세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70세는 예로부터 보기 어려운 나이라고 해서 고희(古稀)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90세인 요즘엔 일흔 나이를  '고희'라고 부르기엔 겸연쩍은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60세에 은퇴를 해도 평균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초고령의 시대입니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늙은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이듦에 대한 묵상의 필요함을 알려준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글을 잠깐 옮겨 봅니다. 

 

 

 "왜 우리는 세월이라는 선물을 칭송하기보다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거치적거릴까 봐 두려워서? 실제로 세월이 흐를수록 주름이 늘고 피부는 처지며, 흰 머리도 늘어나면서 우리의 인생은 복잡한 인생사, 곧 각자의 독특하고 다른 복잡한 인생사가 그 위에 기록된다. 불현듯 거울은 우리에게 지난 세월과 유한성, 종착을 향해 가고 있는 인생사라는 모호한 선물을 비춰준다.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완성하려는 독특한 현대적 환상 속에서 우리 자신의 지혜로 삶의 수수께게들을 풀어보려 했다. 한때 자유와 운명을 즐기는 노마드였던 우리가 우리 자신을 세월로부터 해방시키려는 헛된 전투에 참가하는 운명이 되고 만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노화를 '두려움'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수중의 화살'과 '흰 머리'를 자랑하던 성경의 말씀과 달리 현대인에게 노화란 열등함과 두려움으로 비쳐집니다. 그래서 되도록 노화의 시기를 뒤로 미룹니다. 과거 5, 60대면 나이 많은 아저씨, 할아버지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최근의 50대 , 60대를 그렇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도맡고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50대 초반들입니다. 60대도 적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교계에서도 70세 은퇴가 너무 이르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마치 뭔가의 두려움에 쫓기듯 한국사회는 노화의 시기를 계속 뒤로 미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젊어 보인다', '젊게 산다'라는 말을 얻기 위한 '헛된 전투'에 매몰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젊음'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젊음이란 건강한 신체와 맑은 눈, 싱싱한 신경조직입니다. 세상의 다양한 시선을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큰 가능성입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는 것이 젊음이 아닐까요? 만약 그 젊음에 약간의 '노련함', 세상을 읽어내는 지혜, 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는 조언이 더해진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입니다. 

 

신명기는 '그리스도 안에서 나이듦'에 관한 책입니다. 

광야의 신산한 삶을 지내온 생존자들이 광야에서 나고 자란 다음 세대들에게 전하는 모세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너는 조심하여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신 여호와를 잊지 말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를 섬기며 그의 이름으로 맹세할 것이니라 너희는 다른 신들 곧 네 사면에 있는 백성의 신들을 따르지 말라

- 신명기 6:12~24

 

 

단순한 충고가 아닙니다. 때로는 불뱀에 물리며, 때로는 며칠 동안 굶주리며 광야의 1세대들이 몸으로 체득한 지혜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때문에 대를 이어 전해져야 할 지혜이기도 했습니다. 

 

후일에 네 아들이 네게 묻기를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증거와 규례와 법도가 무슨 뜻이냐 하거든 너는 네 아들에게 이르기를 우리가 옛적에 애굽에서 바로의 종이 되었더니 여호와께서 권능의 손으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니 

- 신명기 6:20-21

 

 

나이듦이란 젊음의 부족함을 채우는 일입니다. 젊음은 또한 나이듦의 지혜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공자는 사람이 70세의 나이가 되면 어떤 행동을 하든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종심소욕불유구 從心所欲不踰矩)고 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종심'이라는 단어가 '고희'와 함께 70 연수를 지칭하는 말이 되기도 했습니다. 

 

믿음의 연배가 채워져 그 무엇을 하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은 삶. 그리스도 안에서 나이듦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노욕과 젊음에 대한 갈망으로 그 중요한 시간을 놓치고 있습니다. 하우어워스의 지적처럼 '헛된 전쟁'에 참전하고 있습니다. 부모세대의 노력과 헌신으로, 젊음은 마치 선물처럼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나이듦'은 온전히 우리의 준비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신명기는 그런 책입니다. 우리는 신명기를 통해서, 그리고 세상의 거친 바람을 뚫고 나온 모세의 삶을 통해서 나이듦을 배우게 됩니다. 그것이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