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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함을 위한 리허설

mimnesko 2023. 9. 14. 11:42
열왕기상 6:1-13

1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백팔십 년이요 솔로몬이 이스라엘 왕이 된 지 사 년 시브월 곧 둘째 달에 솔로몬이 여호와를 위하여 성전 건축하기를 시작하였더라
2 솔로몬 왕이 여호와를 위하여 건축한 성전은 길이가 육십 규빗이요 너비가 이십 규빗이요 높이가 삼십 규빗이며
3 성전의 성소 앞 주랑의 길이는 성전의 너비와 같이 이십 규빗이요 그 너비는 성전 앞에서부터 십 규빗이며
4 성전을 위하여 창틀 있는 붙박이 창문을 내고
5 또 성전의 벽 곧 성소와 지성소의 벽에 연접하여 돌아가며 다락들을 건축하되 다락마다 돌아가며 골방들을 만들었으니
6 하층 다락의 너비는 다섯 규빗이요 중층 다락의 너비는 여섯 규빗이요 셋째 층 다락의 너비는 일곱 규빗이라 성전의 벽 바깥으로 돌아가며 턱을 내어 골방 들보들로 성전의 벽에 박히지 아니하게 하였으며
7 이 성전은 건축할 때에 돌을 그 뜨는 곳에서 다듬고 가져다가 건축하였으므로 건축하는 동안에 성전 속에서는 방망이나 도끼나 모든 철 연장 소리가 들리지 아니하였으며
8 중층 골방의 문은 성전 오른쪽에 있는데 나사 모양 층계로 말미암아 하층에서 중층에 오르고 중층에서 셋째 층에 오르게 하였더라
9 성전의 건축을 마치니라 그 성전은 백향목 서까래와 널판으로 덮었고
10 또 온 성전으로 돌아가며 높이가 다섯 규빗 되는 다락방을 건축하되 백향목 들보로 성전에 연접하게 하였더라
11 여호와의 말씀이 솔로몬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12 네가 지금 이 성전을 건축하니 네가 만일 내 법도를 따르며 내 율례를 행하며 내 모든 계명을 지켜 그대로 행하면 내가 네 아버지 다윗에게 한 말을 네게 확실히 이룰 것이요
13 내가 또한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에 거하며 내 백성 이스라엘을 버리지 아니하리라 하셨더라

 

대중 공연 같은 큰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다보면 종종 각각의 파트, 즉 조명이나 음향, 영상, 특수효과 등 여러 스테프들이  담당하고 있는 일들을 잘 조합하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고 최종의 산출물이 기획자의 머리속에만 있었서도 안 됩니다. 오히려 각 파트의 담당자들과 세심하게 상상력을 나누고 어떻게 서로를 조율할 것인지도 준비 단계에서부터 상세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역시 기획자의 몫입니다. 

 

공연 전 진행하는 리허설(rehearsal)은 이런 기획자의 상상력이 구체화되는 시간입니다. 이미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구상했던 공연의 모습을 실제로 펼쳐내는 시간이기에 본 공연만큼이나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공연 현장에서는 한 번의 리허설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리허설을 진행합니다. 가령 저녁 8시에 공연을 시작한다면, 최소 12시간 이전에 공연장의 셋팅을 마무리 하고 '기술 리허설'을 진행하게 됩니다.

 

기술 리허설(technical rehearsal)은 출연자 없이 스테프만으로 진행하는 음향, 조명, 영상의 리허설입니다. 이 때 기획자는 자신의 의도가 무대에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미디어는 적절한지, 무대의 구성은 기획과 동일한지. 무대를 지탱하는 트러스트는 견고한지. 배경과 조명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공연에 사용할 미디어는 빠짐없이 모두 준비되어 있는지를 자세히 살핍니다. 만약 이상이 발견되면 그 즉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이후 드라이 리허설(dry rehearsal)을 하게 됩니다. 출연자들은 평상복 차림(보통 이름표를 붙이곤 합니다. 유명한 팀의 경우엔 매니저들이 무대에 설 때도 있어요..^^)으로 무대 위에서 공연 순서에 맞춰서 동선을 확인합니다. 이때 기술 스텝들은 출연자들의 동선이 음향, 조명, 영상, 특수효과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영상 중계팀의 경우 카메라의 화각, 동선을 큐시트에 메모하게 됩니다. 

 

드라이 리허설을 마치면 카메라 리허설(camera rehearsal)을 합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리허설'이 바로 카메라 리허설입니다. 실제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분장을 마친 뒤에 진행하는 리허설로 영상중계나 방송 송출에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들까지 모두 고려하는 리허설입니다. 이 때까지는 이런 저런 자잘한 수정이 가능합니다. 출연자 의상에 문제가 있거나 음향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플랜B, 플랜C가 활약하는 시간이지요.

 

이후 최종 단계인 '런 쓰루(run through) 리허설'을 진행합니다. 절대로 사고가 있어선 안 되는 생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본방송과 동일한 시간으로 런쓰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땐 진행자부터 출연자까지, 모든 기술스텝이 본 방송의 러닝타임과 동일한 시간에 맞춰 리허설을 합니다. 2시간 공연이면 리허설도 2시간이죠. 이렇게 네 번의 리허설을 모두 마친 뒤에야 비로소 본 공연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회의 예배에도 이런 '리허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교회 예배에는 다양한 미디어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형화된 예배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리허설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배는 성도들에게 단 일회적인 사건입니다. 목회자들에겐 가장 중요한 목회 사역입니다. 예배를 섬기는 다양한 스테프들에게도 예배를 위한 리허설은, 그들이 단순히 '기술자'가 아닌 예배의 참여자가 되게끔 합니다. 

 


 

오늘 말씀 속 솔로몬은 마침내 하나님의 성전 건축을 시작합니다. 본문 말씀을 묵상하면서 특히 주목했던 것은 7절 말씀이었습니다. 

 

이 성전은 건축할 때에 돌을 그 뜨는 곳에서 다듬고 가져다가 건축하였으므로 건축하는 동안에 성전 속에서는 방망이나 도끼나 모든 철 연장 소리가 들리지 아니하였으며

 

 

공사현장에서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니,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요? 마치 조립식 패널을 맞춰가듯, 채석현장에서 이미 절단하고 다듬어 놓은 재료들을 가져다가 쌓아올리고 연결하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규모나 측정이 거대하고 섬세하며 동시에 정확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광야의 성막을 세우실 때에도 브살렐과 오홀리압에게 '지혜의 영'을 부어주셨습니다(출 31:1-11). 하나님의 성전을 짓던 솔로몬에게도 '지혜'의 축복을 부어 주셨습니다. 솔로몬 왕은 자신의 지혜를 총동원하여 하나님의 성소를 짓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발견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런 솔로몬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리허설'이었습니다. 

솔로몬 왕은 성전을 건축하기 전 무려 13년 동안이나 자신의 왕궁을 짓습니다. 이 대규모의 토목 공사는 그 자체로도 완성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성전 건축을 위한 정교한 '런쓰루 리허설'이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왕궁을 건축하면서 겪었던 모든 실패는 성전 건축의 재료가 되었을 것입니다. 재료를 다듬는 것부터 정교한 설계를 세우는 것까지, 그리고 건축을 담당하는 인부들의 충분한 기술 숙련을 위해 그는 13년 동안 시간과 재정을 쏟아 부으며 경험을 쌓았던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오늘 우리의 삶을 '리허설 없는 본 공연'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신학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삶은 '온전함을 위한 매일의 리허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적확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것을 '푯대를 향하는 삶'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존 웨슬리는 이것을 '그리스도의 완전을 향해 나아가는 성화'라고 보았습니다.

때론 실패하고 또 때론 낙심합니다. 만약 그 모든 시간이 세상의 논리처럼 '본 공연'이라면 우리의 낙심과 실패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망친 공연'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삶은 그저 '망가지 장남감'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삶이 단순히 '망친 공연'이나 '망가진 장남감'으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잔인한 '죄의 굴레'를 떨쳐내고 온전함을 이루기를 더욱 간절히 원하셨습니다. 이 세상 가운데 온전한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하는 귀한 사명을 우리 가운데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또 한 번 온전함을 위한 리허설을 시작합니다.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다음 걸음을 내딛을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분명 '온전함'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