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안식일의 주인

mimnesko 2023. 2. 17. 06:00

- 마태복음 12:1~8

 

 

교회 청년부에서 전락북도 장수로 농촌선교봉사활동을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마을 봉사팀, 교회 수선팀, 교회 학교팀으로 나뉘어 5일 동안 마을 분들의 밭일도 해주고, 아직 채 마무리를 못한 교회의 목공작업이나 정리작업을 도와드리고 또 근처 마을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성경학교를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낯선 농사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은 적지 않았습니다. 산 정상이 가까운 가파른 땅에서 팥 농사를 하시던 할머님은 모처럼 만난 젊은 사람들 덕에 흥이 나셨는지 연신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교회 봉사팀은 아직 마무리 못한 성전의 나무 의자들을 모두 꺼내 사포질을 하고 그 위에 니스칠을 했습니다. 따가운 여름 햇볕 아래 반짝거리던 교회 긴의자들. 기분좋은 망치소리와 청년들의 웃음소리는 모처럼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만 같았습니다. 

 

교회에서 성경학교를 하던 팀들 역시 힘들지만 보람 가득한 일주일이었습니다. 승합차로 주변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스무 명 넘는 아이들과 신나는 율동도 하고 마음껏 찬양도 했습니다. 이 근처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았느냐며 오히려 담임목사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셨습니다. 아직 교회 형편이 어려워 승합차가 없었기 때문에 성경학교를 마치면 이제 함께 예배드릴 수 없는 아이들이 아쉬웠습니다. 그 상황이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청년부 임원들은 교회에 돌아가 '바자회'를 해서 승합차를 마련해 보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성도님들에게 광고도 해보자고 했습니다. 연식이 오래되어 저렴한 중고차라도 있으면 큰 비용이 없더라도 구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2주 후, 주일 오전 교회 앞 마당에 청년들이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장수 마을의 작은 교회에 승합차를 보내기 위한 바자회였습니다. 청년들과 몇몇 분의 도움으로 제법 바자회 용품도 구색을 갖췄습니다. 1, 2부 예배를 마친 성도님들이 관심도 보여주고 또 흔쾌히 소품이나 티셔츠 등을 구매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3부 예배가 시작될 즈음에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주일에 교회에서 장사를 허락해 준 거야!"

막무가내의 반말투는 교회 장로님이셨습니다. 워낙 많은 장로님들이 계셔서 이름은 몰랐으나 몇번 뵈었던 분입니다. 청년 담당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셨지만 그분의 성내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교회는 장사하는 곳이 아니야! 누가 주일에 교회에서 장사를 하나! 이거 누가 허락한 거야? 당회에 올라온 거야? 정신이 있는 거야?"

몇 분 권사님과 장로님들이 그분을 거들었습니다. 교회 앞 마당이 소란스러워지자 결국 바자회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골 교회에 중고 승합차를 보내주려했던 청년들의 작은 소망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바자회가 장사야? 주일에 바자회하면 죄야?"

청년들의 볼멘 소리가 들렸습니다. 

 

몇 주 뒤, 어느 집사님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승합차를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하던 일을 정리하게 되어서 처분할까 생각했거든요. 혹시 교회에서 필요하면 기증할까도 생각했고요. 왜 승합차는 교회가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당장은 필요없다고 하셔서 그냥 중고로 팔았거든요. 만약 그 전에 장수 교회 이야기를 들었으면 당연히 그쪽으로 드렸을텐데요.... 너무 아쉽네요."

 

과연 누가 안식일의 주일일까요?

오늘 본문 말씀을 묵상하며 20년 전의 일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