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생각해보면...

mimnesko 2013. 8. 16. 11:08

생각해보면, 가방속에 로모(LOMO)를 넣고 다니다가 팅팅거리며 사진을 찍고 LS40ED로 필름을 스캔하던 때보다 휴대전화 하나면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담을 수 있는 요즘, 압도적으로 많은 량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컴퓨터를 동기화하고 파일들을 보면(스캔도 필요없다!), 좀 난감해 질 때가 많습니다. 분명 사진은 사진인데....

 

대부분의 카메라 어플이 이미지 보정기능(토이카메라 모드도 있고 다양하죠)을 지원하기 때문에 딱히 포토샵의 보정이 필요 없어 한결 쉬워지고, 더 편해졌을 것 같지만, 막상 사진 그 자체로 본다면 일상의 기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누구를 만났고, 뭘 먹었고... 등등.

 

그래서 오히려 요즘은 사진이 좀 고픕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서로 다른 화각의 렌즈로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그립기도 하고 손끝의 작은 힘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셔터음도 그립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기분좋게 떠나던 출사의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겠죠. 뭐 대단한 사진 찍는다고 서로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려보고 누구 하나를 모델 삼아서 화각을 배우던 때가, 생각해보면 '사진'을 찍던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펼친 로모그래피 폴더에는 추억이 잔뜩입니다.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오던 장면들이 박제된 시간 속에, 그리고 외장 하드디스크의 어디쯤에서 조용히 숨어 있었네요. 일본 거리의 청결함이나 하루의 피곤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여행사진을 보다보면 당장이라도 짐을 꾸려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현역인 X700이 있고, 똑딱이 카메라 T2와 로모가 있으니(여전히 많구나~), 더 늦기 전에 '사진을 찍으러' 가야겠습니다.

무성한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한 여름의 숲. 서늘하고 시원한 숲속의 냄새. 하늘. 그리고 한줌의 수분마저 남김없이 휘발시킬듯 맹렬한 한여름의 태양.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그러나 오늘은 야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