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 76

그의 별을 보고

- 마태복음 2:1~12 지난 가을,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숙소엘 간 적이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청량함과 온통 붉게 물든 나뭇잎들로 가득한 산속 풍경에 복잡했던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어스름한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하늘이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하나씩 드러나던 별들이 어느새 하늘 가득 채워졌습니다. 인공의 빛이라곤 한줌도 없는 깊은 산속. 아직 달도 뜨지 않은 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고대인들이 왜 그렇게 별 자리에 심취했는지 저절로 알 것만 같았습니다. 단지 도심에 산다는 이유로, 또 높은 아파트에 갇혀 산다는 이유로 날마다 펼쳐지는 이 장엄한 우주의 광경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 유성 하나가 지나갔습니다...

MIDBARR 2023.01.21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

- 마태복음 1:18~25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대구 지하철에서 방화로 인한 끔직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2003. 2. 18). 무려 1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사건은 고의로 인한 방화에 미흡한 대처 등이 범벅이 되어 벌어진 참혹한 인재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또 아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들고서 중앙로 역을 찾은 가족들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하고, 원래는 화재의 확산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었는데 당시엔 오히려 피해자를 화마 속에 가둔 꼴이 되어 버렸던 방화셔터에 가득 남겨져 있던 수없이 많은 손바닥의 자국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당시 사고를 수습했던 소방관이 얼마전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 사건 이후론 지하철을 못 타게 되었다는 말을 할 때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

MIDBARR 2023.01.20

이사갈 준비

- 마 1:1~17 대학교 선배 중 '냉수 한 그릇'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CCM 가수가 있었습니다. 기타 한 대 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힘을 가진 멋진 선배였습니다. 어느 날 자신이 만든 '할머니의 기도'라는 독특한 이름의 찬양을 한 곡 부르겠다면서 그 노래의 배경이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믿음을 가지시고 또 교회에 출석하게 된 할머니는 어느 날 교회에 다녀오셔선 갑자기 성경을 꺼내 마태복음 1장을 읽으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신약성경을 읽으시려나보다 했고, 그래서 마태목음 첫 장을 읽으시나보다 했는데, 그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전히 마태복음 1장만 읽고 계신 것입니다. 사실 1장의 내용은 누가 누구를 낳고 또 누가 누구를 낳고 하는 내용뿐입니다. ..

MIDBARR 2023.01.19

여호와여 돌아오소서

- 민수기 10:11~36 몇년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한 김혜자 배우가 수상 소감이 꽤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의 대사 일부를 소감으로 대신했었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닌 배우 김혜자로서 담담히 읽어내려가는 그 내용은 보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김혜자 배우가 상을 받고, 전혀 예상하지 못헀던 수상이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했던 첫 마디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편 18:1) 그건 배우가 준비한 말도, 또 의도한 말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감탄처럼, 한숨처럼, 탄식처럼, 기쁨처럼 토해냈던 말이었기에 시편 기자의 고백은 이제 그녀의 오롯한 고백이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순간, 내 입에서 ..

MIDBARR 2023.01.18

명령과 약속의 은 나팔

- 민수기 10:1~10 군대에서 받는 여러 훈련 중에 매우 귀찮은 훈련 중 하나가 '전투준비태세'라는 훈련입니다. 사실 군대에서 경험하는 강도 높은 훈련(유격훈련이나 혹한기 훈련 등)도 힘들고 귀찮긴 하지만 전투준비태세, 보통 준비태세라고 부르는 이 훈련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이 훈련은 말 그대로 '전쟁이 일어났다'라는 가정에 따라 가장 신속하게 전투에 임하는 모든 과정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사이렌이나 구두로 '데프콘'이 발령되면 그게 언제든 간에(밤이든 낮이든), 신속하게 개인 짐을 꾸려서 작전 지역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을 완료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파기할 물건들과 후송할 물건, 여러 집기들에 대한 표기도 마쳐야 하고 전쟁에 필요한 모든 물자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기에 '적이 화생방 무기를 ..

MIDBARR 2023.01.17

구름이 떠오를 때

- 민수기 9:15~23 오래 전에 읽은 책 중에 '나의 결정과 하나님의 뜻'(게리 프리슨, 로빈 맥슨 공저, 생명의 말씀사)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습니다. 순전히 그 제목 때문에 손이 갔던 책입니다. 그 이후에 '하나님의 뜻'(존 맥아더, 베드로서원)이라는 책도 보게 되었는데, 역시 순전히 그 제목 때문에 손이 갔던 적이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라는 것 아닐까요? 하나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기 원하실까, 하나님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길 원하실까, 하나님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길 원하실까...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깨끗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MIDBARR 2023.01.16

그들을 내게 구별하였음이라

- 민수기 8:1~26 유월절, 맥추절(초실절), 초막절과 같은 구약의 3대 절기(혹은 무교절, 칠칠절, 나팔절, 속죄일을 더해 7대 절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는 대부분 출애굽 이후 광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절기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성대한 절기는 아무래도 '유월절(passover)'입니다. 열번 째 재앙이 이집트를 뒤덮던 그 밤, 처음 태어난 것들이 모두 죽던 그 밤에 피로 바른 문설주의 이스라엘 백성만이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유월절은 죽음과 동시에 생명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유월절은 그들의 안락했던(?) 이집트에서의 삶이 마감되고 홍해를 건너 광야의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리도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각..

MIDBARR 2023.01.14

모두 함께, 모두 같이

- 민 7:12~89 교회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 나이 지긋하신 권사님의 지시에 따라 여러 집사님들이 일사불란하게 많은 교인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보통 권사회 또는 여전도회, 또는 공동체(순, 구역)에서 순번을 정해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이 있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가령 지난 주 맡은 부서가 맛있는 반찬을 준비했다면, 이번 주 순서를 맡은 부서에서는 무조건 지난 주보다 맛있거나 비싼 재료가 올라가야 한다, 라는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웃고 넘길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이것을 중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역자들의 이야기를 가끔씩 듣게 됩니다. 성도들과 나눌 한 끼의 점심 식사지만..

MIDBARR 2023.01.13

그 어깨로 메는 일

- 민수기 7:1~11 아이를 키우다보면, 두 손 가득 무언가를 쥔 어린 아이에게서 그 손에 쥔 것을 순순히 내놓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됩니다. 과자 하나 사탕 하나를 들고 있는 아이에게 '과자 하나만 줄래?'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가 가진 전부를 내놓으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완강하게 거부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 손에서 과자나 사탕 하나를 순순히 받아낼 수 있을까요? 지혜로운 엄마들은 그 경우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하나 더 준비합니다. "엄마가 이걸 주려고 했는데, 어떡하지? 받을 손이 없네?" 아이는 자신의 손에 든 과자와 사탕을 바라봅니다. 네, 손이 부족하죠. 그 경우 놀랍게도 어린아이조차 자신의 손에 있는 간식과 엄마 손에 있는 간식의 중요도를 재빠르게..

MIDBARR 2023.01.12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 민수기 6:13~27 나실인의 서원을 마치고 '자기의 몸을 구별한 날이 찬' 사람은 그의 거룩함의 상징이었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화목 제물 밑에 있는 불에 올려놓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가 다했음을 하나님과 제사장 앞에 알리게 됩니다. 레위인이 아님에도 특별한 서원을 다짐한 사람의 거룩함의 의무가 마침내 종결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다시 포도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거룩은 경건한 의무입니다. 더불어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룩은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구되었던 선택받은 민족의 성품이기도 했습니다. 거룩함, 즉 기쁘게 구별됨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약속은 웅장합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그리고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여호와는 ..

MIDBARR 202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