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OFFEE 8

엘카페(El Cafe) & 로스터리

마음 먹고 엘카페를 찾아간 날이 하필이면 이사를 위해 메인으로 사용하던 에스프레소 머신 '헥사곤'을 들어내던 날이었다.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상용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니는 이 머신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엘카페를 방문한 마음 중 절반은 되었기 때문에, 카페 입구에 비닐포장되어 조심스럽게 놓여 있는 헥사곤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엘카페는 그리 넓지 않았다. 넓지 않은 매장에 주방 겸 서비스 테스크는 말도 안 되게 넓었다. 한국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나름 유명세를 가진 카페들의 내부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압도적으로 매장 크기가 큰 경우(광화문의 테라로사 처럼)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스텀프타운이나 인텔리젠시아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체감으로 느껴졌다. 매장의 테이블 수가 생각..

REVIEW/COFFEE 2015.12.19

FAEMA E61 Legend

가로수길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방문했던 카페에서 만난 E61. 에스프레소 머신이라곤 가찌아(GAZZIA)밖에 모르던 시절, 레트로한 디자인에 한 눈에 반해버렸던 머신이 바로 FAEMA의 E61이었다. E61은 1961년 FAEMA의 대표이기도 한 이탈리아의 Carlo Ernesto Valente가 당시로선 혁신적인 커피추출기술을 적용하여 제작한 최초의 전기동력 에스프레소 머신이었다. 머신 디자인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했다고 해서 더욱 유명세를 탔던 머신이기도 하다. E는 전기(Electric)의 약자이고 61는 1961년을 의미한다. E61은 전기동력을 이용한 모터와 펌프를 적용했다는 것 외에도 커피를 추출하는 독립적인 황동 보일러를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당시 혁신적인 성과를 이..

REVIEW/COFFEE 2015.11.25

에스프레소?

처음 폴바셋에 갔을 때 함께 갔던 동료들이 폴바셋의 널찍한 메뉴판을 보고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아메리카노, 카라멜 마끼아또, 에스프레소라는 익숙한 단어대신 '룽고(Lungo)'니 '리스트레또(Ristretto)'니 하는 메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이라는 '폴 바셋'(이 신화는 늘 상당한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의 이름을 이용한 매일유업의 상술이기도 하다. 에스프레소라는 말보다는 리스트레토라는 단어가 어쩐지 좀 더 전문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카페 아메리카노, 라는 말보다는 '룽고'라는 단어가 좀 더 바리스타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정말 리스트레토이고 정말 룽고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는데, 실제 맛을 보았을 땐 저절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래서..

REVIEW/COFFEE 2015.10.01

stumptown coffee

아직 국내에선 아는 사람만 안다는 Stumptown Coffee. ​ 포틀랜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이 로스터리 카페는 이젠 제법 브렌치를 늘려가고 있어 미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로스터리 카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흥미있는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로스터리들이 그렇듯,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의 이도 저도 아닌 커피 맛에 분개하는 마음으로 '흥, 내가 제대로 만들어 주곘어!'라는 다짐으로 문을 연 곳이 많다보니 각 카페마다 로스팅과 추출의 차이, 그리고 맛의 차이가 선명하다. 커피 중독자들에겐 뭐 이래도 저래도 카페인만 제대로 흘러준다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 아직까지 한국에서 Stumptown 커피를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

REVIEW/COFFEE 2015.10.01

카페 아메리카노(Cafe Americano)

커피스트(Coffest)의 예가체프 적어도 커피에 있어 광화문은 프렌차이즈의 천국이다. 광화문 사러리를 둘러 싸고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 커피(심지어 바로 옆 건물이다) 그리고 할리스와 투썸 플레이스가 빈틈없이 입점해 있다. 최근 교보빌딩 뒤로 문을 연 대림 D타워에는 폴바셋과 베이글&로스터리 카페 포비(FOURB)가 위풍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광화문에만 벌써 네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쯤되면 본인들이 가열차게 주장하던 '스페셜티' 의 아우라를 스스로 걷어차는 모양새인데, 나름 고급스럽게 포지셔닝한 이미지가 어느날 아침, 안개 걷히 듯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매일유업은 SPC의 파스꾸찌가 어떻게 변방으로 사라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프렌차이..

REVIEW/COFFEE 2015.10.01

shelly's coffee

꽤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한 로스터리 카페. 말 그대로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어 창문을 열어두면 내내 파도소리가 즐겁게 들린다. 두툼한 메뉴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저 창문 너머에는 푸른 바다가 가득히 펼쳐진다. 케냐AA. 정성껏 내려준 커피의 맛이다. 아로마가 입안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함께 주문했던 쇼콜라 케익. 누가 뭐래도 생크림을 잔뜩 올려 한 입에 먹는 맛이 제맛. 카페 1층의 모습. 앞에 옹기종기 놓인 것은 커피슈거를 담아두는 통이다. 각종 티스푼들. 하나쯤 빼오기엔 완전 티나는 디스플레이. 차와 커피를 위한 잔들도 한쪽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뒤에 놓인 책 제목이 예사롭지가 않다. 카페의 지하.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꽤 큰 규모의 와인셀러가 있다. 와인 저장하기엔 최적..

REVIEW/COFFEE 2013.09.23

cafe 몰디브

길을 걷다가 고소하게 로스팅된 커피향기에 저절로 이끌려 들어간 커피점. 주로 로스팅된 커피원두를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메뉴에 드립커피나 더치커피가 있어 주문해 봤다. 로스팅된 커피는 200g에 630엔.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보통 100g에 6~7천원 정도에 판매된다) 횡재라도 한 기분으로 원두도 주문하고 드립커피를 마시고 있으니까 발바닥엔 불이나고 다리는 끊어지도록 아팠지만, 어쩐지 행복하단 느낌이 들었다. 내가 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이야기 하자(물론 어설픈 영어), 독특한 느낌의 주인은 영어 따위는 전혀 모르지만 기쁘다는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피스.

REVIEW/COFFEE 2013.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