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OFFEE

FAEMA E61 Legend

mimnesko 2015. 11. 25. 03:05

 

 

가로수길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방문했던 카페에서 만난 E61.

에스프레소 머신이라곤 가찌아(GAZZIA)밖에 모르던 시절, 레트로한 디자인에 한 눈에 반해버렸던 머신이 바로 FAEMA의 E61이었다.

E61은 1961년 FAEMA의 대표이기도 한 이탈리아의 Carlo Ernesto Valente가 당시로선 혁신적인 커피추출기술을 적용하여 제작한 최초의 전기동력 에스프레소 머신이었다. 머신 디자인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쥬지아로[각주:1]가 했다고 해서 더욱 유명세를 탔던 머신이기도 하다. E는 전기(Electric)의 약자이고 61는 1961년을 의미한다.

 

E61은 전기동력을 이용한 모터와 펌프를 적용했다는 것 외에도 커피를 추출하는 독립적인 황동 보일러를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당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어 냈다. 황동으로 제작된 이 보일러 시스템(Heat Exchager System)을 통해 E61은 안정된 온도(섭씨 90도 내외)로 크레마와 함께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특히 커피를 추출하는 압력이 필터에 도달하기 전, 미리 뜨거운 물을 흘려 커피 내의 크랙이나 공기의 통로를 차단, 일정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도록 고안된 프리 인퓨전 시스템은 지금까지도 FAEMA의 제품에서 적용되고 있는 혁신적인 추출기술이었다.

 

E61 모델은 현재도 과거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재현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어지간히 익숙한 바리스타가 아니라면 커피 추출하는 일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 그래서 E61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기술과 편의성이 접목된 쥬빌레(Jubile) 모델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가로수길에서 발견한 모델도 역시 쥬빌레.

 

은은한 붉은 조명의 후면과 레트로한 디자인으로 바리스타보단 콜렉터들에게 인기가 더 많을 듯한 에스프레소 머신인데,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 최근 주변 카페를 보면 에스프레소 머신의 수준이 남다르다. 스페셜티를 내세운 카페들이 많아지면서 정밀한 압력조절을 통해(PID 제어 같은) 보다 풍성한 맛을 구현하려는 욕심을 가진 바리스타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순전히 커피를 즐기려는 목적뿐인 나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연히 들어간 동네카페에서 시네소나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 않겠는가? 물론 오늘 소개한 E61 역시.

 

 

  1. 쥬지아로는 골프의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얻었는데, 국내에서는 현대의 포니, 대우의 마티즈, 라노스, 레간자 등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