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86

서울신대의 사상 검증

최근 '유신진화론' 문제로 서울신대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서울신대(총장 황덕형)는 지난 2024년 4월 15일 박영식 교수의 징계와 관련하여 "유신진화론은 성결 교단의 창조 신앙과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후 교수들을 상대로 '유신진화론 반대' 서명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다는 내부의 이야기가 터저나오면서 일파만파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신대 신학부 교수 25명이 발표한 성명의 주된 내용은 "우리 대학의 학문적 개방성과 창조신학과 관련하여 서울신학대학교의 신학적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우리는 교수들이 성결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신앙고백의 관점에서, 다양한 학문적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칠 학문적 자유..

REMEMBRANCE 2024.04.25

일곱 개의 초로 밝히는 테네브레(Tenebrae)

로완 윌리엄스는 자신의 저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에서 “고난주간과 부활절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교회력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지적처럼, 여타의 어떤 절기보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생각하는 일주일이야말로 현재의 기독교를 세운 토대이며 정수(精髓)입니다. 한국 교회는 고난주간 일주일 동안 특별새벽기도회로 모이고, 성금요일(God’s Friday)엔 십자가 위에서 남긴 예수님의 일곱 말씀을 묵상하며 ‘가상칠언’의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활절에는 생명의 상징을 담은 ‘달걀’을 성도와 이웃이 함께 나누며 예수님의 다시 사심을 축하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초대교회 성도들은 어떻게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기념했을까요? 예수님의 기억이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던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REMEMBRANCE 2024.02.27

견리사의(見利思義)

2023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입니다. 그 뜻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어버리다'로 논어의 '헌문편(憲問篇)'에 나오는 '견리사의'에서 따온 표현으로 '온전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합니까?'라는 자로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입니다. 공자는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욕심 없음,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 아름다운 재예의 예를 들어 이들의 장점을 조화롭게 이룬 사람이라면 온전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을 리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이렇게 덧붙입니다. 子曰, 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 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자왈, 금지서인자 하필연,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 불망평생지언, 역가..

REMEMBRANCE 2023.12.12

크리스천 오디오북 : Just Show up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자리에 앉은 사람이든 서있는 사람이든 모두가 스마트폰 속 화면에 열중해 있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마치 픽사의 에니메이션 '월-E(Wall-E)'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고,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고 동영상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들 스마트폰에 열중해 있는 모습이 마치 분과 초로 시간을 쪼개어 써야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인 것만 같아서 때론 서늘한 감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주로 음악을 들으며 출퇴근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책상 앞에서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다보니, 출퇴근 시간만큼은 눈을 쉬게 해주자 라는 소박한 생각 때..

REMEMBRANCE 2023.09.22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유'

최근처럼 '자유'라는 말을 많이 들어본 기억이 있을까? '민주주의'라는 말도 '자유민주주의'로 고쳐 불러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횡횡하더니, 이젠 '자유'가 모든 논리를 때려잡는 몽둥이로 자리하고 있다. 늘 그렇듯, 어떤 특정한 단어가 도드라진다는 것은 그 반대의 현상이 만연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령 '자연 보호'라는 구호가 자주 눈에 띈다면, 그것은 '자연 파괴'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두가 잔디를 보호한다면 굳이 푸른 잔디밭 앞에 '출입금지'라고 팻말을 세울 이유가 없기 떄문. 그러니 최근 '자유' 열풍은 반대로 우리 주위에 '자유'의 반대 개념이 만연하다는 뜻일텐데,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하기 않다는 것이다. 당장 '자유'의 반대말을 머리속에 떠올려 보자. '부자유', '..

REMEMBRANCE 2023.09.15

일주일 간의 캠프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리고 끝나지도 않을 것 같던 일주일 간의 캠프를 마쳤다. 언젠가는 기독교 청소년 캠프에 대해서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다. 우선은 잘 마쳤다는 것의 안도와 일주일동안 경험했던 놀라움에 대한 감사만 남겨둔다. * 이번 캠프에 대한 매체의 기사와 보도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3786 “다음세대, 거룩한 땅에서 복음 증거하는 사명자 되길 소망” - 아이굿뉴스 “예수님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 모두 하나님을 깊이 만나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안드레에게 또 안드레가 베드로에게 ‘와서 보라!’고 외친 것처럼, 각자가 선 ‘거룩한 땅’에 www.igoodnews.net ht..

REMEMBRANCE 2023.08.18

마을을 지키는 특별한 벽화

최근에 '공공신학'이란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깊은 이면까지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공공신학이 지향하는 바가 교회의 '공공성'에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기독교의 특징으로 '편협성', '독선주의' 등을 손꼽는 이유는 기독교가 가진 본연의 특징보다 세상과 교회라는 이원론적인 세상관을 고수하며 교회 스스로가 고립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나뉘어진 '세상'은 전도의 대상이고 선교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교회 구성원 대부분이 '세상'에 속해서 일주일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인들은 '전도와 선교의 대상'인 세상에서 전쟁 같은 5일을 보내고 와서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길어야 두 시간 남짓 '교회'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마치 지난 6일의 삶을 통회하며 반..

REMEMBRANCE 2023.05.12

당신은 기독교를 신뢰합니까?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21.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2020년의 조사보단 무려 10.8%가 하락한 수치입니다. 이를 조사한 조사기관에서는 그 이유를 "초기에 일부 지역교회를 통해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국민들은 교회를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교회 구성원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보면 그 신뢰도가 교회에 대한 신뢰도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기독교 목사를 신뢰한다(20.8%), 기독교인을 신뢰한다(20.6%)는 조사의 결과가 교회에 대한 신뢰의 수치와 비슷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 조사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초점을 맞추야 합니다. 기독교 목사와 기독교인을 신뢰하지 않는다(약 74..

REMEMBRANCE 2023.02.20

chatGPT에 설교 한 편을 요청해 보았다.

설교 본문은 마태복음 12:9~21절. 간략한 묵상과 함께 짧은 설교문을 작성한 것을 요청해 보았다. 평균 30분 이상 걸리는 내 경우와 달리 chatGPT는 막힘없이 한줄 한줄 적어내려갔다(실제로 보고 있자면, 마치 이 정도는 다 하는 거 아냐? 라는 식이다). 실제로 걸린 시간은 20초 남짓. 그리고 AI가 작성한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마태복음의 한 구절, 특히 마태복음 12장 9-21절에 주의를 돌립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유대 율법을 어기는 것으로 여겨진 손 마른 사람을 고치시는 것을 봅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였던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행동에 격분했지만, 예수님은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허용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심으..

REMEMBRANCE 2023.02.16

어디서 본 것 같은, 정이

* 영화 '정이'에 대한 스포일러는 전혀 없습니다. 아마도... 연상호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었고, 감탄했던 작품 역시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사이비'였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것을 흥행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걸 해낸 감독이라니 기억할만하지 않은가. 이후 '부산행'의 성공으로 연상호 감독은 '그림만 잘 그리는 감독'에서 벗어났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그는 장르영화의 추종자였고 발군의 스토리텔러였다. 나홍진 감독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장르의 개척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설레임도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부산행의 후편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서울행'과 감독이 VFX의 참맛을..

REMEMBRANCE 202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