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서울신대의 사상 검증

mimnesko 2024. 4. 25. 11:17

최근 '유신진화론' 문제로 서울신대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서울신대(총장 황덕형)는 지난 2024년 4월 15일 박영식 교수의 징계와 관련하여 "유신진화론은 성결 교단의 창조 신앙과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후 교수들을 상대로 '유신진화론 반대' 서명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다는 내부의 이야기가 터저나오면서 일파만파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신대 신학부 교수 25명이 발표한 성명의 주된 내용은 "우리 대학의 학문적 개방성과 창조신학과 관련하여 서울신학대학교의 신학적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우리는 교수들이 성결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신앙고백의 관점에서, 다양한 학문적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칠 학문적 자유를 가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연발생적인 진화를 통해서 인간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진화론과, 진화론을 신학에 적용하며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요소를 포함한 유신진화론이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고백하는 창조신앙과 그리스도의 구원에 관한 고백과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한다." 등으로 이뤄져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서명의 과정에 총장과 교목실의 강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총장과 교목실이 나서는 일에 비정년의 교원들이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더 나아가 서울신대는 '창조과학 관련 교과목'을 개설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 신학교 교수들과 신학자들, 그리고 일반 성도들까지 이런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학과 종교"의 대화를 이야기하는 최근의 추세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뒤집는 듯한 서울신대의 행보가 과연 성결 교단의 정체성의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몇몇 불편한 사람들의 심기 관리 차원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뜻밖에 쏘아올린 신호탄 덕분에 당분간 한국교회는 창조론과 진화론, 유신진화론이라는 낯익고 생소한 주제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서울신대는 기독교대한성결회에서 설립한 교단 신학교에서 출발한 신학대학입니다. 성결교는 존 웨슬리가 시작한 메도디스트 운동에서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 만들어진 교파입니다. 한국에서 '감리교'로부터 출발한 교파가 성결회 외에도 '하나님의 성회'가 있습니다. 성결회는 이후 WCC 가입과 참여 등의 문제로 기독교대한성결회(기성, 서울신대)와 예수교대한성결회(예성, 성결교신학대학교)가 나뉘었고 지금은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나성, 천안나사렛대학교)로 나뉘어 있습니다. 세 교단 중에서 그나마 진보적인 신학을 보여왔던 서울신대의 '커밍아웃'이 앞으로 성결회를 비롯한 개신교 전반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나게 될 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