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COFFEE

stumptown coffee

mimnesko 2015. 10. 1. 01:13

 

 

 

 

아직 국내에선 아는 사람만 안다는 Stumptown Coffee.

포틀랜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이 로스터리 카페는 이젠 제법 브렌치를 늘려가고 있어 미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로스터리 카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흥미있는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로스터리들이 그렇듯,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의 이도 저도 아닌 커피 맛에 분개하는 마음으로 '흥, 내가 제대로 만들어 주곘어!'라는 다짐으로 문을 연 곳이 많다보니 각 카페마다 로스팅과 추출의 차이, 그리고 맛의 차이가 선명하다. 커피 중독자들에겐 뭐 이래도 저래도 카페인만 제대로 흘러준다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Stumptown 커피를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근 압구정동의 편집샵에서 매일마다 항공으로 공수한 Stumptown의 원두로 커피를 서브하게 되어 기대 잔뜩 품고 방문한 적이 있었고 꽤 훌륭한 커피였지만, 이것이 Stumptown이다, 라고 말하기엔 어려운 점이 역시 함께 있었다.

일단 원두를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주문과 결제의 의의가 충분하다고 스스로 세뇌한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커피보다 비싼 운송료를 내며 커피가 한국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주문한 커피는 stumptown에서 발렌타인 데이 전후로 진행되었던 Costa Rica Montes de Oro Mast Brothers 쵸콜렛 패키지. Stumptown의 커피도 기대가 되었지만, 한국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쵸콜렛 메이커인 Mast Brothers의 맛이 궁금했다. Mast Brothers가 만드는 쵸콜렛에 대한 이야기는 https://vimeo.com/13664547 에서 만날 수 있다.

 

stumptown과의 콜라보는 붉은 바탕에 바이크 일러스트 패턴이 그려져 있는데, 73% 다크 쵸콜렛에 커피 빈까지 넣어서 달콤하기보단 오히려 쌉쌀한 맛이 강조되어 있다. 그래서 투명하고 달콤한 아로마를 가진 stumptown 코스타리카와의 조합이 내심 기대가 되었다.

 

 

 

브랜딩과 단일품종을 각각 하나씩 주문해서 Stumptown이 추구하는 커피맛을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싶었는데, 혹자는 Stumptown 커피를 즐기려면 제대로 된 '머신'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또 어떤 분은 핸드드립 만으로도 충분히 그 깊은 풍미를 즐겁게 맛봤다고도 했다. 이게 꽤 극단적인 나뉨이라서 하루빨리 커피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꼬박 일주일을 채우고서야 도착한 커피..

 

 

 

 

상자를 개봉하면 함께 주문한 하우스 블랜드 커피 옆에 발렌타인 패키지가 다소곳이 놓여 있다. Stumptown coffee의 엽서와 스티커도 몇 장 넣어주었다. 사실 머그컵을 하나 주문해보고 싶었지만, 오는 도중에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몰라 포기했다.

 

 

하우스 블랜드는 나중에 머신을 이용해서 라떼로 마셔보기로 하고, 우선은 단일품종 커피를 핸드드립해서 마셔보기로 했다.

코스타리카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원두이기 때문에 이미 축적된 맛의 기억이 나름의 평가가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한 건데 막상 받고 보니 예가체프나 이디오피아 종류도 하나 주문했으면 좋았겠다는 뒤늦은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 들었다.


일단 커피를 곱게 갈아서 드리퍼에 차곡해 채웠다. 운송과정에서 북극해를 지났을, 그래서 꽤 낮은 온도로 이동했을 커피였기 때문에 갓 볶은 원두의 아로마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생각보다 로스팅 과정의 아로마가 적었다. 이 부분이 처음 원두를 만났을 때의 첫 인상 같은 건데 의외로 희미한 인상으로 첫인사를 나눈 Stumptown 커피.

 

 

 

정성껏 드립해서 검고 투명한 한 잔의 커피를 내렸다.

Stumptown 웹사이트에서도 별다른 가이드가 없었기 때문에 가장 일반적인 기준과 방법(용량, 온도, 물의 양)으로 커피를 내렸다. 따뜻한 물이 원두에 닿을 때마다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아로마가 조금씩 되살아 났다. 커피의 전체적인 인상은 산도가 조금 강하다, 였다. 남미 산지의 커피는 신맛보다는 고소한 아로마와 바디감이 더 좋다는 일반적인 편견을 저만큼 날려보내기 좋을 정도였다.

 

배경으로 중남미의 멋진 풍광이 스쳐가며 "세상에 이런 맛이 존재했다니!!"라고 소리치며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Stumptown 로스터리의 느낌은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는,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커피였다. 우유를 섞은 음료와는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하우스 블랜드를 개봉해서 모카포트에 넣어 보기도 했다.


아무쪼록 버클리의 피츠 커피와 함께 손잡고 어서 빨리 우리나라에 들어와 주기를 바라는 로스터리 카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현재 커피빈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스페셜티'라는 과분한 수식어를 어서 떼어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이번에 주문한 발렌타인 패키지(Mast Brothers 쵸콜릿과 Costa Rica 커피)와 하우스 블랜드.

 

 

 

sony RX-1 

Carl Zeiss T* Sonnar 35mm/f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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