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그의 별을 보고

mimnesko 2023. 1. 21. 06:00

- 마태복음 2:1~12

 

지난 가을,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숙소엘 간 적이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청량함과 온통 붉게 물든 나뭇잎들로 가득한 산속 풍경에 복잡했던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어스름한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하늘이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하나씩 드러나던 별들이 어느새 하늘 가득 채워졌습니다. 인공의 빛이라곤 한줌도 없는 깊은 산속. 아직 달도 뜨지 않은 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고대인들이 왜 그렇게 별 자리에 심취했는지 저절로 알 것만 같았습니다. 단지 도심에 산다는 이유로, 또 높은 아파트에 갇혀 산다는 이유로 날마다 펼쳐지는 이 장엄한 우주의 광경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 유성 하나가 지나갔습니다. 깜짝 놀라 급하게 휴대전화의 카메라로 촬영을 했습니다. 셔터는 터무니 없이 느렸고, 직감상 죄다 흔들렸겠구나 싶었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으로 확인해 보니 유성은 고사하고 별들조차 온데간데 없고 그저 까만 화면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 아쉬워하던 차에 또 유성 하나가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많은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매일마다? 정체없는 억울함이 더 심해졌습니다.

 

예수가 태어나던 날, 동방의 박사들을 이끌던 별이 어떤 별이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신학자 톰 라이트는 "학자들은 마태가 말한 '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려고 무척 애를 썼다. 핼리혜성이 주전 12-11년에 나타났지만, 그것은 이 이야기보다 훨씬 전의 사건이다. 어쩌면 일종의 초신성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목성과 토성이 주전 7년에 세 번 교차한 사실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모든 사람을 위한 마태복음(1), 31쪽)고 자신의 추측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마태에게 그 별이 정확히 '어떤 별'이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동방에서 왔다는 박사들의 정체 역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 어떤 기록도 마태복음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태는 예수님의 탄생이 당시 헤롯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톰 라이트의 말처럼, 이것은 "정치적 다이너마이트"와도 같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삶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출생부터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위력은 헤롯 왕이 2살 이하의 아이들을 모두 학살하라고 지시를 할 정도였고, 짧지 않은 시간동안 예수와 그 가족이 이집트로 망명을 해야할 정도의 위력이었습니다. 정당성이 부족했던 지도자는 자신의 기반이 무너질까 두려웠습니다. 타락한 종교지도자는 또 다른 형태의 심판을 두려워했습니다. 예언의 성취가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닌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만약 하나남의 다시 오심이 바로 오늘이라면, 우리는 마냥 기뻐할 수 있을까?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을 보며 오히려 마음을 추스르게 되는 것은 쌀쌀한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