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하루 종일, 비

mimnesko 2011. 5. 9. 16:44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마른 땅을 적시는 그 비 냄새를 참 좋아했다.
나른하게 내리는 봄비를 툭툭 털어내며 걸었던 기숙사 가던 길도 참 좋았고,
아펜젤러관 아치 지붕 아래에서 굵은 빗줄기로 쏟아지는 장맛비를 보는 즐거움도 작지 않았다.
쏴아아, 하고 비가 내린다.

온 사방이 어둑해진 도시의 풍경은 잔뜩 움츠린 고양이 같다.
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금새 고양이는 무슨 하며 툭툭 털고 일어나 손을 내밀어 비를 만진다.
손바닥 위로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은 무색이다.
누구는 황사가 들었다면서, 또 누구는 방사능 빗줄기라면서 별로 막을 길 없는 빗줄기를 나뭇잎만한
손바닥으로 가리고 뛰어다니지만...
빗방울은 1억년 전부터 빗줄기여서, 투명한 그 물빛에 왠지 모를 거대함이 느껴진다.
방사능 따위...
황사 따위...

잔뜩 습기 찬 신발 속 발가락이 자꾸만 꼼지락 거린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