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예수님의 자리...

mimnesko 2010. 8. 19. 02:42


이명박 정부에서 '고소영'내각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리고 그 뜻이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굴이 마치 불이라도 덴 듯 확 달아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이 소망교회의 장로라서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명만 있고 권리가 없는 자리가 '장로'인데 그런 자리에 앉았다 한들 그것이 정치적 기반이 되고 또 인맥이 되어 이 정권의 인력풀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제 신앙의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상식'이 되는 것이 요즘 한국 사회인 듯 합니다. 소망교회 장로 한 자리 하면, 이 정권에서 내각 한 자리쯤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 보입니다. 위장전입을 했든, 땅 투기를 했든, 교회는 다니지만 예수가 뭐하는 양반인지는 모를 분들이 소망교회에는 참 많아 보입니다.

사실 조금만 이성적으로 판단해 본다면, 소망교회에는 별로 소망이 없어 보입니다. 곽선희 목사님의 카랑카랑한 리더십으로 지금까지 훌륭하게 성장한 교회지만, 은퇴 즈음에 보여줬던 그 분의 모습은, 함께 존경했던 한경직 목사님의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서 혹시 하나님이 따로 한 분 더 계신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의 교수님이 얼마 동안 소망교회에서 당회장으로 지내셨던 적이 있습니다. 몇 개월 못 채우고 그만두셨을 때, 교수님이야 한마디 말씀도 없으셨지만 주위 사람들은 어쩐지 납득이 되었습니다. 목회상담을 전공하신 분이 견디지 못할 만한 당회라면 지금 일어나는 이런 일이 결코 우연은 아니겠다 싶습니다.

그럼 적어도 그 장로들 세우신 목회자에게 절반의 책임은 있지 않겠습니까? 본 교회에서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을 들여 지어 준 지교회에서 아드님이 목회를 하시기에 더 이상 말을 하실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성향이 몸에 잘 맞으셨던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담임목사이고 당회장이라면 적어도 장로들의 치리는 똑바로 하셨으면 합니다. 굳이 성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모든 성도는 그리스도의 지체입니다. 물론 다소 아쉬운 분들도 있습니다. 예수 안 믿었으면 큰일 났겠다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치리하고 돌아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목회자의 자리가 아니겠습니까? 원로 목사님이 하셔야 할 일이 그런 일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의 사랑으로 보듬을 수는 있겠지만 하나님의 공의로는 안 되겠다 싶은 분들에 대해선 교회가 나름의 대답을 이 사회에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무런 말없이 '소망교회'를 자신의 '교회'로 여기고 있는 분들의 '소망'이 아니겠습니까?

한국에서는 장로교가 맏형의 교단이라고들 합니다. 물론 장로교인들이 하는 이야깁니다. 백번 양보해서 그 말이 맞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 장로교 맏형 중에 넘버2정도 되는 분이라면 자신의 교회의 이름이 사회에서 '오명'으로 불려지고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이 안팎으로 흘러나오는 모습속에서, 예수님이라면 지금 어느 곳에 계셨을까? 조각조각 깨어져 나가는 교회의 하나됨에 슬퍼하셨을까? 아니면 권력의 한 끄나풀이라도 잡겠다고 허우적 대는 사람들로 가득해져 버린 교회의 예배당에 계셨을까, 한번 자문해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른 새벽, 마음이 참 많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