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인 에어'는 아무런 기대 없이 봤다가 깜짝 놀랐던 영화였다. 이미 잘 알려진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나 꽤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1990년대 초반의 일이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을 맡았던 '후크'를 보았을 때, 나는 영화화, 라는 단어가 가진 광범위한 폭력의 실체를 알알이 경험했다. "세상에 40살 먹은 피터팬이라니!!" 망할 놈의 스필버그를 외치며 충무로 대한극장을 박차고 나왔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래서 '오만과 편견'이나 '위대한 개츠비', '반지의 제왕'이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등의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것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좁쌀만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마다의 상상력이 점령한 공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