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RANCE

trend?

mimnesko 2010. 4. 20. 14:57

트렌드는 추세나 동향을 뜻하는 말이다. 트렌디(Trendy)하다는 말은 이러한 추세나 동향을 잘 안다는 의미에서 '최신 유행하는'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트렌디 하다'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못한 국어사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나쁜 어감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런데 요즘의 트랜드가 '커피', '사진', 'SLR'이란 식의 태그로 만들어질 때는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단순한 반골기질이라기 보다는 요즘의 대중성, 즉 트렌디라는 단어 속에 담겨있는 폭압성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부암동이란 동네가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택시기사들조차 다시 이름을 물어보는 서울속의 외지였다. 나는 가끔 이곳을 카메라 하나의 간소한 차림으로 마실삼아 돌아다니곤 했다. 불현듯 시작된 골목이 예고도 없이 끝나버려서 누군가의 작은 텃밭이 되어 있는 동네였다. 세월이 비켜간 듯한 묘한 비현실감이 부암동이 주는 매력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TV드라마 촬영지로 소문이 난 이후부터 주말이면 차를 세울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TV에 나왔던 갤러리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고 부산스럽게 동네를 돌아다니곤 했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 탓에, 이젠 평일에도 그 근처에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더불어 부암동이 가지고 있던 묘한 매력도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있다. 마치 관광지가 되어가는 느낌은, 동네 주민들의 염원을 떠나 무척 아쉽고 또  아쉬웠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로스터나 바리스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상명대 앞 조그만 카페의 주인과 친하게 되면서 알게 된 커피의 맛은, 여러 종류의 커피를 여러 방식으로 마시면서 즐겼던 기쁨도 있겠지만 사소한 인간관계의 기쁨도 분명히 있었다. 때로는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보다 누구와 커피를 마시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고, 혼자 마시는 커피의 즐거움은 커피의 종류, 로스팅, 배전, 배합, 추출방식에 따라 그 즐거움의 부피가 그다지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별로 쓰는 사람이 없던 시절부터 Lomo 카메라를 사용하던 일이나
직접 손으로 다듬어 만든 all solid Guitar의 명징한 소리를 즐기는 일.
핸드드립으로 내린 과테말라 안티구아의 고소한 향기를 즐기는 일.

내가 좋아하는 어떤 소소한 기쁨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
욕심일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