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TC.

Giant SCR1 2012

mimnesko 2012. 3. 5. 20:16


 


2012년형 SCR1(Black)
찾은 사진이 어째서 2011년형. 12년은 데칼이 조금 바뀌었다.


처음 구입했던 자전거(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는 일산 이마트에서 말 그대로 '쇼핑'했던 알톤 흰색 MTB였다.
이마트에서 '이 제품은 타고 가셔야 한다'라고 하길래, 확 취소/환불한다고 으름장을 놓아 집으로 배송을 받았던 그 녀석은, 저녁운동 겸 호수공원을 왔다갔다하며 꽤 쏠쏠하게 타고 다니다가 일산을 떠나던 날 주차장 구석에 겨우내 쌓인 먼지와 함께 고이 모셔놓고 왔다.

다시 자전거를 알아보게 된 건 차를 몰고 가긴 애매하고 그렇다고 대중교통은 더 애매한 출퇴근 길 때문이었다.
좀 더 솔직하자면 몇년 동안 손에 익었던 카메라를 모두 내다 판 후의 지독한 공허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자전거와 카메라는 조금 닮았다. 상세한 스펙과 조합이 있고 연식이 있으며 '카본'이라는 신성한 재료를 공유하고 있다.
만약 자전거의 프레임이 방진방습이라면 좀 더 감동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입문용 자전거(를 왜 꼭 '바이크'라고 말하는 걸까? 이것도 사대주의인가?)를 찾다가 국내 브랜드인 엘파마(ELFAMA), 미국 브랜드 트랙(TREK)을 거쳐 드디어 대만 브랜드인 자이언트(GIANT)에 도착했다. 카메라로 치자면 캐논과 니콘을 지나 미놀타(지금은 애석하게도 Sony가 되어 있다)에 정착한 것과 꽤 흡사한 기분이다.
Giant의 로드바이크 입문기종이 SCR시리즈이다. SCR1, 2, 3로 나뉘는 이 모델은 니콘 AF 85mm 렌즈군의 분류와 흡사한 스펙과 가격차이를 보여준다. 화각은 같지만 최대개방 조리개의 차이가 있다든지, AF-s 기능이 있다든지 하는 차이 같은 것이다.

아래는, SCR1의 제원과 같은 시리즈인 SCR2, 3의 모델 차이를 클리앙의 CIELO님이 연식별로 정리해 놓은 것.
카메라나 자전거나 이렇게 정리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11년 SCR1
18단 시마노 SORA등급 변속기(2300보다 한단계 위), 카본 포크(앞바퀴 받치는 부분이 카본, 알루미늄보다 충격흡수와 경량에 도움이 됨), 좀 더 좋은 등급의 50-34T 컴팩트 크랭크(일반적으로 입문자가 사용하기에 유리한 기어비)
정가 88만원

2011년 SCR2
16단 시마노 2300등급 변속기(앞드레일러는 SORA긴 한데 별 차이 없습니다), 알루미늄 포크, 50-34T 컴팩트 크랭크 (SCR1과 같은 제품). 정가 70만원인데 가성비가 안좋아서 인기 없는 모델이었습니다.

2011년 SCR3
16단 2300등급 변속기, 알루미늄 포크, 11년 SCR1/2보다 낮은 등급의 53-39T 스탠다드 크랭크 (고속주행에 유리하지만 오르막에서 불리합니다), 휠셋도 SCR1/2보다 하급, 순정 드롭바가 업글대상 1순위로 불릴 만큼 불편함, 정가 5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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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SCR1
2011년과 거의 같습니다. 정가 88만원

2012년 SCR2
2011년 SCR3과 같은 제품이고 2011년 SCR2와는 관계 없습니다. 정가 53만원

2012년 SCR3
2012년 SCR2보다도 한단계 낮은 물건인데, 16단 2300등급이란 것은 2012년 SCR2랑 같지만, 변속레버가 다릅니다. 2012년 SCR1, 2는 변속레버가 브레이크랑 일체형인 STI레버란 물건입니다. 레버가 일체형이니까 기어변속도 브레이크레버 그대로 잡고 손가락만 딸깍딸깍 하면 됩니다. 근데 SCR3는 다운튜브시프터(일명 더듬이레버)라는 변속레버를 쓰고 있습니다. 브레이크 잡는 건 똑같지만, 기어변속을 하려면 한 손을 놓고 기어변속레버를 움직여야 합니다. 불편합니다.
그리고 크랭크가 SCR2보다 더 저가형이 쓰였고, 기어비가 52-42T라 오르막에서 더 불편해집니다.
정가 43만원입니다.

요약하면 2011년 SCR1, SCR2, SCR3과 2012년 SCR1, SCR2는 아주 많은 차이는 안 납니다.
차로 치면 소나타 중간옵이냐 풀옵이냐 이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근데 2012년 SCR3는 수동미션에 에어컨도 없는 깡통 소나타입니다.


벌써 며칠을 1, 2, 3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의외로 이 글 하나가 꽤 명쾌한 답을 주었다.
어차피 바이크를 구입해서 구동계를 업그레이드하게될 일은 2~3년 내엔 없을 것이다(라고 카메라 살 때도 분명이 이야기했던 기억이...). 그렇다면 인스톨되어 있는 구동계의 차이로 결정하게 된다는 것인데 같은 시마노의 제품이고 2300이나 SORA이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결국 SCR 1아니면 SCR 2인 것이다.
바이크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조언은 한결같이 큰 가격차이가 없다면(무려 35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한 단계 위의 구동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고, 나도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어떤 제품이든 카테고리의 차이는 극명하기 때문이다.
미놀타의 dynax7은 대단히 훌륭한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dynax9의 어떤 벽을 넘어서진 못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제조사의 카테고리 미스일 것이다. 설령 같은 렌즈를 사용하고, 방진방습의 풀 마그네슘 바디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신기하게 바디의 차이는 미묘하게 나타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차이는 극명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침 수중에 있던 좋은 조건의 할인 쿠폰 신공으로 SCR1을 맞이하러 가야할 듯....ㅎㅎ

어쨌든 꽤 괜찮은 입문용 로드바이크의 가격이 Nikon AF(D) 85mm 1.4 렌즈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