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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

mimnesko 2024. 2. 28. 10:02

 

마가복음 7:14~23

14 무리를 다시 불러 이르시되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
15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16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하시고
17 무리를 떠나 집으로 들어가시니 제자들이 그 비유를 묻자온대
18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도 이렇게 깨달음이 없느냐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19 이는 마음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로 들어가 뒤로 나감이라 이러므로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
20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21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22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23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2017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You're fired!"나 외치던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통령을 취임했던 날. 그 취임식 사진이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와 비교되며 논란 아닌 논란이 생겼습니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을 불러 '취임식 인파를 축소 보도하는 것'은 명백히 진실을 호도하는 일이며, 취임식에 사람이 적어 보였던 것은 광장 바닥에 잔디 보호를 위한 바닥 커버(floor coverings have been used to protect the grass on the Mall)를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취임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사진, 지하철 이용객 공식 집계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되며 백악관의 해명이 거짓으로 속속 들어나자, 캘리언 콘웨이(Kellyanne Conway) 백악관 선임고문이 NBC 뉴스 인터뷰 중 역사에 남을 명언을 하나 남겼습니다.  

 

"Don't be so overly dramatic about it, Chuck. You're saying it's a falsehood. and they're giving Sean Spicer, our press secretary, gave alternative facts to that."

(척-앵커 척 토드를 말합니다, 그렇게 과하게 표현할 필요 없잖아요? 당신은 그게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그저 대안적 사실을 말한 것뿐이라고요.)

 

 

바로 이 인터뷰에서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앵커는 "당신이 말하는 그 대안적 사실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거짓말'(Falsehood)을 말하는 거죠."라며 그녀의 말을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선거철이 다가와서인지, 최근 이 궤변을 여러 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언론'이 주도적으로 이런 궤변이 가담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거짓말 중에 가장 악질적인 거짓말은 '진실'이 한 스푼 담겨 있는 거짓말입니다

주로 사기꾼들의 거짓말이 그렇습니다. 휘황하게 늘어놓는 통계나 근거 자료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실제론 아무런 근거 없는 통계이거나 조작된 자료 또는 과거의 자료를 교묘하게 편집하는 경우입니다. 오히려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것은 '속임의 의도'입니다. 속여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속임수가 들통나서 치르게 될 수모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상대방보다 오히려 자신을 자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기꾼의 휘황한 궤변에 동조했던 자신의 '욕심'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기꾼들은 오히려 큰 소리를 칩니다. "내가 언제 억지로 하라고 했나요? 본인이 스스로 한 거잖아요?" 사기꾼의 뻔뻔함. 이것이 바로 '대안적 사실'의 정체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들을 열거하며, 그것들이 '악하다'라고 경고하셨습니다.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가복음 7:20~23

 

 

 

거짓말은 '숨은 의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의도'를 감추기 위해 '대안적 사실'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숨은 의도'의 악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 바로 그것입니다. 겉으론 그럴 듯 하지만, 실상은 위의 12가지 악행 목록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 하나 하나가 인간의 마음 속에서 바깥으로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가끔 교회 SNS 채널에 올라오는 글 중에 위의 12가지 의도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글들을 보게 될 때가 많습니다. 이 혼탁한 시대를 살아갈 때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하는 것은, 주장과 사실이 다르고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사실'이라는 단어 하나에 묶일 때, 혹은 누군가의 의도가 그것을 묶을 때, 그것은 거의 틀림없이 '대안적 사실', 즉 거짓말이 됩니다. 

 

강단에 서는 설교자이든 예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도이든, 크리스천이라면 항상 이것을 점검해야 합니다. 내 주장은 사실인가? 이 사실은 진실인가? 혹시 내 주장 속에 '숨겨진 의도'는 없는가? 그저 '대안적 사실'을 열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경험한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내가 경험한 하나님만이 '유일한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정치적 성향을 뒷받침하는 성경의 본문만을 취사선택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귀에 즐거운 이야기들에만 '아멘'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라는 주님의 말씀에, 우리의 깨끗함이 오직 '안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새삼 느끼며 바짝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