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BARR

여호와께로 말미암아 난 것이라

mimnesko 2023. 10. 4. 10:21
열왕기상 12:12-24

12 삼 일 만에 여로보암과 모든 백성이 르호보암에게 나아왔으니 이는 왕이 명령하여 이르기를 삼 일 만에 내게로 다시 오라 하였음이라
13 왕이 포학한 말로 백성에게 대답할새 노인의 자문을 버리고
14 어린 사람들의 자문을 따라 그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 아버지는 너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나는 너희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할지라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너희를 징계하였으나 나는 전갈 채찍으로 너희를 징치하리라 하니라
15 왕이 이같이 백성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이 일은 여호와께로 말미암아 난 것이라 여호와께서 전에 실로 사람 아히야로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에게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심이더라
16 온 이스라엘이 자기들의 말을 왕이 듣지 아니함을 보고 왕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우리가 다윗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이새의 아들에게서 받을 유산이 없도다 이스라엘아 너희의 장막으로 돌아가라 다윗이여 이제 너는 네 집이나 돌아보라 하고 이스라엘이 그 장막으로 돌아가니라
17 그러나 유다 성읍들에 사는 이스라엘 자손에게는 르호보암이 그들의 왕이 되었더라
18 르호보암 왕이 역군의 감독 아도람을 보냈더니 온 이스라엘이 그를 돌로 쳐죽인지라 르호보암 왕이 급히 수레에 올라 예루살렘으로 도망하였더라
19 이에 이스라엘이 다윗의 집을 배반하여 오늘까지 이르렀더라
20 온 이스라엘이 여로보암이 돌아왔다 함을 듣고 사람을 보내 그를 공회로 청하여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으니 유다 지파 외에는 다윗의 집을 따르는 자가 없으니라
21 르호보암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유다 온 족속과 베냐민 지파를 모으니 택한 용사가 십팔만 명이라 이스라엘 족속과 싸워 나라를 회복하여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에게 돌리려 하더니
22 하나님의 말씀이 하나님의 사람 스마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23 솔로몬의 아들 유다 왕 르호보암과 유다와 베냐민 온 족속과 또 그 남은 백성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24 여호와의 말씀이 너희는 올라가지 말라 너희 형제 이스라엘 자손과 싸우지 말고 각기 집으로 돌아가라 이 일이 나로 말미암아 난 것이라 하셨다 하라 하신지라 그들이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돌아갔더라

 

논어 공야장(20장)엔 영무자( 甯武子)의 지혜와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子曰(자왈) :"甯武子邦有道則知(영무자방유도즉지), 邦無道則愚(방무도즉우)。其知可及也(기지가급야), 其愚不可及也(기우불가급야)"

선생이 말했다. "위나라 대부 영무자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을 떄는 어리석었다. 그의 지혜는 따라갈 수 있으나 그의 어리석음은 따라갈 수 없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혼돈의 시기였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나라의 흥망이 갈리기도 했고 지혜로운 지도자 한 사람이 세상의 판도를 뒤바꾸기도 했던 요란(搖亂)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영무자'는 당시 위나라의 관리였습니다. 위나라는 진과 초라는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스스로 활로를 모색해야하는 약속국이었고 각각의 강대국을 따르는 사람들로 내부조차 와해되어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군주조차 변변치 않았습니다. 당시 위나라의 군주였던 성공(成公)은 귀가 얇고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공자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 스스로 자취를 감추고 몸을 온전하게 지켰던 영무자를 '지혜로웠다'고 평가합니다. 반면 나라에 도가 없을 때, 즉 위성공의 변덕스럽고 옹졸한 정치가 오히려 충신들을 몰아내고 간신배들을 끌어들이고 있을 떄 영무자는 스스로 몸을 드러내며 바른 정치를 위해 스스로 어려움을 무릅쓰게 됩니다. 공자는 그런 영무자의 모습을 보며, "그의 지혜는 따라갈 수 있으나 그의 어리석음은 따라갈 수 없다."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즉 공자는 나라가 어려워지고 정치가 혼탁해졌을 때,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도'를 지키기 위한 어려움을 주저하지 않았던 영무자의 모습을, 당대나 후대의 사람들도 좀처럼 따라가기 어려운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나라의 흥망이 조석으로 변하던 시절, '충애가 지극한' 충신 한 사람의 가치는 세상 전부와도 같았을 것입니다. 공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좋은 지도자란, 이러한 충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더불어 충신이란 지도자의 지혜로움이나 어리석음과 상관없이 나라에 도가 보이지 않을 때, 오히려 백성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은 마치 위나라의 군주 '성공'과 같이 속이 좁고 귀가 얇은 왕이었습니다. 그는 충신들의 지혜로운 조언을 듣지 않고 오히려 자신과 함께하던 패거리들의 어리석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백성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그들의 요구가 '부당함'을 주장했습니다.

 

"내 아버지는 너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나는 너희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할지라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너희를 징계하였으나 나는 전갈 채찍으로 너희를 징치하리라" (14절 하반절)

 

하지만 그 결과는 비참했습니다.

왕국은 르호보암을 따르는 남 유다, 여로보암을 따르는 북 이스라엘로 나뉘고 맙니다. 왕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분노는 들끓었습니다. "우리가 다윗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다윗이여 이제 저는 네 집이나 돌아보라!". 권력을 도취한 르호보암에게서 백성들은 모두 등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다스림의 권한'을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은 르호보암은 그 '권력'을 자신의 '힘'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때 성경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왕이 이같이 백성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이 일은 여호와께로 말미암아 난 것이라 여호와께서 전에 실로 사람 아히야로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에게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심이더라 
(왕상 12:15)

 

 

15절 말씀에서 열왕기의 기자는 백성들이 이처럼 차갑게 등을 돌린 이유가 '하나님'에게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님께서 선지자 아히야를 통해 여로보암에게 들려줬던 그 예언을 이루기 위함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르호보암과 여로보암이 아히야 선지자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오히려 후대의 역사가가 그 사건과 파장을 가늠하면서 갖게 된 어떤 시각이나 판단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르호보암은 선친의 지혜를 닮지 못했습니다. 그 열등감은 정반대의 결정과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솔로몬도 자신의 아들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의 크기를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신하들을 되도록 아들의 곁에 두고자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등감으로 인해 이미 마음 한 구석이 비뚤어진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추종하고 떠받들어주는 '자신의 패거리'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반면 여로보암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신하였을지는 몰라도 결국 스스로 어리석은 결정을 거듭하게 됩니다. 그의 유일한 핑계는 '어리석은 왕'이었습니다. 어리석은 왕 앞에서도 신하의 자세를 버리지 않았던 '영무자'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여로보암은 예언과 신탁을 받을 정도로 비범했지만, 권력 앞에서 평범해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비참한 결과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대를 거듭하여 안겨주게 됩니다. 

 

비범한 재능과 탁월한 능력들이 돈과 권력 앞에서 '평범'하게 변하는 일이 꼭 과거의 일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소확행'의 세속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더욱 자주, 그리고 더욱 교묘한 포장으로 일어나고 자행되며 비참한 결과에 도달하는 악순환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비범함'이란 '비범한' 환경 앞에서 드러나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을 세상이 '어리석음', 혹은 '순진함'이라고 비난해도 말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영무자의 비범함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지혜는 따라갈 수 있으나 그의 어리석음은 따라갈 수 없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정말 힘들고 어려울 때에도 그 비범함을 지켜갈 수 있는 '어리석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어리석은 사람은 산도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미련한 지혜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아무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어리석은 자가 되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 (고전 3:18)